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금 시리아를 공격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군사 기지를 향해 수백 차례 공습을 감행하고, 골란 고원의 비무장 완충지대로 병력을 이동시키며 시리아 내 자국 통제 지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자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오랜 적을 약하게 할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상황은?
영국 소재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이후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약 310건의 공습을 퍼부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무기 창고, 탄약고, 공항, 해군 기지, 연구 센터 등 북부 알레포에서 남쪽 다마스쿠스까지 시리아군의 군사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미 압둘 라흐만 SOHR 소장은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군의 모든 능력"이 파괴되고 있다며 "시리아 영토가 침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 측은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시리아가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무기들이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화학무기 관련 이스라엘의 우려 사항은?
이스라엘은 알 아사드 정권이 지닌 것으로 알려진 화학무기를 누가 손에 넣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에 이러한 화학무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은 실제로 이러한 무기를 비축해뒀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UN 화학무기 감시단은 시리아 당국에 화학 무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경고했다.
현재 스웨덴 우메아 대학의 조직학 부교수로 과거 UN의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단장을 맡았던 아케 셀스트롬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능력을 겨냥해 공습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스트롬 교수는 "이스라엘은 자산을 앗아가고자 한다"면서 "(자산은) 사람일 수도, 시설일 수도, 장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알 아사드 전 대통령에게 충성하던 세력은 2013년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 구타 지역에서 사린 가스를 사용해 1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도 사린 및 염소 가스와 같은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셀스트롬 교수는 반군 또한 시리아 내 적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반군들도 화학무기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어느 정도 협상 능력을 얻고자 이러한 무기를 보유했으나, 직접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리아에는 완전히 다른 정부가 들어서게 됐죠."
"이스라엘은 … 저들이 지닌 화학무기가 무엇이든 간에 이를 제거하러 들어갈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군이 골란 고원의 비무장 완충지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 이스라엘 점령지가 늘어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에 대해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임시적인 방어 태세"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행보에 대해 런던 SOAS 대학교의 길버트 아크카 교수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같은 공격이 시리아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미리 막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는 더 전진해 다른 세력들이 자국이 점령한 지역의 경계선 쪽으로 더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을 기회입니다."
아랍 국가들은 성명을 통해 일제히 이스라엘의 비무장 완충 지대 점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집트 외무부는 지난 10일 "시리아 영토에 대한 점령 행위이자, 1974년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 언론은 이스라엘 군이 골란 고원 인근 국경 완충지대를 넘어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25km 떨어진 지역까지 진격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 군 소식통은 이를 부인했다.
IDF는 자국군이 골란 고원의 비무장 완충지대를 넘어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도, 나다브 쇼샤니 IDF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더 깊이 침공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골란 고원이란 무엇이며, 누가 점령하고 있나?
골란 고원은 시리아 남서부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고원으로, 지난 반세기 이상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이다.
1967년 중동 전쟁(제3차 중동 전쟁) 당시 시리아는 이 골란 고원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폭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신속히 반격해 이곳에서 시리아군을 몰아내고, 골란고원 내 약 1200㎢에 달하는 영토를 차지해 현재까지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시리아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으로 골란 고원을 탈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던 1974년, 양측은 휴전 협정을 맺고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정해 유엔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1981년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합병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 대다수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골란 전역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골란 고원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아랍계 시리아 주민들은 1967년 전쟁 당시 이미 이 지역을 떠난 상태다.
현재 골란 지역에는 이스라엘 정착촌 약 30곳이 존재하며, 총 2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인들은 1967년 분쟁이 끝난 직후부터 정착촌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상 불법으로 간주되나,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한편 이들 이스라엘 정착민과 함께 시리아인도 약 2만 명 정도 이곳에 살고 있다. 대부분 고원이 점령당했을 때 도망가지 않았던 드루즈 종파(이슬람교 시아파 분파) 소속이다.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는 정당한가?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군의 골란 고원 내 완충지대 점령은 일시적인 조치이다, 철수는 시리아 차기 정부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리아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과 이웃으로서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는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스라엘 국가와 우리 국경을 지키기 위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소재 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서비스연구소(RUSI)'의 H. A. 헬리어 박사는 "이스라엘은 현재 시리아 내 일부 단체가 골란 고원을 침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러한 시나리오를 막고자 더 깊이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전에도 안보 조치의 일환으로 골란 고원의 영토를 점령한 후 요새화한 바 있습니다. 또다시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기디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시리아 군사 기지에 대한 공습은 오로지 자국민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남아 있는 화학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로켓과 같은 전략 무기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크카 교수는 "시리아 이곳저곳에 화학무기가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두세 군데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공습을 300회 이상 벌이며 시리아를 매우 약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크카 교수는 이스라엘은 알 아사드를 "자신들이 아는 악마"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리비아처럼 분파끼리 서로 전쟁을 치르며 분열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파벌이 등장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세력이 시리아 군이 기존에 지닌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싶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