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배우기 위해' 고국을 떠난 아프간 여성들

2024.09.07
탈레반이 점령했을 때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22세 마흐는 영국 카디프로 피신했다. 그는 분홍색 블레이저를 입고 유리창 앞에 서 있다.
Urdd
22세 마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다

이번 주 많은 학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소녀들은 탈레반에 의해 중등학교를 비롯해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외출이 금지돼 있다.

22세 마흐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을 때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다.

마흐는 현재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번 주부터 영어로 중졸 검정고시(GCSE)를 시작했다. 그는 BBC 뉴스비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행복하고 안전하며, 자유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흐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내 친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삶에 대한 제한은 더욱 심해졌다.

12세 이상의 여성과 소녀들은 학교에 갈 수 없으며, 대부분의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미용실은 문을 닫고, 공원, 체육관, 스포츠 클럽 출입도 금지되는 등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에 제한이 걸려 있다.

영국 카디프에 거주 중인 마흐는 "친구들과 밖에 나가거나, 대학에 있을 때, 기쁘거나 행복한 순간을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지 않는다"며,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아, 너는 영국에 있으니 이제 자유를 누리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마흐는 영어 GCSE 공부를 시작으로 웨일스에서 조산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영국에선 대학에 갈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난 행복하지만, 동시에 고향에 있는 내 나이 또래 친구들은 집을 나설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여성 교육 금지를 종교적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들은 커리큘럼이 '이슬람식'인지 확인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여성들을 다시 입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으며,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여성 교육에 제한이 걸려있는 유일한 국가다.

커다란 크림색 코트에 녹색과 흰색 비니를 쓴 마흐가 카디프의 세네드 밖에서 빨간색, 흰색, 초록색 줄무늬와 얼굴이 그려진 삼각형 모양의 우르드 마스코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Urdd
탈레반을 피해 도착한 카디프에서 우르드의 마스코트 '미스타 우르드'와 함께한 마흐의 모습

영국 카디프에서 교육을 받기까지 마흐의 여정은 고단했다.

탈레반이 점령하는 동안 그는 헬만드 주에서 칸다하르로, 그리고 카불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그가 수도 카불에 도착한 지 3일이 지난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보니 집 앞에 탈레반이 서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있으면 그들이 저를 죽일 수도 있고, 결혼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 저 갈래요'라고 말했어요. 어머니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셨죠.

“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죠.”

마흐는 결국 다른 난민들과 함께 영국에 도착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왔어요. 엄마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어요.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그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지금은 안전하지 않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제가 자랐고 학교를 다녔던 곳입니다. 제 나라를 잊을 수 없고 모든 것이 그리워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Getty Images
2021년 9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에게 딸들의 학교 복귀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흐는 웨일스에서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가장 큰 청소년 단체 중 하나인 우르드의 지원을 받았다.

이 단체의 최고 경영자인 시안 루이스는 웨일스로 피난 와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현재 웨일스어를 이중 언어로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처음에 우르드에서 교육을 받았고, 일부는 웨일스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이제 많은 문이 열렸습니다.”

마흐는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너무 힘들었어요. 아는 사람도 없었고요. 모든 것이 처음이었죠.”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마흐는 BBC 뉴스비트와 20분 넘게 영어 인터뷰를 할 수 있으며, 웨일스어도 추가로 배우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매일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해요.”

“여성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안전해요. 그들은 행복해야 합니다. 정말 운이 좋죠.”

아프가니스탄 전통 의상을 입은 17세의 아크다스는 보라색으로 칠해진 세계지도를 뒤에 두고, 갈색 나무 나선형 계단에 앉아 있다.
Aqdas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밀리에 온라인으로 학교에 다닌 17세 아크다스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또 다른 여성, 17세 아크다스가 있다.

그는 현재 집에서 1만2000마일(약 1만9312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뉴멕시코의 한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던 날을 회상했다.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나요."

“저들이 내 권리를 빼앗아 갈까? 20년 전 어머니가 겪었던 것처럼 나도 폭력을 경험하게 될까?”

“어머니가 울면서 제 어깨에 손을 얹고 탈레반 때문에 학업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크다스에게 “탈레반이나 너의 한계가 네 인생의 각본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 후 아크다스는 헤라트 온라인 학교의 도움을 받아 비밀리에 온라인 교육을 계속했다.

“저는 공부를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온라인이든 다른 방법을 찾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죠.”

녹색 재킷과 청바지를 입은 17세 여성 아크다스가 “아르망 해머 미국 서부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라는 슬로건이 적힌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USA 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qdas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크다스

아크다스에게도 아득하고 혼란스러운 여정이 있었다. 미국 장학금을 받으려면 비자를 받아야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여성으로서 출국 허가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의료 비자를 이용해 아버지와 함께 파키스탄으로 갔다고 전했다.

아크다스는 교육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종종 간과되는 다른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문제가 여학생 교육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신 건강 같은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은 매일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BBC 뉴스비트에 여성의 교육과 대학 진학 금지를 강력히 규탄하며, 탈레반에 “이러한 결정을 철회하고 아프간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긴급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뉴스비트는 탈레반 측에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 금지에 대한 우려에 대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