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담았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전날인 23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요구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됐다.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시작 24시간이 지나면 종료 투표를 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강제 종료된다. 이날 오전 9시 12분쯤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 의원들의 종결 찬성표로 토론이 종결됐고, 이어 바로 법안 표결이 진행됐다.
재적의원 298인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를 거부하며 전원 퇴장했고, 개혁신당 의원 3명은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한편, 이날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후 민주당이 추진하는 또 다른 쟁점 법안인 이른바 '더 센 상법 개정안'도 즉시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 경영권 침해의 우려가 크다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해 왔으며, 오전 10시 40분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을 시작으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됐다.
'더 센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통과된 상법 개정안보다 더 강한 2차 상법 개정안으로 평가된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 담았나
노란봉투법은 과거 윤석열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 중 하나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법안의 핵심이다.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에 대한 일부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조는 근로자와 사용자, 노동쟁의의 정의 등을 규정하고 있고, 제3조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및 배상 책임을 다룬다.
먼저 이번 개정안은 기존 제2조에 나오는 "사용자"에 대한 정의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계약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등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등 "노동권이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를 잃게 됨)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원·하청 간 분쟁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여, 노동시장 격차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노동조합"에 대한 정의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플랫폼종사자 등 현행법상 근로자에 포섭되지 않은 자 등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노동조합의 주체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전제는 유지하면서, 일부 근로자 아닌 자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이 부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도 일부 수정해 기존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변경됐다. 여기서 주장의 불일치는 당사자간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기존 제21대 국회 의결안에서는 이 부분을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바꾸었으나, 권리분쟁 전반에 대한 쟁의가 가능해지면 쟁의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고, 현장갈등비용이 증가된다는 우려를 반영해 이번 안에서는 다시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또한 "제92조제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제92조는 규정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의 내용 중 해당하는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벌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정리해고·사업 통폐합 등이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된 제3조에서는 많은 조항이 신설됐다.
먼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조항과 "사용자는 노조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운영을 방해할 목적 또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노사관계의 현실에서 "노조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노조와 근로자 측에서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책임의 면제와 관련해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도 신설됐다. 이는 노사분쟁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다만 이 조항의 경우 긴급 상황에서 다른 대응 수단이 없어 불가피하게 대응한 경우에만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조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 손해의 배상 의무자인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인 조건에 따라 책임비율을 정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노조에서의 지위·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손해 발생 관여 정도, 임금 수준 등에 따라 책임비율을 정한다. 노조활동에 따른 손해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 법리를 유지하되, 개별 근로자에 대한 과다한 배상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에서의 지위·역할 등에 따른 책임만큼만 배상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배상의무자인 노조와 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의 감면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등을 고려해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손해배상 책임을 근로자에게 인정하는 경우에도 신원보증인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지 않는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한 조합원의 가족·친지 등으로 배상책임이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한편, 기존 제3조는 "법에 따른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사용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이 추가됐다.
고용노동부는 제3조 개정안에 대해 불법행위를 무조건 보호하거나 면책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여한 정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정당한 법적 책임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이번 개정안은 법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향후 6개월간의 시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시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가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되는 판례와 판단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