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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철, 남자도 '반바지 출근' 가능할까?

2025.06.21
정장 스타일의 회색 반바지를 입은 남성
Getty Images

날씨가 화창한 어느 오후, 토니 하디와 통화를 했다. 그는 여름철이면 자주 그렇듯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다.

"우리는 항상 반바지를 입어요."

토니는 영국 노섬벌랜드에 있는 브랜딩 에이전시 '캐니 크리에이티브(Canny Creative)'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은 9명이다. 그의 회사에는 복장 규정이 없다. 대신 그는 직원들에게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한 복장을 권장한다. 특히 최근 사무실의 에어컨이 고장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토니는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불편하게 일하는데, 거기서 훌륭한 결과물까지 기대한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박쥐 그림이 그려진 흰색 배트맨 티셔츠와 공룡 무늬 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바다 위 보트에 앉아 있다.
Tony Hardy
토니는 사무실에 자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지만, 이 공룡 무늬 수영 반바지는 오직 휴가 때만 입는다

옷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름이 다가오면서 이번 주와 다음 주 영국 전역에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사무실이나 출퇴근길에서 더위를 피하는 일은 쉽지 않다. 틱톡만 봐도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는 걸 알 수 있다.

2022년 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66%가 남성이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이 괜찮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6년의 37%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 조사는 영국 역사상 가장 더웠던 날에 진행됐다.

개인 스타일리스트 카리나 테일러는 "최근 몇 년 사이 직장 복장이 매우 캐주얼해졌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청바지나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재택근무가 일반화됐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르멘 벨로 에스콰이어 매거진 스타일 에디터는 (코로나19) 시기 많은 이들이 주방이나 홈오피스에서 반바지를 입고 일했으며, 화상 회의에서는 더 이상 하의까지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은 여전히 "매우 애매한 영역"이라고 카리나는 말한다. 그는 반바지를 "궁극의 캐주얼 아이템"이라고 표현했다.

캐주얼한 청 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최근 몇 년 사이, 사무실 복장은 "상당히 캐주얼"해졌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는 전적으로 '상황'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법률이나 금융처럼 외부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업무에는 반바지가 너무 캐주얼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회사에 명확한 복장 규정이 없다면, 동료들이 무엇을 입는지 살펴보고 반바지가 부자연스러워 보일지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계를 넘는 셈이 될 수도 있다"고 런던의 개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닉 헴스가 전했다.

'반바지 출근' 회사의 입장은?

반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사무실에서 동료와 대화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카르멘은 여성들이 일상 생활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이 더 편하다고 전했다

BBC는 여러 기업에 공식 복장 규정이 있는지, 또 반바지를 전문적으로 스타일링했을 경우 사무실에서 착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했다.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Accenture)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ritish American Tobacco)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은 명시적인 복장 규정은 없지만, 직원들이 편안하면서도 전문적으로 옷을 입기를 기대하며, 고객을 만나거나 외부 행사에 참석할 때는 특히 복장에 신경 써야 한다고 BBC에 밝혔다.

회계법인 PwC는 직원들이 출근 복장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입어도 되는 옷과 안 되는 옷을 따로 나열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산탄데르(Santander)는 유니폼 착용 의무가 없는 직원의 경우 캐주얼 복장과 비즈니스 복장 모두 허용된다고 밝혔지만 "비치웨어처럼 보일 수 있는 복장은 사무실에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어떤 반바지를 입어야 할까

회사에서 반바지를 허용한다면, 어떤 스타일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가능한 한 포멀하게, 이상적으로는 맞춤형 반바지를 고르고, 너무 짧은 길이는 피하라는 것이다. 비치웨어, 운동복, 카고 반바지, 청 반바지 등은 대부분 사무실 복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회사 '위 아 소셜(We Are Social)'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핫팬츠를 입고 출근하기도 했다고 루시 더블데이 대표가 말했다. 그는 "우리는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며 회사가 복장을 창의성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니 대표와 그의 팀도 비슷한 분위기다. 그들은 고객사를 만날 때도 반바지를 입는다. 런던의 대형 은행 본사가 있는 커내리 워프(Canary Wharf)에서 미팅을 가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토니 대표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긴 했다"며 "그곳 사람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고, 날씨는 정말 더웠다. 하지만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이고, 평소 미팅에 가듯 똑같이 갔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회사가 자신의 직원 복장을 문제 삼는다면, 아마도 함께 일할 적합한 파트너는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맞을까?

스타일리스트들은 반바지가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고 말한다. 카르멘은 사무실 밖에서도 반바지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남성들에게 반바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대부분 휴가 중이 아닐 때는 입는 게 불편하다고 말하지만, 여성복에서는 이런 감정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데이브 맥파틀린이 다양한 반바지를 입고 있다
Dave McPartlin
데이브 맥파틀린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여름방학 전 마지막 학기 몇 주 동안 대부분 반바지를 입고 지낸다

하지만 긴 바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반기는 남성들도 있다. 랭커셔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46세 데이브 맥파틀린(Dave McPartlin)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여름방학 전 마지막 학기 몇 주 동안 대부분 반바지를 입고 지낸다.

데이브 교장은 직장에서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를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말한다. 학생들도 그의 복장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제가 뭘 입든 신경도 안 쓴다고 생각해요."

다이앤 브랜더도 가끔 직장에서 반바지를 입는다. 그는 사무직으로서 더운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지 못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바지가 치마나 원피스보다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쓴 여성이 웃고 있다. 그는 흰색 티셔츠와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있다.
Diane Brander
다이앤은 사무실에서 반바지를 입으며, 반바지가 치마나 원피스보다 더 편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리나의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회사의 복장 규정과 반바지 스타일링에 자신이 있다면 입고, 그렇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아예 입지 마세요. 제대로 된 룩을 연출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자신감마저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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