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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중국 순서로 통화한 이재명 대통령...어떤 상징적 의미 있나

2025.06.11
통화 중인 이재명 대통령
NEWS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마지막으로 미·일·중 정상들과 첫 통화를 마쳤다

대통령직에 오른 지 엿새 만에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들과의 첫 공식 소통을 마쳤다. 지난 4일 열린 취임식에서 '실용외교'를 강조하던 이 대통령 외교 행보의 첫걸음이다.

가장 첫 통화 상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 국무부가 이 대통령의 당선 직후 축하 메세지를 밝힌 데 이어 6일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20분간 이루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25분 간 통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지막 주자였다. 10일 오전 11시 30분께 시작된 통화는 약 30분간 이어진 것으로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3개국 정상과 이재명 대통령 간의 첫 통화는 모두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통화 길이의 차이는 "그냥 말의 길이 (차이) 정도"라며 "전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한중 관계 의식했나

통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Getty Images
미국 국무부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루어진지 나흘 만에 공식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백악관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흘 만인 10일 미 국무부는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 리더십 하에서 우리의 동맹(한미동맹)이 계속 번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이후 브리핑을 통해 공개적인 형식으로 통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날 통화를 나눈 사실을 의식해 한미 정상 간의 대화를 공식 확인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다만 김태형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꼭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BBC 코리아에 "미국이 기본적으로 (한국에) 요구하는 분야가 관세, 주한미군 주둔 비용, 한중 간 소통 등인데 사실 미국의 의도대로 되기에는 경제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횡포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쉽지 않죠. 따라서 이를 모두 감안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건데,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가 이야기하는 '실용' 외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서 이를 잘 활용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 간의 통화 직후 두 정상이 관세를 포함한 무역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두 대통령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의 경우 10% 기본 관세에 더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과 철강 및 알루미늄 분야에 각각 25%, 50% 적용되는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적용한 상호 관세는 총 25%(기본 관세+국가별 차등 관세 15%)인데, 차등 관세의 경우 다음 달 8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또한 이번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방미 초청하고, 두 정상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중국과는 어떤 얘기 오갔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Getty Images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첫 통화를 마쳤다

이어 9일 이 대통령 취임 닷새 만에 이루어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두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에게 "오늘날의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올해, 양국 국민들 간의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도 향후 직접 만나 한일관계 발전 방향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지난 10일 약 30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협력'을 강조하며 양측 간의 발전 의지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안보, 문화, 물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희망한다"고 했으며, 시 주석도 이에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제스쳐가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실상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양국은) 옮겨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33년 된) 중·한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견지하자"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긴밀한 의견 교환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순서와 길이, 의미는?

한미일과 중국 국기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정상들 간의 통화 순서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통화를 했다. 다만 통화 시간은 중국, 일본, 미국 순으로 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부터 이재명 대통령까지 10년 남짓의 기간 동안 이어져 온 사례를 살펴보면 대통령 취임 후 미일중 3개국 중 미국과 항상 첫 정상 통화가 이루어졌다.

박근혜, 윤석열 정부 때는 이재명 정부와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통화 뒤로 일본 총리와의 통화가 뒤를 이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미, 중, 일 순서대로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이 대통령의 통화 순서가 직전 정권과 비슷한 기조로 한미일 협력에 더 주력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또한 "통화 순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본과 통화를 우선한 것은) 한미 동맹을 기본 틀로 가져가기 위한 한미일 공조를 위한 첫 외교적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 있죠. 전통적인 우방 동맹을 중심으로 한 외교 안보 정책을 펼쳐내겠단 의미로 해석됩니다."

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역시 이 대통령이 "중국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무난한 출발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을 마지막에 둔 통화 순서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친중 성향' 아니냐는 국내 여론과 미국, 일본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의 실리를 챙기려는 '실용 외교'에서는 중국이라는 경제적 위상을 가진 나라와 적절한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중국 기대론도 많이 허물어졌고, 반중 정서도 팽배해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에게 여전히 '정치적 현실'입니다. (중국은) 통일 정책에 대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유용한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죠. 이재명 정부는 한미일 동맹을 위주로 하겠지만, 유연성을 발휘해서 중국과도 나름대로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실용외교를 추구하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김 교수는 또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지금까지의 행보는 예측 가능한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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