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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괴물이 된 것 같았어요'

2024.04.30
캐롤라인 미첼
Caroline Mitchell
캐롤라인 미첼은 자신이 아이를 원치 않아 한다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출산율 또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부터 개인적인 경제 상태 혹은 건강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녀 없이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이러한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종종 외면당하거나 소외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BBC는 '브리스톨의 자녀 없는 여성들'의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자녀 없이 살기로 결정한 여성들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단체로, 현재 그 회원 수는 500명을 웃돈다.

캐롤라인 미첼(46)은 자신이 자녀를 원치 않는다는 걸 언제나 알고 있었으나, ‘임신이 가능한 나이’ 내내 얼마나 힘들진 예상하지 못했다.

남편과 브리스톨 브리슬링턴에서 살고 있는 미첼은 어렸을 때만 해도 별다른 고충이 없었지만, 지인과 친구들이 아이를 갖기 시작하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토록 많은 개인적인 질문이 자신에게 쏟아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첼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는 결정) 때문에 내가 괴물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제 관점과 경험은 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합니다.”

미쳴의 눈에 사회는 모성을 위한 곳이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얼마나 삶에서 많이 배제돼 있는지 깨닫게 된다”는 미첼은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학교 교문이나 엄마들을 위한 글쓰기 클럽에서 서로를 만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첼은 종종 “온 세상이” 자녀가 없는 여성들을 위해 설정돼 있다고 생각하는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있는데, “사실 이건 정말 배타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미첼에게도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있으며, 이들이 고의로 미첼이 무리에서 다르게 느껴지게 행동한 적은 없지만, 친구들 모두가 “함께 같은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미첼 자신은 다르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첼은 자신의 선택과 정체성에 대해 “100% 확신”하며 “매우 편안한” 상태이지만, 때로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무엇이 보통(정상)인지에 대한 “문화적 기대” 및 여성이라면 자녀를 갖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개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메간 스탠리
Megan Stanley
메간 스탠리는 ‘폐경기가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2022년 발표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의 수는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태어난 여성 중 50.1%가 30세가 된 2020년에 자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0세의 나이에 절반 이상이 자녀가 없는 첫 여성 세대다.

한편 잉글랜드 남동부 옥스퍼드셔 출신으로 현재 브리스톨에 사는 메간 스탠리(31)는 자녀 없이 살겠다고 확고히 결심했다. 심지어 19세부터 줄곧 불임시술을 받으려고 노력할 정도다.

스탠리는 생리가 너무 고통스럽다며,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신체 기능을 위해 매달 고통을 겪는” 건 너무 “잔인하게”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스탠리가 결정한 바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의사들이 계속 ‘당신은 아직 너무 젊습니다’, 혹은 ‘마음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메간 스탠리와 연인인 애슐리
Megan Stanley
메간 스탠리와 연인인 애슐리는 둘다 자녀를 원치 않는다

그나마 29세에 했던 산부인과 수술 의사와의 상담이 가장 많이 진행됐을 때다.

당시 “의료 기록 등 모든 자료를 준비해갔고, 내 결정의 이유도 차근차근 정리해갔다”는 스탠리는 “심지어 내가 종종 찾던 상담사의 증언도 받아냈다. 정말 모든 걸 다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사는 스탠리에게 현재 어떤 관계인지 물었고, 스탠리는 “지금의 남자친구와 3개월 정도 사귀고 있던” 상태였다. 이 대답을 들은 의사는 불임 수술을 해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스탠리는 남자친구 또한 아이를 원치 않으며, 심지어 정관수술도 받았다고 항변했다.

'제 몸입니다'

이에 의사는 남자친구가 정관수술을 받았다면 “당신이 불임수술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스탠리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며”, 의료진이 자신에게 “수술해주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스탠리는 “내 몸에 일어날 일에 대한 결정이 왜 남자친구의 몸에 일어난 일에 의해 결정돼야 하냐”고 반문했다.

“이쯤 되니 이젠 폐경기가 찾아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것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캐롤라인 미첼
Caroline Mitchell
미첼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삶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미셸은 자녀가 없는 여성들도 기존의 문화적 기대감이 이어지는 데 기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지적했다. “우리는 (자녀가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에 여전히 모든 여성들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회 어디에서나 모성에 관한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얼굴에도 존재합니다.”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삶은 정말 힘들었다는 미셸은 가끔은 자신도 “달라지길” 바랬다고 고백했다. “(자녀를 갖겠다고 선택했다면) 어떤 면에서는 삶이 더 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셸은 많은 여성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이에 대해 자책하곤 한다면서 “사회에선 모든 사람들의 선택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닌 듯하다”고 덧붙였다.

피오나 파울리
Fiona Powley
피오나 파울리는 12년 전부터 '브리스톨의 자녀 없는 여성들’을 운영하고 있다

피오나 파울리(49)는 친엄마의 고통을 바라보며 12살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았다.

파울리는 엄마를 보며 “엄마로서 사는 게 별로 재미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현재 ‘브리스톨의 자녀 없는 여성들’이라는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파울리는 폐경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두려워하진” 않는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매우 편안하다”는 설명이다.

'이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울리는 이제와서 되돌아보니 자신은 “꽤 괜찮게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 것”같지만, “그만큼 간절히 원하진 않았다”고 한다.

한편 미첼, 스탠리와 마찬가지로 파울리 또한 자신의 결정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파울리는 “사람들은 내게 후회할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왜 존재하냐, 아이가 없다면 여성으로서 유효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이기적”이라는 말도 들었으며, 일부 사람들은 파울리에게 나중에 늙어서 누가 돌봐주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에 대해 마치 불편함을 느끼는 듯합니다.”

“아마도 자신들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테죠.”

캐롤라인 미첼
Caroline Mitchell
미첼은 자녀 없는 삶엔 “엄청나게 많은 장점이 있다”고 했다

스탠리도 이에 공감했다.

과거 자녀를 원치 않는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사람들이 꽤 “본능적으로 강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스탠리를 “아이 혐오자” 혹은 “못된 사람”으로 보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스탠리는 “내겐 자녀를 원치 않는다는 게 타고난 본능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파울리는 사람들이 자녀 없는 삶을 살겠다고 결정하는 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은 “아마도 건강에 꽤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자녀 없는 삶을 선택한 것 같다는 파울리는 그래도 “나중에 노인이 돼서 어느 날 갑자기 씁쓸함을 느끼거나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한편 미쳴은 만약 자신이 엄마가 된다면 “무척 분하고 억울할 것”이라면서 자녀가 없는 삶엔 “엄청나게 많은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미첼은 남편과 보내는 시간, 자신만의 취미 활동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스탠리도 이에 동의했다. “아이가 없는 삶엔 여러 기쁨이 있다”는 것이다.

“자유와 경제적 여유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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