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독수리' 감소가 50만 명의 인명 피해를 가져온 이유
옛날 인도에선 독수리가 매우 흔했다. 이 새들은 주로 쓰레기 매립지에서 소의 사체를 찾아다니며 사냥했다. 그러나 약 20년 전, 병든 소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약물 때문에 독수리들이 죽기 시작했다.
'디클로페낙'이라는 저렴한 소염진통제가 독수리에게는 치명적이었고, 이 약물이 들어있는 소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들은 신장 부전으로 사망했다.
2006년에 이 약물 사용이 금지된 후에도 세 종의 독수리 개체수는 91~98% 감소했다.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5년간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미국경제학저널(AEA)의 연구도 있다.
논문 공통 저자인 에얄 프랭크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조교수는 “독수리는 박테리아와 병원균이 포함된 죽은 동물을 우리 환경에서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연의 위생서비스라 할 수 있다. 개체가 없으면 질병이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크와 공동 저자 아난트 수다르산 교수는 독수리 개체 수가 줄어든 뒤 그 이전 인간 사망률을 비교했다. 또한 광견병 백신 판매, 들개 개체 수, 물 공급의 병원체 수준도 조사했다. 그들은 항염증제 판매가 증가하고 독수리 개체 수가 내려앉은 후 한때 독수리가 번성했던 지역에서 인간 사망률이 4% 이상 증가했다고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또한 대형 가축 개체 수가 많아서 시체 더미가 목격됐던 도시 지역에서 피해가 가장 컸음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2000~2005년 독수리 감소로 연간 약 10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생해 연간 690억 달러 이상의 사망 피해나 조기 사망과 관련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사망은 독수리가 환경에서 제거했을 질병과 세균의 확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수리가 없는 환경에선 떠돌이 개 개체 수가 증가해 인간에게 광견병을 전파했다. 광견병 백신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개들은 독수리와 달리 부패한 유해를 처리하지 못해 세균과 병원체가 식수로 확산됐다. 수다르산 교수는 "인도의 독수리 수 감소가 인간에게 예측할 수 없고 회복하기 어려운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말했다.
"이번 경우에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원인이었지만, 서식지 상실, 야생동물 거래, 그리고 지금은 기후 변화와 같은 여러 인간 활동이 동물과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비용을 이해하고 특히 중요한 종을 보존하기 위한 자원과 규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도에서 흰엉덩이독수리, 인도독수리, 붉은머리독수리 개체 수는 각각 98%, 95%, 91% 감소했다. 이집트독수리와 유럽그리폰독수리도 많이 감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19년 인도의 가축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는 5억 마리 이상의 가축이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독수리는 역사적으로 농부들이 가축의 사체를 빠르게 제거하는 데 의존해 온 매우 효율적인 청소부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인도의 독수리 감소는 조류 종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감소이며, 미국에서 승객 비둘기가 멸종한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인도 조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 남아 있는 독수리들은 현재 보호 구역 주변에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오염된 가축보다는 죽은 야생 동물을 더 많이 먹고 산다. 독수리 개체수 감소는 여전히 문제를 유발하는데 인간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수의학적 약물이 여전히 독수리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체 매립과 떠돌이 개들의 경쟁으로 인해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또한 채석과 채굴로 인해 독수리의 번식지가 방해받고 있다.
독수리 개체수가 회복될 수 있을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희망적인 징후가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는 독수리 20마리가 웨스트벵갈의 타이거 보호구역에서 방생됐는데 남부 인도에서 300마리 이상의 독수리가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