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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BBC 인터뷰서 '푸틴이 3차대전 시작해...반드시 저지해야'

7시간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전히 단호한 저항의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키이우 내 정부 청사 구역에서 만난 그는 자국 우크라이나가 패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번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가 군인 수만 명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전략적 요충지를 내어달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휴전 협상 요구 조건에는 대가를 치를 수 없다며 못을 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했으며, 그를 물러서게 할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저는 푸틴이 (3차 세계 대전을) 이미 시작했다고 봅니다. 문제는 그가 얼마나 많은 영토를 점령할지, 그를 어떻게 저지할지입니다 … 러시아는 전 세계에 다른 삶을 방식을 살도록 강요하고, 사람들이 선택해 온 삶을 바꾸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요새 도시'라고 부르는, 러시아가 현재 통제 중인 도네츠크 동부 지역의 20%에 더해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의 추가 영토까지 넘기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만약 이를 넘기고 휴전을 얻어낼 수 있다면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냐는 것이 질문의 취지였다.

"저는 다르게 봅니다. 이를 단순히 영토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포기입니다. 그곳에 사는 우리 국민 수십만 명을 포기하는 행위이며 우리의 위치를 약화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철수'하면 우리 사회가 분열하리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치를만한 대가이지 않을까? 그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일시적으로는 푸틴을 만족시킬 수 있겠죠 … 그는 잠시 멈추고 싶을 테니까요 … 하지만 푸틴이 회복을 마치고 나면, 이에 대해 유럽 파트너국들은 3~5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2년 안에도 회복할 것 같습니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당장 알 수는 없지만, (이 전쟁을) 계속하려 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2026년 2월 18일 오후 9시(GMT) 기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상황
BBC
2월 18일 오후 9시(GMT) 기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상황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곳은 키이우 중심부 부촌에 자리한, 경비가 삼엄한 정부 청사 구역의 한 회의실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주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했다.

경호팀의 철저한 태도에서도 그가 짊어진 지도자로서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나라든 국가 정상을 만나기 위해서는 엄격한 검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에 들어가는 과정은 지금까지 경험한 가운데 가장 까다로웠다.

물론 현재 전쟁 중인 국가의 지도자이기에, 이미 러시아의 표적이 된 대통령이기에 놀랍지는 않다.

2006년 우크라이나판 '댄싱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연예인 출신으로, TV 코미디에서 뜻밖에 대통령이 되는 인물을 연기했다가 결국 실제 대통령이 된 그는 이러한 모든 상황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휴전 협상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이롭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하는 듯하다.

지난여름부터 서방 외교관들은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한 올여름 전까지 영토를 양보하는 것이 휴전 성사의 핵심이라는 푸틴의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백악관 외부의 많은 전문가들 역시 우크라이나는 아무런 양보도 없이 이번 전쟁을 승리로 끝낼 수 없으며, 결국 패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이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냐고 묻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당신이 어디에 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당신은 키이우에 있습니다. 우리 조국의 수도에, 우크라이나에 있습니다. 저는 그럴 수 있어 매우 감사할 뿐입니다. 우리가 지겠냐고요? 당연히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인 두 사람의 모습
Fred Scott/BBC
키이우의 정부 청사 구역은 엄격한 보안 체계 속 보호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고 거듭 말해왔다. 그렇다면 그 승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물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살육이 멈추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더 넓은 의미의 승리는 바로 푸틴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세계적 위협과 연결된다.

"저는 지금 푸틴을 저지하고 그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막는 일이야말로 전 세계의 승리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승리가 모든 영토의 수복은 아닌 것일까.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는 단호하고 분명한 일입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이루기에는 (러시아의) 병력 규모가 방대하기에 수백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 대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충분한 병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계속해서 인명피해가 이어질 것입니다. 국민이 없는 영토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솔직히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에게는 무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동맹국들의 결정에 달린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입니다. 그러나 1991년(소련의 최종 붕괴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독립 선언의 해) 시절의 합법적인 국경 상태 회복은 분명히 승리일 뿐만 아니라 정의 실현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의 독립을 지키는 일이며, 전 세계를 위한 정의의 승리는 우리 영토를 모두 되찾는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에게서 사전에 준비된 '외교적 털이'를 당했다. 이는 한 서방 고위 외교관이 내게 말한 표현이다.

세계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이들의 설전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보게 됐다.

당시 막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 하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를 지원하던 시대는 끝났음을 강하게 선포하고자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이미 새로운 미 행정부로부터 통보받은 상황이었으며, 밴스 부통령은 이 대서양 동맹이 굳건하리라는 서유럽의 환상을 산산조각 내고 막 귀국한 직후였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나단 파월 영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등으로부터 조언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대립을 피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거의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핵심 첩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사들여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2025년 2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손가락질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나는 종종 모순되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듯 젤렌스키야말로 이번 전쟁을 시작한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을 여럿 말한 바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소리 내 웃었다.

"저는 독재자가 아니며,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을까. 만약 안보 보장을 받아낸다고 하더라도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킬 것인지 물었다. 워낙 마음을 쉽게 바꾸기로 유명하니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적정 기한의 임기가 주어진 대통령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30년간 지속될 안보 보장을 원합니다. 정치 지도부는 바뀌고, 지도자도 바뀝니다."

즉 미국의 안보 보장은 미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만 완벽하다는 뜻이었다.

"의회에서 표결을 거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통령만으로는 안 됩니다. 의회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바뀌지만 제도는 남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인물일지라도 영원히 백악관에 있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러한 안보 보장이 있어야만 미국의 또 다른 요구사항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올여름까지 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젤렌스키가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이 20세기 마지막 날부터 줄곧 국가 지도자 자리에 있는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에는 선거를 요구한 바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에서 언제 선거가 열리든 간에 "출마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재출마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원래 우크라이나에서는 2024년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계엄령이 이어지면서 선거는 진행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법을 개정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선거는 기술적으로 치러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먼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국민 수백만 명이 현재 난민이 돼 해외에 체류 중이며, 러시아가 상당한 영토를 차지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면 여러 잠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그래서 나는 사실상 선거를 치르자는 생각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만약 (선거가)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이라면, 하겠습니다. 나는 '왜 계속 선거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한 가지를 정하라. 나를 몰아내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선거를 원하는 것인가? (설령 지금 나에게 솔직히 말하지 못하더라도) 선거를 원한다면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먼저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당신들 또한 그것이 정당한 선거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곳 우크라이나 내부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가을 젤렌스키 정부는 결국 최측근 보좌관의 사퇴로 이어진 부패 스캔들로 휘청거렸다.

그러나 이후 새롭게 행정부를 재정비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유럽 대부분 국가 정상에게는 꿈의 숫자인,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한편 그는 끊임없이 더 많은 양질의 장비를 요구하며 파트너 국가들의 피로감을 키웠다. 1년 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와 밴스가 그에게 쏟아낸 비판 중 하나도 그가 제대로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의 요구 목록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한 미국 무기의 생산 허가가 최근 추가됐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방공입니다.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파트너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방공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트리엇 시스템이나 심지어 우리가 이미 보유한 패트리엇용 미사일조차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동맹국들은 왜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답이 없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우크라이나어에서 영어로 바꾸었다.

인터뷰 내내 그가 말한 모든 내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전쟁이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할지 물었다.

"아니, 아니, 아닙니다. 2개의 경로가 병행되는 구조입니다 … 우리는 여러 지도자들과 체스를 두고 있는 것이지, 러시아와 하는 게 아닙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개의 병행된 단계와 방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성공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우리에게 성공이란 푸틴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푸틴이 이 전쟁을 끝낼 것 같지는 않지 않은가? 막대한 압박을 받지 않는 한 전쟁을 끝낼 것 같지 않은데, 지금은 그러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지켜보죠. 그는 종전을 원하지 않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지 않으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신의 가호가 있다면 우리는 성공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사진 촬영용 포즈를 취하고 BBC 취재진과 악수를 나눈 뒤 방을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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