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영화 리뷰: '광적으로 유쾌한' 한국의 걸작, 올해의 '기생충' 될 듯
영화 '올드보이'와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지만 폭소를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 신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국제적으로 큰 흥행을 거둘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경이로운 찬사를 받으며 데뷔했고, 이어 아카데미 수상까지 거머쥐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어쩔수가없다'(영문명 'No Other Choice')는 올해 그에 상응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올드보이'(2003)를 연출하고, 봉 감독의 '설국열차'(2013)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던 박찬욱의 최신 걸작 '어쩔수가없다'는 오늘날 경제적 현실에 맞서며 한두 번의 기발하게 연출된 죽음을 담은, 광적으로 재미있고 끊임없이 놀라운 또 다른 한국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아름다운 가족의 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제의 집은 '오징어 게임'의 프론트맨으로도 잘 알려진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유만수의 소유다. 그는 그 집에서 태어났고, 성인이 된 뒤에는 집을 되사서 복원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그곳은 만수와 사랑스러운 아내(배우 손예진), 그리고 두 자녀가 함께하는 완벽한 숲속 보금자리가 됐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지." 영화의 시작 부분, 꽃이 흐드러진 정원에서 장어를 구우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다 이뤘다."…이런.
박 감독은 이렇게 장난기 섞인 불길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자마자 지체 없이 이를 산산조각낸다. 만수는 25년간 같은 제지 공장에서 일해왔고 '올해의 펄프맨' 상을 받은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의 새 미국인 소유주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자신을 포함시키자 충격에 빠진다. 영화는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굴욕의 순간들은 가슴 저미면서도 암울한 웃음으로 담아낸다. 만수와 전 동료들은 원을 그리고 앉아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자기 확신의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임시로 창고 업무를 맡던 중,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오후 반차를 요청했다가 작업복이 벗겨진 채 속옷 차림으로 건물 밖으로 내쫓긴다.
1년 후, 가족은 고통스러운 절약을 강요받는다. 바로 넷플릭스를 해지하는 것! 3개월 후에는 미워하는 이웃에게 소중한 집을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바로 그때, 만수는 절박한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죽이고,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만한 자격을 갖춘 지역 내 모든 사람을 제거하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살인은 생각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복잡한 일이라는 걸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게다가 '펄프맨' 동지들이 자신과 불편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결국 그는 '또 다른 버전의 나'를 죽이려는 것이었다.
'어쩔수가없다'는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액스(The Axe)'를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2005년 코스타-가브라스 감독이 영화화했지만, 박 감독은 이를 완전히 자기만의 것으로 재창조했다. 이는 섬뜩하면서도 감동적인 블랙 코미디로, '친절한 마음과 화관(Kind Hearts and Coronets)' 이후 가장 배꼽 잡는 연쇄살인극이라 할 만하다. 만수는 박 감독의 복수 스릴러 걸작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망치를 휘두르는 안티히어로의 먼 친척쯤으로 볼 수도 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시민이었다가, 삶이 무너지면서 암살자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신작의 분위기는 감독의 전작들과 너무나 달라서,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를 보지 않았다면 박 감독이 평생 유쾌한 희비극을 만들어온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쩔수가없다'는 은근한 반복 개그부터 배꼽 빠지는 난장극까지 모든 것을 선사한다. 음악이 너무 커서 잠재적 살인자와 피해자가 서로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운데 살인에 실패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슬랩스틱 코미디의 절정이다. 박찬욱은 매 장면을 재치와 시각적 재능, 그리고 효과적인 개인적 디테일로 가득 채운다. 그는 만수의 과거를 드러내는 중요한 조각들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치통과 첼로 수업,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가는 무도회장 댄스파티와 관련한 다채로운 여담을 곁들인다. 이 영화의 천재성은 바로 이 모든 잡다한 요소들이 시나리오에 중요한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소름끼치는 부분, 애잔한 부분, 그리고 매우 우스꽝스러운 부분이 모두 기막히게 맞물린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장치들은 한 가지 핵심을 강조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신랄한 풍자 장면이 펼쳐질 때까지, 박 감독은 피로 물든 주인공이 한때는 단지 계속 일하고 싶었을 뿐인, 평범한 중년 가장이라는 점을 관객이 잊지 않도록 한다.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의 가장 유쾌한 작품일 뿐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폭력적인 코미디 영화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