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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관광·사진촬영'…김정은과 푸틴이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

1일 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국기 앞에서 레드 와인으로 건배하며 미소 짓고 있다
AFP via Getty Images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오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핵미사일과 전차가 줄지어 지나가고, 5세대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며 비행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그러나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많은 이들의 시선은 첨단 무기가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쏠릴 전망이다.

두 정상의 해외 방문은 최근 몇 년간 극히 드물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행사에서 이들 정상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향후 세 나라의 관계와 계획과 관련해 무엇을 시사할까? BBC 뉴스 한국어·러시아어·중국어 서비스 기자들이 이번 외교 무대의 의미를 분석했다.

북한: 위상 제고와 관광 산업

중국 군대 여성 병사들의 클로즈업 사진.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 via Getty Images
베이징에서 퍼레이드 리허설이 이미 진행 중이다

BBC 뉴스 한국어 서비스의 문준아 기자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거의 6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미국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참석 전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고, 시 주석은 그해 말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여러 면에서 '최초'가 될 것이다. 일단 북한·중국·러시아 세 나라 정상이 함께 공개 석상에 서는 것도 처음이다.

이는 최근 북한 지도자들에게는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은과 그의 아버지이자 전임자인 김정일 모두 양자 외교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또 북한 지도자가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1959년 이후 처음이다.

문 기자는 "이번 방문은 경제난과 주요 정치 기념일을 앞둔 북한에 중국의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최근 북한 내 쌀값 급등을 지적했다.

김정은은 오는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9차 당대회를 긴축 상태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치를 수 있도록 보장받기를 원할 것이다.

김정은과 시진핑이 깃발 앞에 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Gamma-Rapho via Getty Images
베이징에서 열린 퍼레이드는 시진핑과 김정은 간의 유대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중국의 원조가 필요한 더 놀라운 경제 현안이 있다.

문 기자는 "북한은 최근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 관광지구에 중국인 관광객을 대규모로 유치하기를 원한다"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지도자의 베이징 방문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선다.

김 위원장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해왔다.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그가 양국 지도자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문 기자는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연대를 통해 초강대국 정상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인물로 부각하고, 향후 중·러·북 삼각 축에서 북한의 중심적 위상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오는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식에 시 주석이 참석하기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는 국내외에서 그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둔 한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문 기자는 "김 위원장의 방문은 한국과 미국, 일본 간 협력 강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널리 해석된다"라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3자 동맹을 더욱 강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어 "만약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이 북·중·러 협력을 강화한다면, 한국의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무기 체계와 군사 기술, 정보, 물류 분야에서 북·중·러 간 비공식적 협력이 강화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제 무대 복귀

푸틴과 트럼프가 걸으며 이야기하고, 서로의 말을 듣기 위해 몸을 기울이며 미소 짓고 있다
Getty Images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베이징에서 열리는 퍼레이드에 참석하면서, 그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BBC 러시아어 서비스의 알렉세이 칼미코프 기자는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베이징 초청을 받은 것은 푸틴 대통령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로 세계 무대에서 점점 고립돼왔다"라고 덧붙였다.

"G7 정상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던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왕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이어 두 세계 강대국이 그를 환영하고 있다.
칼미코프 기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당국은 이런 국제적 성공을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 열병식 참석은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러시아 국민에게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칼미코프 기자는 "수많은 악수와 포옹, 레드카펫은 러시아 대중에게 모스크바가 베이징의 하위 파트너가 아닌 동등한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적 관계 외에도 중국 열병식 행사에는 또 다른 핵심적인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일본의 항복과 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칼미코프 기자는 "중국의 무력 과시는 세계에 중요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있으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메시지는 미국 백악관을 향한 것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는 신호다.

칼미코프 기자는 "러시아와 중국 간 '제한 없는 우정'(no-limits friendship)은 여전히 건재하다"라고 말했다.

중국: 군사력 과시

탱크에 탑승한 네 명의 군인들이 차량 안에서 자세를 취한 채 군중 앞을 지나고 있다
Getty Images
2015년 중국 건국 70주년 승전 기념 퍼레이드에 전시된 군사 장비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은 스스로가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군사 강국임을 과시하려 한다.
BBC 중국어 서비스는 "중국 당국은 70분간 진행되는 퍼레이드에서 인민해방군의 신형 무기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첨단 극초음속 무기, 공중·미사일 방어 시스템, 전략 미사일 등 현재 주력 전투 장비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 전 정부 대변인은 상당량의 신형 장비가 처음 공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자과학자회보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확충하고 현대화하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외교적 측면에서 이번 초청 명단은 과거보다 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CC는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중국은 과거 ICC가 수배 중인 인물을 이런 행사에 초청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은 바 있다.
그러나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알래스카로 초청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BBC 뉴스 중국어 서비스가 전했다. "미군이 푸틴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기 때문"이다.

누가 참석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불참하느냐다.
10년 전 같은 퍼레이드에는 대만 집권 국민당(KMT)의 주석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BBC 중국어 서비스는 "당시는 양안 관계가 좋은 시기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대만은 민주진보당(DPP)이 집권하며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됐다.

BBC 중국어 서비스는 대만이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 대응해 "공직자의 베이징 열병식 참석을 금지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번 행사에는 26개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대만 대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치권을 가진 대만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통일'을 오랫동안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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