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폐지…홈플러스 결국 파산하나
서울회생법원이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폐지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갈림길에 섰다.
국내 2위 대형마트였던 홈플러스는 왜 회생에 실패했을까. 법원의 결정은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는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법원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 없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으로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생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추가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핵심 이유였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은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인수합병(M&A)은 이뤄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은 감소한 반면 급여와 물품대금, 조세 등 공익채권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생계획안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이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은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관계인집회의 심리와 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하며 자금 조달 방안 마련을 기다렸다. 지난달에는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 등에 20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현실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더 이상의 기한 연장도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회생절차를 종료했다.
국내 2위 대형마트는 왜 이 지경까지 왔나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과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합작으로 출범했다. 2011년 삼성물산이 보유 지분을 모두 테스코에 매각하면서 회사명도 삼성테스코에서 홈플러스로 바뀌었다. 한때 전국 14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이마트와 함께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유통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대형마트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급성장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도 바뀌면서 홈플러스의 실적도 점차 악화됐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점포와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경영난이 이어지자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후 점포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는 회생계획을 마련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매각하며 사업 규모를 줄였지만, 남은 사업부를 인수할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회생계획의 핵심인 추가 운영자금 확보에도 실패했다.
반면 노동계는 다른 시각을 보인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지난 10년 동안 점포와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한다. 안수용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서로 일하는 사업장은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자본의 탐욕 앞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MBK는 회생절차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해 왔으며, 필요한 구조조정과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운명은
이번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곧바로 문을 닫거나 파산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법원 결정이 나온 날부터 14일 안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에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 회생절차를 다시 이어가도록 법원을 설득하는 것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생절차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법원이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 자체를 낮게 판단한 데다, 회생의 핵심 조건이었던 추가 운영자금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생절차가 되살아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가압류, 경매 등을 막아왔던 포괄적 금지명령도 효력을 잃게 된다.
다만 홈플러스라는 브랜드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사업부 매각이나 인수 여부에 따라 일부 점포가 계속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별다른 회생 방안이나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점포 폐점이 확대되고 브랜드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고용과 협력업체다.
현재 홈플러스 직영 직원은 약 9000명 수준이다. 여기에 물류·청소·보안 등 간접고용 인력과 납품업체, 점포 입점 상인까지 포함하면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역 상권 역시 점포 폐점이 확대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