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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구독료를 지불할 가치가 있을까?

2024.05.14
일론 머스크의 X 계정 속 파란색 체크 표시
Getty Images
조이 클라인먼 기자는 일론 머스크가 'X'에서 유료 구독제로 전환한 ‘파란색 체크 표시’ 인증 표시를 갖고 있다

좋다, 고백할 시간이다. 나는 일론 머스크의 SNS 'X(구 트위터)'의 유료 가입자다.

한 친구는 “왜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에게 돈을 주냐”며 외치기도 했다.

물론 이 친구의 말도 나름 맞지만, 내가 유료 구독을 신청한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 나를 사칭한 가짜 계정 몇 개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구독을 하면 내 계정을 어느 정도 인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X의 인공지능(AI) 챗봇인 ‘그록’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X의 유료 구독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 돈을 내고 X의 유료 구독을 신청했다. BBC의 비용도 아니었다.

현재 X의 유료 구독자에 대해선 인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구독 시 이름 옆에 표시할 수 있는 ‘파란색 체크 인증 표시’를 숨길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좋은 콘텐츠를 올려 인정받는 대신 비용을 치르고 다른 사람들의 계정보다 더 눈에 잘 띄도록 계정을 “사들인” 이들에 대해 깊은 불쾌감을 표시하는 일부 기존 사용자들도 존재한다.

사실 난 유료 구독이 플랫폼 사용 경험에 큰 변화를 불러오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몇 가지 개선된 점은 있다.

우선 분명한 장점은 이제 더 긴 게시물을 올릴 수 있으며, 게시 이후 편집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광고가 줄어든 것도 마음에 든다.

반면 이제 진짜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에 이 플랫폼을 어지럽히는 스팸과 봇이 더욱더 귀찮게 느껴진다.

유튜브, 왓츠앱, 틱톡 등 여러 SNS 앱
Getty Images
여러분이 SNS 구독료를 내고 있지 않다면, 저들은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광고업계 임원이었으나 현재는 ‘아일랜드 시민 자유 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으로 변신해 광고 업계에 도전하고 있는 조니 라이언은 어떤 면에선 광고주들이 구독자보다 더 만족시키기 쉬운 돈벌이 상대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광고주들은 콘텐츠의 내용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가끔 스캔들이 불거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정치적으로 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상품을 살 때 돈을 내지 않았으면, 당신이 바로 그 상품’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즉 무언가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여러분이 입력하거나 제공한 데이터를 가져가 다른 기업에 광고비를 청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미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수익성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은 몇 년 전 내가 기술 업계에서 많이 들었던 문구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 기업들은 유료 구독을 점점 더 많이 고려하고 있다. 이 유정의 매장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6개월 전, 거대 기술 기업 ‘메타’는 유럽 시장에서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의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모바일 기기에서 매달 13유로(약 14000원)를 내면 광고 없이 이러한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 요금의 평균 수준이다. 메타는 내게 유료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이는 겉으로는 소비자 선택권에 관한 새로운 EU 법률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EU 집행위원회는 돈을 내거나 아니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해 메타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2022년 6월 스냅챗이 선보인 광고 없는 유료 구독 모델 ‘스냅챗 플러스’는 출시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2023년, 유튜브의 광고 없는 유료 구독 모델인 ‘유튜브 프리미엄’의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돌파했다.

미디어 에이전시 ‘소셜리 파워풀’의 설립자이자 오랫동안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다는 제임스 헤킹은 “(유료 가입 시) 번거로움 없이 그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언제 광고가 나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내게 꼭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약간의 광고가 표시되는 저렴한 구독 모델을 출시했으며, ‘아마존 프라임’은 자사 영상 플랫폼에 광고를 도입한 후 (이미 구독 중인) 사용자에게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언 연구원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양쪽 입장 모두에서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광고를 보는 동시에 구독료도 지불하는 건 “기이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기술 관련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엑스포넨셜 뷰’의 창립자 아짐 아자르는 구독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시장이 새롭고 성장하는 단계에서 포화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비즈니스 수익을 추가로 창출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기꺼이 인터넷 사용비를 낼 의사가 있는 사용자층이 있듯이, 더 빨리 비행기에 탑승하고자 추가로 돈을 내겠다는 사용자층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자르는 특히 SNS 플랫폼들은 더욱더 신중히 구독 서비스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아짐 아자르
Azeem Azhar
아짐 아자르는 SNS 플랫폼이 모든 서비스를 유료 구독으로 전환해버리면 사용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자르는 “무료 모델 없이 모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사용자 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참여도가 떨어지게 되고, (SNS 플랫폼의)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면서 “콘텐츠의 재공유 및 제작에 필요한 무료 사용자와 조금 더 나은 경험을 위해 추가로 비용을 내려는 사용자층 간 균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X는 유료 구독 모델을 출시한 지 며칠 만에 팔로워가 100만 명 이상인 계정엔 무료로 프리미엄 계정 자격을 보유했으며, 최근엔 그 범위를 프리미엄 팔로워 2,500명 이상인 계정으로 넓혔는데, 이는 이미 이러한 교훈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이는 많은 뉴스 플랫폼이 정기구독 모델로 전환에 성공한 데 따른 것이다. 많은 뉴스 플랫폼이 유료화라는 벽을 넘어 자리 잡았다.

특히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지난해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 연구소’는 스웨덴 국민의 33%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구독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자르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에서 구독자 약 10만 명을 보유한 창작자다. 작가는 무료로 서브스택에 글을 게시할 수 있으며, 서브스택은 독자들의 유료 구독료 중 10%의 수수료를 가져가며, 이에 더해 결제 시스템 ‘스트라이프’의 거래 수수료 3%가 추가로 차감된다.

서브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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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택’는 현재 광고를 붙이지 않고 있다

서브스택 측은 자신들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수많은 발행물을 구독하는 사용자가 30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서브스택의 작가들은 광고를 넣을 수 없다.

서브스택의 창립자 하미시 맥켄지는 계정이 성공하기 위해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계속 게시물을 게시해야 한다. 독자들의 마음속에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은 여러분과 관계를 쌓아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이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하죠. 즉 이들의 관심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광고 게임과는 반대로 정직해야 하며, 독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여러 콘텐츠를 눈덩이처럼 쏟아붓는 방식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남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맥켄지는 언젠가는 다수의 SNS 플랫폼 및 서브스택과 같은 개별 창작자 모델에 올라온 모든 콘텐츠를 한 번에 다 구독할 수 있는 모델 선점을 두고 SNS 플랫폼 간 ‘거대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 본다.

“사용자가 상품이 아니라 고객인 세상이 훨씬 더 나은 세상”이라는 게 맥켄지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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