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도 고민했어요'... 3일 투표소 찾은 시민들의 심정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본투표가 시작됐다. 3일 이른 아침부터 열린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오전 8시 BBC가 찾은 서울의 한 투표소에는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 겸 투표를 하러 오거나 출근하기 전 잠시 들러 투표하러 온 이들도 있었다.
어린 자녀를 안고 투표소를 가는 젊은 부부부터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한 표를 행사하러 나선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유권자들이 이날 투표소로 향했다.
이날 일부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다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 때와는 달리 주민등록지 기준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편한 옷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30대 김모 씨는 "집 근처라 왔는데, 여기가 내 투표소가 아니더라"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했어요'

3일 오전 투표를 마치고 나온 권순오 씨는 BBC 코리아에 "누굴 뽑을지 몰라 미루고 미루다 지금에서야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신중하게 결정했어요. 더 일찍 사전투표도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누굴 뽑을지) 너무 고민이 되어서 늦게 했어요.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이 되더라고요"
권 씨는 한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 국민을 양극단으로 가르지 않고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가 분열된 상태에선 어떤 일을 해도 잘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뭘 해도 해낼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단은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누굴 뽑을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투표를 안 하겠단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심정은 정말 이해돼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더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투표소에 왔다"고 밝혔다.
'누가 되더라도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으면'

가족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유재우 씨는 "어떤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지금은 여야조차도 너무 대립각을 세우고 있잖아요. 그걸 원하지 않아요. 누가 되더라도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숙(가명) 씨는 후보의 '정직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오로지 나라와 국민 하나만을 위해 사심 없이 판단하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해요. 말만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국민 대다수는 나라를 위해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할 겁니다."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정혜진 씨는 "나라가 건강하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게끔 돕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달간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과 리더십 공백을 거치며 "그동안 올바른 것이 바르게 전달되지 않고, 왜곡된 것이 바른 것처럼 전해질 때 많이 안타까웠다"고도 덧붙였다.
청년 세대가 원하는 지도자는?

국제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박준형 씨는 "투표는 일반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며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씨는 "지난 몇 달간 어지러웠던 국내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일지 생각하며 뽑았다"고 말했다.
"소신과 결단력이 있는 분이 선출됐으면 좋겠어요. 정당의 이념과 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하는 후보를 위주로 봤고요. 특히 제가 외교학을 전공하는 만큼 외교 정책 공약을 위주로 봤고, 제가 생각했을 때 올바른 외교 방향을 제시하시는 분을 뽑았습니다."
투표소 앞에서 만난 이민정 씨 또한 "그동안 이루어진 투표에서는 '누가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뽑았는데, 이번에는 누굴 뽑아야 할지 끝까지 잘 판단이 안서더라"고 털어놨다.
이 씨는 20대의 청년 세대다.
그는 "청년 정책을 많이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며 "청년들을 위한 주택 정책이나 신혼부부 정책 공약 위주로 많이 살펴봤다"고 말했다.
일부 청년들은 자신이 종사하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일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30대의 김민혁(가명) 씨는 "인문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공학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 누군지 살펴봤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공학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기를 전공하는 이은지(가명) 씨는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예술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동안 어떤 정치 생활을 해왔는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 후보의 배경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