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호화 별장을 지키는 '974부대'의 은밀한 임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김정은에 대한 밀착 경호를 대폭 강화했을 겁니다.”
이른바 ‘김정은 친위부대’로 알려진 974부대에서 13년간 근무했던 강진 씨는 최근 북한 김정은 경호부대에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고에 이어 트럼프 피격 사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는 등 최근 주요 인사들에 대한 안전 문제가 잇따르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의 공식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각국 지도자에 대한 잇따른 피격 사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에 경호원이 대폭 늘어나는 등 ‘그림자 경호’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북한을 탈출해 서울에 정착한 강진 씨는 BBC에 이 부대의 선발 과정과 훈련 과정, 김정은 특각(호화 별장) 등에 대해 상세히 공개했다.
강 씨는 974부대에서 근무할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각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했던 별장들의 구체적인 위치를 BBC에 밝혔는데, 위성 사진 분석 결과 그가 알려준 위치엔 다른 건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건물이 있었다.
강 씨가 근무한 별장은 원산과 창성 등 4곳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는 20여 개의 김정은 특각이 존재한다. BBC는 여러 경로를 통해 강 씨의 주장에 신뢰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BBC 취재 결과, 북한 내 김정은 호화 별장은 평양과 원산, 신의주, 창성, 영흥 등을 비롯해 경관이 뛰어난 명산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전국 20~30여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북한전문가들에 따르면 호화 별장에는 연회장, 요트장과 물놀이 시설, 승마장, 낚시터 등 최고급 시설이 마련돼 있다.
위성 사진 분석 전문가인 정성학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영상분석센터장은 "원산 별장과 창성 별장 등을 포함해 북한 전국에 30여 개의 김정은 별장이 있다”고 말했다.
특각 건설에만 최소 수십억 달러에서 수백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특각 유지 및 보수, 특별 경비 업무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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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로 구성된 비밀부대의 실체

김정은의 공식 경호는 호위사령부가 맡고 있지만, 북한 노동당 지도부 소속인 974부대는 김정은에 대한 밀착 경호, 집무실과 특각 등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974부대 대원은 북한 내 인구 통계에서 제외될 정도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차량을 근접 경호하던 974부대원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974부대는 유일하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근접 거리에서 무기를 소지한 채 경호를 담당하며, 군 간부들을 무장 해제시킬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당초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2년 창설했고, '974' 부대 이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지명된 해인 1974년에서 비롯됐다고 강진 씨는 설명했다.
김정은 최측근 경호

974부대 안에는 호위소대가 있다. 호위소대는 김정은의 최측근에서 경호하는 조직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의 차량을 호위하며 달렸던 경호원들이 974부대 호위소대 대원들이다.
강 씨에 따르면 974부대에서 5년 이상 복무한 대원 중 키가 180㎝ 이상, 사격과 근무평점이 우수한 사람이 김정은 밀착 경호원으로 선발된다.
김정은 최측근 경호원 규모는 50명 미만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호위사령부는 10만 명이 넘는 대규모 부대”라며 “그 안에 이른바 ‘대통령 경호실’과 같은 특수조직 974부대가 있고, 김정은을 근접 경호하는 이른바 깍두기 머리 경호원들은 50명 미만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번 들어가면 13년간 고립
강 씨가 974부대에서 복무한 기간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다. 그는 974부대의 상황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강 씨에 따르면 북한 974부대는 장교를 포함해 모두 2만5000명 규모로, 매년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신병을 뽑았다.
강 씨는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중앙당 5과에 선발돼 974부대에 입대하게 됐다.
5과는 북한 김 씨 일가의 생활을 보좌하기 위한 인원을 선발하는 특별조직으로, 경호부대와 별장 관리인 등도 5과에서 뽑는다.
강 씨는 아버지가 도당 간부이긴 했지만 친위부대에 갈 정도로 출신성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5과에 뽑힌 것은 김일성의 사촌여동생과 결혼한 이용무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용무는 한때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용무와 친분이 있던 강 씨의 아버지가 이 씨에게 “아들을 5과에 뽑아달라”고 부탁했고, 이 씨가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엔 김정일의 친위대가 되면 '가문의 영광'으로 불리던 때였다.
974부대의 복무 기간은 13년이다. 복무 기간 동안 부대원은 부모는 물론 외부인 누구와도 연락하거나 접촉할 수 없다.
강 씨는 "입대 후 가장 첫 번째로 교육 받은 건 '여기가 어디인지, 알지도 묻지도 말라'였다"고 회상했다. 북한 당국이 그만큼 보안을 철저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974부대에 근무할 당시 당국은 대원들에게 그 어떤 사진도 절대 찍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강 씨는 13년 동안 부대에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었다.
다만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당 간부로 성장하거나 탄탄한 미래를 보장받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특히 974부대원은 입대 3년 뒤부터 노동당원이 된다. 일반 부대는 10년 복무해도 노동당 입당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엄청난 혜택인 셈이다.

강 씨는 처음에 974부대 신병훈련소에서 두 달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사격과 격술, 경호 등이 포함된 특수훈련이었다.
가혹한 훈련 탓에 탈락하는 신병도 있었다. 탈락자들은 외진 광산 노동자로 추방됐다.
신병 훈련을 마친 대원들은 입대 선서 이후 각 훈련병의 이름과 배속 부대가 정해졌다.
강 씨는 "974 부대원들은 보초 외에 정신교육 2시간, 사격 2시간, 격술 1시간 등 매일 반복적인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이틀에 한 번 100m 거리에서 서서 1발, 꿇어앉아 1발, 엎으려 1발씩 실탄사격을 하기도 했다. 사격 점수가 좋지 못하면 20㎏ 모래배낭을 메고 4㎞를 뛰어갔다 와서 다시 사격했다고 한다.
13년 동안 호화 별장을 지키면서 이런 훈련은 빠짐 없이 진행됐다.
'김정은의 고향 원산 특각'

평양에서 동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 원산. 이곳에 김정은 위원장과 그의 가족들이 애용하는 호화 별장이 있다.
원산 특각은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이자 어린 시절을 주로 이곳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도 김 위원장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특각이다.
원산 별장은 송도원소년단야영소 바로 옆에 있다. 강진 씨에 따르면 경호원들은 바다에서 외부인이 침투할 것을 대비해 해상에도 잠수복을 입고 물 안에 들어가 경비를 섰다고 한다.
강 씨는 원산 별장에서 김정일을 수십 미터 앞에서 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며 김정일이 평양에 있는 날보다 원산에 있는 날이 훨씬 더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산 별장은 규모가 매우 큰 편에 속한다”며 “제가 근무할 당시 5세부터 17세로 보이는 아이들이 수십 명 있었고, 아이들은 여름에는 수상스키를 타고 놀았다”고 전했다.
강 씨는 이어 "김정일에게는 김정남, 김정은 등 어머니가 다른 여러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들에게 원산에 별장 하나씩 지어주고 살게 했다"고 말했다.
김 씨 일가 자녀들이 특각에 머물 때에는 이른바 '특별 과외 지도원'이 상주하며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원산 특각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특각에는 파티를 즐기기 위한 연회장과 수영장과 낚시터, 볼링장, 농구장 등 스포츠센터와 레크레이션 센터가 들어서 있다.
파티가 열리는 연회장에는 아이들의 접근이 불가능한데, 김 위원장이 머물 때면 이곳에선 젊은 여성들의 공연이 펼쳐졌다고 한다.

BBC가 확인한 위성 사진에는 원산 특각 단지에 여러 채의 별장이 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학 연구원 역시 “원산 별장에 여러 채의 별장이 모여 있는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이 자녀들에게 별장을 하나씩 지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원산 특각에서 유람선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원산 특각에는 초호화 유람선과 제트스키, 요트 등이 갖춰져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도 2013년 2월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했을 당시 원산에서 함께 요트를 타고 제트스키 경주도 즐겼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강 씨는 원산 별장을 경호하는 974부대 대원은 2500명 정도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각을 지키는 부대원들은 김정은이 그곳에 없을 때에도 보초를 선다"며 "김정은이 있을 때는 25m, 없을 때는 50m 간격으로 보초를 선다"고 설명했다.
정방산 특각

강 씨는 평안남도 송암 특각에서 근무한 데 이어 황해북도 사리원 인근의 정방산 특각에서도 경호 업무를 맡았다.
정방산 특각은 가로세로가 5m인 화강암으로 10m 높이로 쌓고, 그 위에 성을 만든 게 특징이다. 강 씨는 특각을 직접 보면 압도적인 규모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라고 했다.
이 별장에는 1선 경호라인과 2선 경호라인 등을 포함해 수백 명의 무장 경비들이 배치돼 있다.
강 씨는 1선 경호라인에만 12개의 잠복초소와 24개의 보초소를 포함해 145명의 경비 병력이 별장 주변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각에는 김정은 집무실과 별장을 포함해 김정은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별장도 별도로 구비돼 있다.
창성 특각

평안북도 창성군에 위치한 창성 특각은 북한 최대 규모의 전용 별장으로 꼽힌다. 압록강 근처에 위치한 이 별장은 유사시 전용 보트를 타고 수풍호를 거쳐 탈출이 가능할 만큼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강 씨는 이곳에서 7년을 근무하면서 김정일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창성 특각은 원산보다 더 많은 3000명의 병력이 호위를 섰다.
강 씨에 따르면 한반도 정세가 긴장될 때면 김정일 위원장은 가족을 데리고 창성에 왔다. 유사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도주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엔 유사시 중국으로 도주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고 한다.
강 씨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전국의 주요 특각을 찾을 때마다 연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이 특각에 올 때마다 북한의 유명 악단인 보천보, 왕재산 가수들이 특각 연회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강 씨는 "특각마다 5과로 뽑힌 여성 관리원들이 여러 명 있고, 이른바 '기쁨조'와 '안마조'로 구분되는 여성들, 특히 미모가 출중한 젊은 여성들이 김 씨 일가의 쾌락을 위해 근무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13년 만의 귀가, 그리고 충격

세상과 단절돼 974부대에서 고립된 채로 살아왔던 강 씨는 제대 후 13년 만에 고향 땅을 처음 밟았다.
그는 당시 고향 장마당에서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의 삶을 보면서 충격이 상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고지도자와 그 가족들이 호화 별장에서 호위호식하면서 방탕하게 사는 현장을 목도하면서도 그 당시에는 '인민을 위한 행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3년 만에 사회로 나온 그는 고향 친구들과 주변 지인 여러 명이 굶주리다 사망하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북한 체제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인민이 이렇게 어려운데 당은 그동안 무엇을 했고, 무슨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며 "저의 젊음을 바쳐 헌신한 13년 간의 군복무가 매우 허무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때쯤 그의 친척이 한국으로 탈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강 씨의 미래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는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6년 5월 한국에 입국해 서울에 정착했다.
그는 현재 숭의동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수 8000명에 달하는 숭의동지회는 1980년에 생긴, 탈북민 단체 중 역사가 가장 오랜 단체다.
“지금 돌아보면 김정일 친위전사라는 허황된 이름으로 노예로 살았던 살았던 13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허무한 시간이었습니다.”
'별장에서 미사일 시험 참관'

북한이 지금까지 김정은의 호화 별장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한 구체적인 장소를 언급한 적은 없지만,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과 영상, 위성사진 등으로 확인된 발사 장소 주변에는 거의 어김없이 김씨 일가의 호화 별장이 있었다.
북한은 지난 5월 17일 오후 3시 10분경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발을 발사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14일 원산 동북방 해상에서 미상의 순항미사일 수 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5월 29일에는 김정은 별장 주변 원산시 갈마반도 동쪽 해안도로에서 정밀 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이 자리에 김정은 위원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원산 별장에 체류하면서 미사일 조립, 이동 및 발사 과정을 현지에서 시찰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7년 2월 12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 등을 발사할 때 준비 현장에 이틀간 머물며 발사를 지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극성-2'형과 '화성-12'형 미사일의 발사를 비롯해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을 쏘아올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창성 별장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부분의 김정은 별장이 일반인들은 접근이 불가능한 산속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공항이 설치돼 있거나 포장 도로가 깔려 있다는 게 미사일 발사와의 연관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주로 공항에서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을 하는데, 특히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같은 경우는 최소 100톤에서 150톤에 달한다”며 “조립 창고에서 미사일을 조립한 뒤 튼튼한 유도 도로를 따라 공항이나 탄탄한 포장 도로에서 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 발사의 기술적 문제와 김정은의 편의성 때문에 특각 주변에서 미사일을 자주 발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인권연구실장 역시 “김정은 별장과 미사일 발사 장소는 일반 지역과 분리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김정은 별장이 있는 곳에는 도로 상태가 잘 돼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이동이 용이해 별장 주변에서 미사일을 자주 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