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9·11 테러 설계 혐의로 기소된 3명, 유죄 인정 합의 도달'
미국 국방부가 2001년 9·11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된 3명이 재판 전 미 정부와 합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왈리드 무하마드 살리 무바라크 빈 아타쉬, 무스타파 아메드 아담 알 호사위는 과거 체포된 뒤 수년간 재판 없이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에 구금돼 있었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3명은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할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형량 거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알카에다가 일으킨 9·11 테러로 인해 뉴욕,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거의 3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숨졌으며,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침공했다.
9·11 테러는 2400명이 숨진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 영토를 노린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유죄 인정 합의는 검찰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처음 발표됐다.
이번 사건의 수석 검사인 아론 루 해군소장은 “사형을 구형하지 않는 대가로 이 3명은 “기소장에 적시된 2976명 살해 혐의 등 모든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이 세 사람은 민간인 공격, 전쟁법 위반을 통한 살인, 납치, 테러 등 무수히 많은 혐의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다음 주 초 이들이 법정에 공식적인 사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납치범들이 여객기를 납치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외곽의 미 국방부 청사에 추락시킨 이 사건의 설계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납치된 4번째 여객기의 경우 승객들이 맞서 싸운 덕에 펜실베이니아의 한 들판에 추락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였던 모하메드는 지난 2003년 파키스탄에서 무스타파 아메드 아담 알 호사위와 함께 체포됐다.
미 검찰은 모하메드가 당시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에게 여객기를 납치해 미 본토의 건물에 충돌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으며, 이후 테러범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데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모하메드는 ‘워터보딩(물고문)’ 등 일명 ‘강화된 심문 기법’을 183회 이상 받았다. 이러한 가혹한 심문 기법은 이후 미 정부에 의해 금지됐다.
루 해군소장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합의는 “결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면서 “정의를 위한 …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바이든 행정부는 모하메드 등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된 5명과의 양형 거래 조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 대통령으로부터 자신들이 독방에 수감되지 않을 것과,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장받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 31일 대통령 또한 새로운 협상에 대해 보고받았으며, 이번 협상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9·11 테러로 아내를 잃은 짐 스미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가족들은 “이 금수 같은 자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짓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23년을 기다렸다”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저들은 그런 기회를 우리로부터 앗아갔다”면서 범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최고 형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원들도 발 빠르게 나서 용의자들과 합의한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했다.
미치 맥코넬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번 유죄 인정 합의는 “미국을 지키고 정의를 실현해야 할 정부의 책임을 역겹게 버린 꼴”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과 협상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이들이 구금된 후 협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