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못 마셔요'…미국 데이터센터 옆집 주민의 삶
2016년 은퇴한 베벌리 모리스는 꿈의 집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조지아주 평화로운 시골 지역, 숲과 고요함에 둘러싸인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조지아주 페이엣카운티에 위치한 모리스의 집에서 불과 366m 떨어진 곳에는 창문 없는 대형 건물이 세워졌다. 서버와 케이블, 점멸하는 불빛으로 가득한 이 건물은 데이터센터다.
온라인 뱅킹부터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도구에 이르기까지 각종 디지털 기술의 생명줄이며, 미국 소도시와 전 세계 곳곳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모리스는 "집이 반만 제대로 돌아가고 물도 없는 상태에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물도 못 마셔요."
모리스는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가 소유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가정집 우물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침전물이 쌓인 것이다. 이제 모리스는 양동이에 물을 담아 변기를 내리고 있다.
수압을 다시 높이기 위해 주방 배관도 수리해야 했다. 하지만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는 여전히 침전물이 섞여 있다.
모리스는 "물을 마시기는 겁이 나지만 요리할 때나 양치할 때는 여전히 사용한다"며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타는 해당 문제와 자사 데이터센터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메타는 BBC에 보낸 답변에서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메타는 모리스의 우려를 조사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지하수 조사를 의뢰했다. 해당 보고서는 메타의 데이터센터가 "인근 지역 지하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메타는 모리스가 겪는 수질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지만, 모리스의 입장에서 메타가 환영할 수 없는 이웃이라는 건 분명하다.
모리스는 "이곳은 내게 완벽한 장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우리는 종종 '클라우드'가 실체가 없고, 디지털 공간을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물리적인 실체가 있다.
클라우드는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존재한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에 위치하며, 영국과 독일이 그 뒤를 잇는다.
AI로 인해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면서 이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에 따라 인근 주민의 불만도 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지역 시민의 반발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감시단체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40억달러(약 87조8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문제는 건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 사용량도 논란이 있다. 서버를 식히려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싱크탱크 국가에너지분석센터(National Center for Energy Analytics)의 마크 밀스는 지난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고성능 프로세서는 아주 뜨겁다"며 "칩 표면 온도는 태양 표면보다 뜨거울 정도이고, 식히는 데 많은 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많은 데이터센터는 증발 냉각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는 물이 열을 흡수한 뒤 증발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원리와 비슷하다. 더운 날에는 한 시설에서 수백만 갤런의 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데이터센터가 202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조7000억 갤런의 물을 소비할 수 있다.
이 긴장 관계가 가장 눈에 띄는 지역 중 하나는 조지아다. 조지아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 속한다.
조지아 지역의 습한 기후는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경제적으로 공급해, 개발업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풍요로움에는 대가가 따를 수 있다.
조지아주 플린트강 수질을 감시하는 비영리단체 플린트리버키퍼(Flint Riverkeeper)의 고든 로저스 이사는 미국 데이터센터 업체 퀄리티테크놀로지서비스(QTS)가 짓는 새 데이터센터 부지 아래 개울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현지 자원봉사자 조지 디츠는 투명한 비닐봉투에 물을 담았다. 물이 탁하고 갈색을 띤다.
디츠는 "이런 색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색이 침전물 유출을 의미하며, 응결제도 섞였을 수 있다고 본다. 응결제는 공사 현장에서 흙을 굳혀 침식을 방지하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이 개울로 유출되면 슬러지를 형성할 수 있다.
QTS는 자사 데이터센터가 높은 환경 기준을 충족하며, 건설 지역에 수백만 달러의 세수를 창출한다고 말한다.
공사는 대부분 하청업체가 진행하지만, 피해는 결국 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로저스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땅이 넓고 부유하다고 해서, 땅이 작고 덜 부유한 소유주보다 더 많은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기술 대기업들은 문제를 인지하고 대처 중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글로벌 수자원 관리 책임자 윌 휴스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인근 유역과 지역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AWS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휴스는 AWS가 누수 복구, 빗물 수집, 처리된 폐수의 냉각용수 재활용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설명한다. 버지니아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큰 하구인 체서피크만(灣)의 영양물질 오염을 줄이기 위해 농민들과 협력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에서는 AWS가 냉각에 물을 사용하지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물 접근성과 수질 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주 지역에서는 연중 가장 더운 날 가운데 약 10% 정도에만 물을 쓴다는 것이 휴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숫자는 누적된다. 챗GPT 같은 AI 서비스에 질문 하나를 보낼 때는 편의점에서 파는 작은 생수병 하나 정도의 물이 사용된다. 하루 수십억 건의 질문이 오간다고 생각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할 수 있다.

애틀랜타 소재 에모리대학교의 라지브 가르그 교수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가르친다. 가르그 교수는 데이터센터가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현대 사회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가르그 교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개선책은 있다고 본다. 그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 똑똑한 냉각 기술, 빗물 활용, 효율적인 인프라 등이 열쇠다.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점을 인정하지만, 이 업계가 지속 가능성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베벌리 모리스처럼 어제의 꿈과 내일의 인프라 사이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한 산업 트렌드를 넘어 국가 정책의 일부가 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약속하며, 이를 "미국의 데이터가 이끄는 미래"라고 표현했다.
지금 조지아에서는 습한 공기 위로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있다. 이 지역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다시 상기시켜 준다.
현지 주민에게는 '기술의 미래'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그 미래는 시끄럽고, 물이 많이 필요하며, 때로는 함께 살아가기 버거운 모습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문제는 명확해진다. 모든 세상의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물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내일의 디지털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