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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확정'에 반대 촛불집회...의정갈등 어디로?

2024.05.31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반대하는 부산·울산·경남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등이 지난 30일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에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를 주제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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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이 확정된 가운데, 의료계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7곳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고 '한국 의료는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집회에 나온 의사들은 정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기·광주·부산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의협이 자체 추산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 총 참여 인원은 1만여 명이다.

의협 '6월 큰 싸움' 예고 VS 정부 '집단행동 무의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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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의대 증원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 예상했던 '의사 총파업' 등 집단행동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임현택 의협 회장은 다음 달부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임 회장은 개회사에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100일 넘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나 고생했다"며 "후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고 선배들이 가장 앞장서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투쟁과 관련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 (의대)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도 본격적으로 큰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면서 대정부 투쟁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의협의 경고에 "의대 증원이 확정돼 집단행동은 무의미하다"고 답했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1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브리핑에서 "이미 증원은 확정된 상태로, 이와 관련해 집단 휴진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 가는 현 상황에 대해 조승연 지방의료원연합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확정으로) 이미 큰길을 건너간 것"이라며, 앞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국민을 위한 의료로 가는 방향으로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구·경북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등이 가운과 청진기를 반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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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반대하는 대구·경북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등이 대구 중구 동성로에 모여 의대 증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대표단이 가운과 청진기를 반납했다

전공의 수련 지원 확대 및 근무 시간 단축...'해결책 아냐'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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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근무시간은 2016년 주당 평균 92시간에서 2022년 주당 평균 77.7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외국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의대 증원을 비롯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후 대부분 지금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집단 이탈 중인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면서 "이탈 기간이 다르면 그에 따른 처분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은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 통제관은 "복귀한다면 수련을 제때 마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할 텐데, 하루라도 더 빨리 복귀하면 더 빨리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돼 원하던 길로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재정투자 방향 아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책 파트너인 전공의 여러분들이 빨리 복귀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2026년 2월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법안 시행을 앞두고 31일부터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 단축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복지부는 이달 2~17일 시범사업에 참여할 병원을 모집했고,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에서 검토를 거쳐 서울성모병원 등 42곳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상급종합병원 18곳(비수도권 4곳), 종합병원 24곳(비수도권 7곳)이 포함됐다.

시범사업 기간은 내년 4월까지며, 각 병원에서는 근무 형태 및 일정 조정, 추가인력 투입 등을 통해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30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다.

반면 전문의들은 정부의 전공의 수련 지원 정책 및 근무 시간 단축이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의 박모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전공의 수련 지원 정책에 대해 "그 자체가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엉뚱한 지점을 터치했다"고 지적하며 의대 증원 갈등으로 이탈한 전공의를 복귀하게 하는 해결책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의 출신 신모 씨도 "필수 의료 패키지 및 의대 정원 증원이 핵심인데, (정부가) 핵심을 비켜간 이야기만 한다"며 정부가 "전공의 수련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수련 이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을 줘야 상호 간 원만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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