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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에 오기위해 시에라리온에서 2억원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하다'

2025.06.05
학교 건물 앞 파투 우리
Fatou Wurie
시에라리온 출신인 파투 우리는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에서 공중보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시에라리온 출신의 파투 우리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자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20만달러(약2억5000만원)를 모았다. 그런데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둔 현재 모든 것이 위태롭다.

하버드 입학은 그에게 매우 큰 의미였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에서 자궁근종이 시에라리온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그는 "우리 가족과 지역사회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도약"이라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둔 현재, 이 모든 노력과 희생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최상위 명문 대학들이 과도하게 진보적이라며 이 같은 단속 조치에 나섰다.

태미 브루스는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학생 비자 인터뷰 중단 결정에 대해 "우리는 누가 이 나라에 들어오는지 심사하는 과정을 매우 진지하게 여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매사추세츠주 소재 하버드 대학교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 등 미국 최상위 명문 대학들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에 나섰다

이에 우리는 과연 올해 11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 논문 심사를 잘 마무리하고 졸업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은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과 지혜를 품고" 하버드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우리는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사 과정생이자 단체 설립자로서 계속 이동하고 연결되는 게 내 일의 핵심"이라면서 "(만약) 지연된다면 이는 단순히 학업을 방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흐름이 멈춰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처럼 개인적 또는 학업적 이유로 학위 과정을 연장하려는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I-20'이라는 서류를 새로 제출하게 된다. 이는 미국 정규 교육 과정에 입학한 사실이 있으며, 재정적 상황이 양호함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우리 또한 이미 I-20을 갱신한 상태다. 즉 하버드로 돌아가 올해 11월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모든 절차적, 재정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비자 인터뷰를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만약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전면적으로, 영구적으로 이어진다면 "고통스러운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내 연구와 내 연구를 바치는 여성들의 삶도 멈출 수 없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재정적, 정신적 피해

파투 우리
Fatou Wurie

우리는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고자 자신과 가족들은 수천달러에 달하는 부담을 떠안았다고 토로했다.

"저는 대출을 받기도 했고, 학업과 근로를 병행했습니다. 비자, 주거비, 의료비 등 끊임없이 나가는 비용도 감당해야 했죠. 게다가 금전적인 문제 외에도 이민 제도를 따라가며 법을 지키고, 자격 요건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감정적으로 큰 부담입니다. 집중력과 마음의 평화를 헤치는 일이죠."

한편 개인적으로도 큰 문제이지만, 우리는 이번 일이 미래의 아프리카 학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아픈 일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번 일이 의미하는바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학생들에게는 안 그래도 좁은 글로벌 교육의 문이었는데, 그 문마저 닫히면 우리 존재는 조건부였음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려는 외국인 학생들은 본국 내 미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예약한 뒤 비자를 발급받게 된다.

국제 유학생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체인 '오픈 도어스'에 따르면 2023~24학년도 기준 미국 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약 210개국 출신으로, 110만 명을 웃돌았다.

한편 우리는 미국이 "글로벌 교육을 공동 투자로 바라보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 또한 "단순히 인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재들을 통해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는 "당신의 정책은 사람들을 고립시킬 수도 있고,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이끌고, 만들어내고, 기여하고자 (미국에) 왔다. 역사에 문을 닫은 사람이 아닌 연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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