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전격 사퇴…경제·통상 공백 어떻게 되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전격 사퇴하면서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에 큰 공백이 생겼다.
특히 한미 간 진행 중인 통상 협상과 대외 신인도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해온 인물이 물러나면서, 향후 경제정책 추진과 국제 협상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일 0시를 기점으로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을 부총리 겸 장관 직무대행으로 임명해 비상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F4 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되도록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참석해 금융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
최 전 부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에 번지지 않도록 대외 신인도 유지에 집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12·3 계엄 시도 이후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서도 주요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수장,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한국의 경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가신용등급 방어에 성공했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15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사퇴로 이 같은 성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P는 앞서 "한국의 정치적 분열이 지속될 경우 차기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최 전 부총리의 사퇴가 대외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한미 간 진행 중인 '줄라이 (7월) 패키지' 협상에서 나타난다.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는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환율정책 등 4가지 핵심 의제를 놓고 양국이 협상에 들어갔다.
특히 7월까지 구체적인 협상안을 도출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한국 측 대표 중 한 명인 최 부총리의 사퇴는 협상 동력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이 통상 실무를 주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환율정책 및 경제안보 의제를 논의하는 핵심 파트너 기관이다.
특히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통상 협상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사실상 그들을 돌봐주고도 무역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 군대는 우리가 말할 또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그 어떤 협상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을 병행하거나 상호 연계해 한국을 압박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상 외에도 민생 경제 대응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국회는 전날 정부안보다 1조6000억 원 늘어난 13조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켰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김범석 직무대행은 "증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외환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F4 회의'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점검·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주요 현안의 중심 인물이던 최 전 부총리의 무게감을 대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최 전 부총리는 사퇴 직후 언론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