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단독 인터뷰, '민주주의 지키겠다는 각오로 담 넘었다'
“2024년에 대한민국에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일입니다. '꼭 민주주의를 잘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국회로 들어왔습니다.”
우원식 한국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달려와 필사의 각오로 국회 담을 넘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우 의장은 4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된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시고 본인들 하시는 일을 차질없이 하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이 혼란에 빠졌을 당시 155분 만에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이끌었다.
우 의장은 3일 오후 10시 30분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남동 공관을 출발해 오후 11시쯤 국회에 도착했다.
우 의장이 국회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경찰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우 의장은 출입이 제지되자 차에서 내려 경비가 허술한 곳을 찾아 1m 남짓의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5선 의원, 올해 67세인 우원식 의장이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향한 건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우 의장은 “국회 앞 출입구까지 왔는데 경찰이 막고 있었다”며 “국회의장은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의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국회 경비가 허술한 뒤쪽으로 가서 담을 넘어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에게 침착함을 당부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 모인 의원들은 의장을 향해 “당장 개의해서 (계엄해제 요구) 안건을 상정하라”,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절차적 오류없이 해야 하는데, 아직 안건이 안 올라왔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우 의장은 안건이 올라오자 0시 47분에 본회의를 개의했다.
본회의 투표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오전 1시쯤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155분 만에 국회가 그 효력을 정지한 셈이다.
우원식 의장은 해제 선포가 나오지 않자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거듭 요구했다.
우 의장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민들이 지켜온 나라이고, 위기에 강한 DNA를 갖고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 의장은 “단지 지금의 이 상황을 '국회'라고 하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한 축이 제대로 역할해야 된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음은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인터뷰 전문.
=비상계엄 선포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비상계엄이라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갑자기 이렇게 돼서, 이것은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오게 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고, 그래서 그동안 대한민국이 잘 쌓아온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사태를 보고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되겠다. 정말 2024년에 대한민국에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다는 건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꼭 민주주의를 잘 지켜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국회로 들어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될 때 어디에 있었나?
공관에 있었다.
=당시 국회 출입이 차단됐는데 어떻게 들어오셨는지?
국회 앞에 출입구까지 왔는데 경찰이 막고 있어서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건 어떤 사태가 어떻게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고, 특히 국회의장은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의결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 경비가 허술한 뒤쪽으로 가서 담을 넘어 들어왔다.
=무장 군인들이 국회 본청에 유리를 깨면서 진입을 했는데
국회라는 곳이 민의의 전당이고 민주주의의 상징 아닌가. 그것을 지금 이런 2024년 대한민국에서 군인이 국회로 들어와서 기물을 파괴하고 총을 들고 들어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참담한 느낌을 갖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국회가 꼭 지켜야 되겠다. 국회의장으로서 내 역할을 다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오늘 여러 정당 대표들을 연이어 만났는데 어떤 얘기들이 논의됐나
어제 그런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일이 있었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해서 좀 피곤하기는 합니다만, 이제 비상계엄이 해제는 됐다. 하지만 아직도 굉장히 불확실하고 또 한반도에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알 수가 없는 일이고, 그래서 뒷마무리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대응 방안을 각 당의 대표들을 만나서 협의하고 또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국회와 대한민국은 어디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하나
대한민국은 그동안 국민들이 지켜온 나라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이 떨쳐 일어나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지키고 또 어려운 경제도 살리고 그런 나라다. 정말 위기에 강한 DNA를 갖고 있는 민족이기 때문에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지금의 이 상황을 '국회'라고 하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한 축이 제대로 역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점에서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우리나라의 계엄과 같은 사태가 몇 차례 있었다. 그래서 저는 늘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항상 숙지하고 있었다. 헌법에 의하면 국회에서 비상계엄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가 되면 정부는 지체 없이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지하게 돼 있다. 그래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것만 할 수 있으면 이런 민주주의 훼손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 일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어제 다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제 상황을 거치면서 매우 혼란스러운 정국이 펼쳐졌지만, 제가 국민들께 늘 말씀드린 것처럼 ‘국회가 중심을 잡고 이 혼란을 극복하겠다.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시고 본인들 하시는 일을 차질 없이 하셔도 된다. 더 나아가서 만약에 더 큰 문제가 생기면 제가 국민들께 호소드릴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린다. 국회가 역할을 지금은 제대로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