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남북 대화채널 복원 시험대…'북한 어민 송환' 어떻게 될까

2025.06.27

북방한계선(NLL)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어민들이 110일 넘게 한국에 머무르며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정부의 수차례 송환 요청에도 북한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어민들의 송환 문제가 향후 남북관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송환이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어민들, 왜 돌아가지 못하나?

표류 중 구조돼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북한 주민은 총 6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지난 5월 27일 강원도 고성 동쪽 약 100㎞ 이남 해역에서 발견된 선원들이다.

또 다른 2명은 지난 3월 7일 서해 NLL 부근에서 구조됐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보호시설에서 112일째 머물고 있다.

이들은 한동안 "남조선 괴뢰의 물로는 씻지 않겠다"며 샤워조차 거부하는 등 한국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보였다.

보통 이러한 유형의 주민이 송환될 경우 북한 당국으로부터 표창을 받거나 모범적 사례로 선전될 수 있다. 하지만 북에서 받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2020년 9월 울산시 북구 한 해안가에서 북한에서 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발견됐다
뉴스1
2020년 9월 울산시 북구 한 해안가에서 북한에서 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발견됐다

낙후한 어선의 고장으로 북한 주민들이 의도치 않게 NLL 이남 해역으로 표류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들을 상대로 귀순 의향이 있는지, 아니면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지부터 묻는다.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주민들은 북한의 응답에 따라 비교적 신속하게 송환돼 왔다.

일례로 지난 2019년에도 북한 주민 3명이 동해 NLL 이남에서 한국군에 의해 구조돼 본인의 의사에 따라 40여 시간 만에 북한으로 송환됐다.

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110일 넘게 한국에 머무는 것은 전례 없는 장기 체류 사례다.

북한 주민 송환은 통상 판문점을 통해 이뤄지는데, 북한의 인수 확인과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어민들을 해상으로 직접 돌려보내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수용 의사가 없으면 안전 문제로 인해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적대적 두 국가론'에 가로막힌 대화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Reuters/KCNA
김정은 위원장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이후, 남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북한의 침묵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자리 잡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은 한국과의 소통 채널을 폐쇄하고, 급기야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의 북측 구간을 폭파하기도 했다.

한때 남북 소통 채널에는 정상 간 핫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군사 통신선, 국정원 핫라인 등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단절로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과 동·서해지구 군사 통신선의 경우 2023년 4월부터 북한이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와 연결된 일명 '핑크폰'을 통해 간헐적으로 반응해왔지만, 북한 어민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이마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향후 대화 채널이 복원될 가능성도 있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BC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 복원은 북미관계 흐름과 함께 갈 것"이라며 "아직까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전향적 태도를 안 보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금 더 설득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측은 북한과의 소통 채널 복원을 위해 "통신선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 반응이 없어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관심사는 현재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강화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라며 "남북관계는 북한 당국의 주요 관심사에서 배제됐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이어 "북한이 섣불리 남측과 소통을 시도할 경우 주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저히 '무시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국의 유화정책, 북한은 응답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 지역을 보고 있다
EPA-EFE/Shutterstock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 지역을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남북공동선언 24주년을 맞아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2005년 대북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적이 있는 정동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으로, 여러 차례 방북한 이종석 전 장관을 국정원장으로 내정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 의원은 "이번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 내정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최적의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통일부는 최근 민간단체 6곳의 북한 주민 접촉 신고를 수리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 차원의 남북 소통 채널 복구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향한 적대적 태세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두 국가'를 외치며 내부 사상 교육에 집중하던 북한이 단기간 내에 입장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남북 소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면 김정은 정권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결국 북한이 올해 안에는 우리의 유화적 제스처에 응답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북한 어부들의 거취는?

조만간 남북 대화에 물꼬가 트이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어부들이 송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일각에선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이 6명의 주민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소통에 나선다면 남측과 대화 의지가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주민들이 영구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화되는 송환 문제 속에서 어민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해 결국 귀순을 택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임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주민들이 장기간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 생활의 편리함과 안정성에 만족해 정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어민들 역시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한국 정착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북한 어부 6명의 송환 여부에 대해 "남북 대화가 진전되면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환을 요구하는 어민들과 응답 없는 북한 사이의 교착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불확실한 체류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