'시진핑을 농담 소재로 삼기도' 금기를 넘나드는 중국 대표 스탠드업 코미디언
중국을 대표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중 하나인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난히 긴 집권 기간을 소재로 삼아 공연을 시작하자, 관객석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맞장구치는 욕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남성은 중국어로 "진짜 대박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마 지금 중국에서는 집권한 지 거의 15년째 점점 더 권력을 중앙집권화하고 있는 시 주석을 이렇게 농담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코미디언이 선 곳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로, 이곳 강당에는 관객 수백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있었다. 대부분 싱가포르 화교나 중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 혹은 중국에서 방문한 이들이다.
무대에 선 청년 코미디언 츠쯔는 자신이 감수하는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2023년, 그는 해외 공연 중 당시 중국 정부가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들을 소재로 삼았고, 이후 중국 내 공연을 금지당했다. 그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츠쯔는 더 이상 중국에 살지 않는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그의 이름은 이제 속삭여야 하는 단어가 됐다.
츠쯔는 최근 그의 사진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팬의 SNS 계정이 정지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스레드'를 통해 "중국에서 내 얼굴은 마치 성기 취급을 받는다. 자유롭게 보여줄 수도, 공유할 수도 없는 존재"라고 토로했다.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올해 4월, 무대에 복귀했다. 도쿄,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를 도는 투어를 시작했고, 모든 공연은 매진됐다.
본명 '왕웨치'인 츠쯔(30)는 10년 넘게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는 싱가포르 공연 다음날 진행된 BBC와의 대면 인터뷰에서 이번 투어야말로 자신의 "진짜 작품"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많은 이들이 그의 반항이자 저항으로 바라보지만, 그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객들을 위해 공연하고 싶었다. 30년 동안 중국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나 자신을 소개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위험하게 느껴지니 오히려 흥미가 생깁니다'
츠쯔는 자신은 늘 도전을 좋아했으며, 도전 정신이야말로 자신이 다시 무대로 복귀할 수 있던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무언가가 위험하거나 위험하게 느껴질 때 저는 오히려 더 흥미롭다고 느낍니다."
대만에서의 공연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주장해온 중국 당국에 대만은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 코미디언 중 대만에서 공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그는 "대만 사람들은 (중국 본토와) 같은 언어를 쓰고, 문화도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긴장감이 넘쳐난다. 그러니 왜 공연할 수 없는가? 설령 논쟁으로 번진다 해도 괜찮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서 그는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말이 너무 많은" 아이여서 어른들을 종종 당혹스럽게 하던 그는 10대 후반 무렵, 코미디를 접하게 됐다.
이제 중국 밖에서 공연을 하는 만큼 조금 더 과감하게 나갈 수도 있지만, 이번 투어에서는 "일부러 정치적 유머를 자제"했다고 한다.
일례로 시 주석에 대한 농담을 할 때는 그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펑리위안의 남편'이라고 불렀다. 펑리위안은 시 주석의 아내다.
그는 공연 금지 조치로 이어졌던 북미 공연에 대해서도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당시 그는 중국계 미국인 코미디언인 조 웡의 오프닝 공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공연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검열, 온라인상의 민족주의 및 포퓰리즘의 확대, 소수 민족의 권리 축소 등 고국에서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주제들을 풀어놓았다.
아울러 중국 당국의 통치에 반대해 온 홍콩과 대만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며 금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그러던 2023년 2월, 여전히 투어 중이었던 츠쯔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출연 금지를 당했음을 알게 됐다.
츠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공연은 "지난 몇 년간 내가 느낀 점, 깨달은 점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나는 내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중국에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된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된 다음 공연에서 더욱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활동 공간이 "훨씬 더 좁아졌다"며, "매우 피상적"인 주제만 다루어야 하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말할 수 없는 것들'
고등학교를 중퇴한 츠쯔는 2015년부터 오픈 마이크 무대(누구나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무대)에 서며 스탠드업 코미디에 입문했다.
"저는 항상 수다스러운 편이었고,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습니다."
이후 그는 중국의 어느 유명 코미디언의 초대로, 인기 토크쇼에 서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방송에서 처음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 쇼였다.
그는 고정 출연자로 자리 잡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기 스트리밍쇼 2편의 간판스타가 됐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슈퍼스타'로 불리던 그의 영상은 조회수 수십억 회를 기록했다.
그는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거나, 즉흥연기를 하거나, 날카롭게 유명인사들을 풍자하기도 했다. 대중은 늘 폭발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주제를 다루든, 그는 이른바 '키포인트'를 정해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췄다. 그 키포인트는 대개 사소한 요소로, 마치 교사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듯 '잘 들어봐요'라고 말하는 방식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또한 당시 중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신의 공연 소재에 녹여내는 몇 안 되는 코미디언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랑랑이 출연한 한 에피소드에서는 그가 "선생님들이 바늘로 찔러댔기 때문에" 어릴 적 집에서만 피아노를 연습만 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당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유치원 스캔들을 풍자한 것이었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대본을 수정하고 대사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따르면서도 츠쯔는 그렇게 금지된 농담을 모두 '말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폴더에 차곡차곡 모아두었고, 언젠가는 그 말들을 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해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실력이 있기보다는 그저 인기만 많은 게 아닌지" 의심하곤 했다. 이러한 의구심은 점점 커졌고,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한편 공개적인 갈등 끝에 소속사와도 결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말, 그는 적대적인 SNS 환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웨이보 팔로워 470만 명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는 "내가 여러분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당연히 여러분 모두가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 곳에는 기쁨이 없다"고 적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 전역이 봉쇄됐던 시기, 그는 약이나 식량, 기타 생필품을 요청하는 여러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이러한 요청을 리포스트하며 도움을 호소했으나, 검열 당국에 의해 자주 삭제당했고, 계정이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았다.
그는 "무력감을 느꼈다"면서 "소위 특권이란 게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이는 유화 화가인 아버지에게서 배운 삶의 태도다.
"아버지는 그림을 그릴 때 한 곳만 계속 쳐다보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적인 그림이 괜찮은지 살펴봐야 한다고요."
그리고 현재, 다시 무대에 선 그는 호주, 뉴질랜드, 북미까지 투어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나 이 일을 오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즐기기로 했다.
"보통은 친구를 1번에 1명씩 사귀지만, 무대 위에서는 한 번에 500명의 친구를 사귀는 기분입니다. 저와 관객 사이에 서로 통하는 그 느낌, 그 느낌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