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말랄라가 참여한 한국 해녀의 삶 다룬 다큐 영화 '마지막 해녀들'
한국의 어느 섬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할머니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고 하면… 여러분은 아마 별로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은퇴한 노인들의 일상적인 취미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귀여운 할머니의 낚시 이야기도 아니다.
‘바다 여인’이라는 뜻의 해녀들은 사실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대담하고 거친 사람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성 운동가로 현재 영화 제작자로 변신한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수 김이 감독을 맡은 최신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을 통해 이들 해녀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들려주기로 결심했다.
살아 있는 인어라고도 불리는 해녀들은 지난 수 세기간 제주도에서 산소 없이 물속에서 해산물을 캐며 살아왔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이 60~80대인 이들의 고유한 전통과 삶의 방식은 위험에 처해 있다. 이 일을 선택하는 젊은 여성들이 별로 없으며, 바다 자체도 잠재적으로 위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유사프자이는 “많은 사람들이 해녀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나도 해녀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에 충격을 받아서 바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한국계 이민자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어릴 적 한국에서 놀러 갔다 해녀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같은 이유로 저도 해녀들에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고, 활기차고, 자신감 넘칩니다. 그리고 정말 요란합니다 … 싸우기도 하고, 크게 웃기도 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당당히 공간을 점령하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들의 이러한 분위기와 엄청난 에너지를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늘 이분들에게 매료됐죠. 이들은 제가 영감을 받고 닮고 싶었던 한국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쯤, 지금 계신 분들이 마지막 해녀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절실해졌다”는 김 감독은 “해녀들이 아직 살아 계실 때,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들려줄 수 있을 때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절박한 의무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다큐 영화 ‘마지막 해녀들’은 해산물 수확철에 고되게 작업하는 여성들을 따라다니며 물 안팎에서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살펴본다.
우선 매일 아침 6시, 이들은 잠수하러 바다로 향한다. 몇분간 숨을 참고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다시 물 밑으로 내려가는 과정을 한 번에 100~300회 반복한다.
이들의 체력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해보라. 이들은 그렇게 4시간가량 물질을 한 뒤, 3~4시간 동안 잡아 온 조개와 물고기를 손질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하던 이 일을 왜 오래전부터 여성들이 맡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제주도 공식 관광 정보(비짓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배낚시를 하다 거친 바다에서 사망하는 이들이 많아 전체 인구에서 남성의 수가 적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바다에서 물질을 할 남성이 적어 점차 여성들이 그 일을 맡게 됐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해녀들’은 해녀에 대해 다룬 최초의 대형 다큐멘터리로, 김 감독은 처음엔 이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해녀 사회는 매우 배타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촌에 사는 시골 공동체입니다. 제주도 내 도시와도 교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비정부기구와 일한 경험이 있어 해녀 지역사회에 인맥이 있는 한 여성 연구원을 찾았다.
“이 분이 … 우리를 소개해주셨고, 그 후 전 제주도로 내려가 2주간 함께 지냈습니다 … 해녀분들과 함께 지내며 이들의 신뢰를 얻었죠. 제가 주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식이었습니다.”
“이분들은 현재 자신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해녀분들은 자신들이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고 느끼며,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무도 이에 대해 모르거나, 혹은 신경 쓰지 않는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 했습니다.”
김 감독은 해녀들이 노년에도 일을 한다는 이유로 고정관념을 갖거나 자신이 이들을 동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납득시켜야 했다고 한다.
"이분들은 일하길 좋아합니다! 그리고 일을 통해 스스로 강해지고 힘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은 해녀들에게 이들이 지닌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또한 해녀들에게 이 이야기를 할머니들의 슬픈 이야기로 만들지 않겠다고, “왜냐하면 나는 여러분들을 영웅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약속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됐습니다.”
해녀들은 여러 위협에 시달린다. 우선 너무 위험하기에 이들을 위한 보험이 없다. 게다가 이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가 잠재적으로 위협에 처해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특히 얕은 수심에서 해양 생물이 줄어들고 있어 산소 없이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해녀들의 시위를 조명하고 있다(제주도는 일본과 바다를 맞대고 있다). 해녀 중 한 명인 장순덕 씨가 제네바의 UN 인권이사회에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전문가들 대부분이 이번 방류가 안전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승인도 받았지만, 모든 과학자가 방류가 바다에 미칠 영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한편 해녀들이 해양 생물을 채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태계 보호를 위해 특정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가 따로 규정돼 있다.
김 감독에 따르면 해녀들이 산소 탱크를 사용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은 숨을 참는 방식으로는 자연스러운 양만큼 채취할 수 있어 남획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도 더 큰 위협은 내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 험난한 직업을 택하는 젊은 여성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에는 해녀 감소를 막고자 해녀 양성 학교가 설립됐으나, 졸업자의 5%만이 해녀가 됐다.
그렇다고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SNS에서 해녀에 대해 알리고, 해녀라는 직업이 일과 가정 간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연한 직업임을 강조하고 있는 두 여성들의 이야기도 조명한다. 이들은 제주도 출신이 아니며, 한 명은 해녀가 되고자 30살에 수영을 처음 배워야 했다.
나이 든 해녀들은 축제나 시위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면 ‘우리 아기들’이라고 부르고, 청년 해녀들은 나이 든 해녀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유사프자이는 해녀들의 삶에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해녀들과 이들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사회의 여성 억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벌이는 활동 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여성들이 집단으로 벌이고 있는 활동과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소녀들이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길 바랍니다. 여성들은 산소 없이도 2~3분 동안 물속에서 버티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하긴 합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이는 제가 수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