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열: 꽃가루 및 계절성 알레르기 대처법 9가지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 치료 방식과 피해야 할 알레르기 유발 요인 등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고통을 줄여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조언을 소개한다.
태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꽃들은 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전 세계 곳곳에는 코를 훌쩍이고 기침을 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인구는 약 4억 명에 달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 같은 공기 중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비강(콧속 통로)을 자극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증상이 특정 계절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건초열(Hay fever)'이라 부른다. 북미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다양한 꽃가루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 '계절성 알레르기(Seasonal allergies)'라고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건초열 환자 수와 증상의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다행히 기침과 재채기를 참으며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난 몇 년 사이 대부분의 건초열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치료법이 등장했다. 또한 방대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이러한 치료법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제시되고 있다.
이번 알레르기 시즌, 고통을 줄여줄 9가지 팁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시기를 소개한다.
알약보다는 비강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 스프레이, 혹은 복합제
코를 훌쩍이기 시작하는 순간, 많은 이들이 '클라리틴'이나 '베나드릴' 같은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를 찾는다. 하지만 이런 알약들은 코에 직접 뿌리는 제품보다 다소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작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경구용 약물이 그렇듯 알약은 소화 과정을 거쳐 전신으로 퍼져야 한다. 정작 약 성분이 가장 필요한 부위인 비강 조직에 도달하는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반면, 비강 스프레이는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약물을 직접 도포한다. 또한 먹는 약과 달리 염증 경로 자체를 직접 공략하기 때문에 코막힘, 재채기 등 전반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데 훨씬 더 유용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비강 스프레이가 대부분의 성인과 어린이에게 '1차 치료법'으로 권장된다.
비강 스프레이 중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항히스타민제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사이 나온 선택지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복합 스프레이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을 하나로 합친 이 '원투 펀치' 방식은 부작용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단일 제제보다 뛰어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비강 스프레이만으로도 눈의 증상이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알레르기 및 호흡기 내과 명예 교수인 스티븐 더럼은 "눈이 계속 가렵다면 '올로파타딘' 성분의 안약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는 주의할 것
모든 비강 스프레이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막힌 코를 뚫기 위해 습관적으로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비충혈 제거제)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코막힘 완화 스프레이('옥시메타졸린', '페닐에프린', '자일로메타졸린' 등의 성분)는 혈관을 수축시켜 부어오른 비강 조직을 가라앉힘으로써 호흡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를 장기간(보통 5일 이상) 사용하면 혈관이 약물에 의존하게 되어 약을 뿌리지 않았을 때는 반동 작용으로 코가 더 심하게 붓게 된다. 이른바 '리바운드성 충혈'이다. 이를 모르는 환자들은 코가 더 막힌다는 생각에 약을 더 자주 사용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심할 경우 비강 점막의 영구적인 손상이나 약물 의존성(중독)이 생길 수도 있다.
3.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는 반드시 '2세대'를 사용
만약 알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세티리진(지르텍)', '로라타딘(클라리틴)', '펙소페나딘(알레그라)'과 같은 "2세대" 제제를 선택하자. 이러한 최신 약물들은 '디펜히드라민(베나드릴)',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같은 1세대 약물보다 안정적인 효과를 내며 진정 작용(졸음 등)이 적다.
알레르기 전문의인 글레니스 스캐딩 박사는 경구용 항히스타민제와 비강 스프레이를 동시에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 있지만, 이는 보통 "돈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알레르기 연구 비영리 단체 '유포레아(Euforea)'의 부회장이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병원의 명예 컨설턴트다. 스캐딩 박사는 "이미 비강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중에 경구용 항히스타민제를 추가한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4. 치료는 알레르기 시즌 전 미리 시작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비강 스프레이를 미리 사용하자. 알레르기 시즌이 시작되기 몇 주 전부터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 임상 시험에 따르면, 건초열 시즌 4주 전부터 비강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난 후 사용을 시작한 이들보다 훨씬 좋은 경과를 보였다.
5. 증상이 없는 날에도 꾸준함이 핵심
더럼 교수는 "비강 스프레이가 효과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대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치료제를 사용하자. 또한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 혼합 스프레이의 임상 결과에 따르면 하루 한 번보다는 두 번 사용했을 때 증상 완화 효과가 가장 컸다.
6.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 비강 스프레이 사용법
아무리 좋은 비강 스프레이라도 잘못 사용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많은 사람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스프레이를 콧속 깊숙이 밀어 넣고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약을 뿌린 뒤 코를 훌쩍이면서 들이마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약물이 코 점막에 머물지 못하고 목구멍 뒤로 넘어가게 만든다.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반드시 코 점막에 머물러야 한다.
대신 먼저 콧구멍을 살짝 들어 올린 뒤 노즐이 같은 쪽 귀 방향을 향하도록 비스듬히 삽입해야 한다. 이때 반대쪽 손을 사용하면 적절한 각도를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노즐은 콧속으로 약 6mm(1/4인치) 정도만 들어가면 충분하다. 준비가 되었다면 머리를 약간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약물을 분사한다. 특히 사용 직후에는 코를 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약물이 즉시 씻겨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고 치료 효과가 가장 큰 부위에 충분히 머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