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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젤렌스키 회담이 열린다면 어디서 열리게 될까

2025.08.22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우 회담이 수주 내 성사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양자 정상회담 추진 계획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다.

우선 회담 개최 후보지로는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튀르키예 이스탄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을 시작하기 3년 전인 2019년 이후 단 한 번도 같은 공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언급하며 지난 18일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믿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통화 내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한 것일 수 있다.

거의 동시에 러시아 크렘린 측 또한 해당 통화에 대한 자체적인 설명을 내놓았으나, 비교적 애매모호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에 따르면 미-러 두 정상은 "대표단을 격상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특사 대신 장관급 인사가 회담에 참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러-우 회담이 "향후 2주 내" 열릴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참석할 용기가 있을진 알 수 없다"고 경고하며 푸틴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화 프로세스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거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외교적 소용돌이가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푸틴과 젤렌스키 간 회담 성사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또한 러-우 정상 회담 참여에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회담에 참석하겠다며 내세운 조건은 우크라이나 측이 거의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이번 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고 수준에서" 숙고해야 할 모든 "쟁점"이 해결될 경우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모호하면서도 단호한 표현은 과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양자 회담을 거부할 때도 사용되었다.

한편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수락했다고 전하며, 이를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안보 보장이란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처음 제시했다 우크라이나가 거부한 내용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군사 개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그룹에 러시아도 포함되는 방식이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에 참석한 위트코프 특사의 모습
Getty Images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받아들였다고 했으나, 여기에는 상당한 조건이 뒤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내 주둔도 금지된다는 조건도 포함되어 있기에, 러시아가 향후 재침공한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셈이다.

지난 21일 라브로프 장관은 다른 어떠한 안보 체계도 "전적으로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동맹국들의 안보 보장이 합의된 이후에야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말하는 안보 보장은 서방의 군사적 지원을 전제로 하여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오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서로 상대방이 평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이나, 회담 장소에 대한 추측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 회담 이후 외교적 소용돌이가 잦아든 가운데 우선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가 잠재적인 후보지로 언급되었다. 미국 측 역시 이를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테르 씨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 또한 "언제든 와도 된다"면서 "한 시간 전에만 미리 알려주면 우리는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고 안전하며 평등한 조건을 보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부다페스트를 중립적인 지역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현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관계를 유지하는 유럽 내 몇 안 되는 지도자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는 한편 대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을 차단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해지자. 헝가리는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오르반 총리의 정책이 반우크라이나적이었던 것은 아니나, 우크라이나 지지에는 반대였다"면서 부다페스트에서의 회담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날인 20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X를 통해 부다페스트에서의 회담 개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지난 1994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소련제 핵무기 일부를 포기하고 러시아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합병과 2022년 전면 침공으로 이 약속은 무의미해졌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투스크 총리는 "혹시 내가 미신을 믿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다른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오랜 기간 고위급 회담을 개최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 중립인 유럽 국가 스위스를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여러 국제기구가 자리한 빈을 거론했다.

지난 2023년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ICC 서명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모두 평화회담을 위해 방문한 경우라면 푸틴 대통령에게 면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역시 회담 후보지로 논의됐다. 이스탄불에서는 올해 4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표단 회담이 3차례 열렸다. 그러나 전쟁 포로 교환 외에 휴전을 위한 별다른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티칸과 사우디아라비아도 후보지로 언급됐다. 바티칸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적절한 회담 장소라고 주장해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한편 고위급 외교와는 별개로 전쟁은 여전히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과 인접한 러시아 로스토프의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를 통해 "러시아가 의미 있는 협상에 진정으로 임하고 이번 전쟁을 끝내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압박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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