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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중재하는 이유는?

2024.10.08
베이징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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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평소 같지 않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약 1년 전 가자 지구에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하마스, 파타 등 팔레스타인의 여러 단체는 중국 수도 베이징에 모여 이번 전쟁이 끝난 뒤 가자 지구를 관리할 “민족 화해의 임시 정부” 구성에 잠정 합의했다.

그리고 이들 단체는 앞서 2월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만나 비슷한 합의를 모색한 바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가운데), 마흐무드 알-알룰 ‘파타’ 부위원장(왼쪽), 무사 아부 마르주크 하마스 고위 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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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가운데)이 마흐무드 알-알룰 ‘파타’ 부위원장(왼쪽), 무사 아부 마르주크 ‘하마스’ 고위 간부를 만났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란, 시리아, 터키 등 역내 주요 국가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이들을 회담에 초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재는 과연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BBC가 자문한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묻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러한 개입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두 가지 주요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미국과 서방 세계에 맞서 대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마오쩌둥에서 시진핑으로

천안문 광장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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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 기념식 중 포착된 천안문 광장의 마오쩌둥 초상화

1949년 현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이래, 중국은 항상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 주석은 이스라엘을 마치 대만 보듯 했다. 서구 제국주의의 거점이자 미국이 정한 국제 질서에 잠재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세력들을 통제하고자 세워진 곳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 국제 문제 연구소’(채텀하우스)의 아흐메드 아부두 연구원은 BBC 스페인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반서방, 반식민주의적 표현은 신생 국가 중국이 당시 “팔레스타인이 겪는 고통에서 자신들이 겪은 경험을 느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팔레스타인 지원은 그저 표현에 그친 게 아니었다. 전 세계의 해방 운동을 지원했던 마오 주석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무기도 지원했으며, PLO의 사상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양국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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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표단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대표단을 만났다

그러나 1978년 덩샤오핑 주석이 집권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중국 경제 정책이 바뀐 만큼 중국의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사회주의 시장 경제라는 비전을 실천하고자 중국 정부는 개혁 및 개방을 통해 전 세계에 문을 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이념에서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비국가 단체를 지원하기보단 전 세계 주요 강대국 및 중견국들과의 외교 관계 확대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된다.

한편 2012년 시진핑 현 주석이 집권하며 또 한 번 상황이 바뀌게 됐다는 게 아부두 연구원의 설명이다. 시 주석은 외교 정책에 있어 다시 이념적 요소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실질적 이익 충족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이러한 시 주석의 접근 방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스탈린에서 푸틴으로

스탈린, 푸틴 등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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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시프 스탈린의 집권 하에 러시아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후 이를 최초로 인정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한편 러시아와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그 시작점이 조금 다르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했을 때, 이오시프 스탈린이 집권하던 소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를 인정한 국가 중 하나였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마크 카츠 정치학 명예교수는 BBC 스페인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은 사회주의 성향에 가깝고, 주변 (중동) 국가들은 모두 여전히 유럽의 식민지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사회주의 국가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고, 1950년대 중반 니키타 흐루시초프 당시 소련 지도자는 아랍 민족주의에 동조했다.

카츠 교수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소련 입장에선 매우 유용했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동안 소련이 팔레스타인을 지원함으로써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많은 아랍인들에게는 원칙에 관한 것에 비해, 소련 당국에는 단순히 편의상 유용한 것이었다.

주러시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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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러시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남성

카츠 교수는 “소련은 갈등, 특히 미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정도로 지지한 건 아니었으며, 한 번도 반이스라엘이었던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그러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러시아의 적대감은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에 살고 있던 유대인의 국외 이주를 막았던 정책도 철폐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인 2000년에는 이스라엘인 100만여 명이 구소련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었던 이들로, 이들 중 다수가 러시아어 화자였다.

이후 러시아 당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및 팔레스타인을 향한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으나, 최근 러시아-이스라엘의 관계는 식어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1200명이 사망하고 251명이 인질로 끌려가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전쟁을 일으켜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4만여 명이 숨진 이래 양국의 관계는 더욱더 멀어지고 있다.

대안적 세계 질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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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베이징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한편 중국은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으로, 이들이 사들이는 석유의 절반이 중동 및 페르시아만 국가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경제적 이익과 관련이 있을까. 아부두 연구원은 ‘아니’라고 답했다.

“많은 아랍 국가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왔고,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아직 정상화하지 않은 국가들도 가자 전쟁의 소란이 가라앉으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 중국은 이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관련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이유로 중국에 석유 수출을 중단할 국가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국빈 방문 일정 중 시 주석이 지나는 길에 중국과 미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여성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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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빈 방문 일정 중 시 주석이 지나는 길에 중국과 미국 국기를 흔들고 있는 여성과 아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하려는 중국의 동기는 세계 주요 강대국이라는 새로운 위상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라이벌 관계 및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아부두 연구원은 “중국은 국제 사회가 자신을 중재와 평화 구축에 관심이 있는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미국이 이끄는 현 질서에 대안적인 세계 질서를 내세우고자” 노력 중이라면서, 특히 대부분의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제3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이를 내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봤다.

아부두 연구원은 “중국도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통합할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복잡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그리고 중국은 이번 분쟁의 해결에서 주된 이해관계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관심 돌리기

우크라이나 전사자 추모비 옆에 서 있는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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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 기념식

한편 러시아의 경우,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돌리는 데 매우 유용했다는 게 카츠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뉴스는 크게 밀려났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동맹국,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던 무기 중 일부는 이제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카츠 교수는 “러시아 당국은 서방 세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부두 연구원은 러시아의 중재자 역할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세계에 의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특히 페르시아만 국가 중에는 러시아와 계속 협력할 의지가 있는 국가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푸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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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난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와 푸틴 대통령

2007년 가자 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는 이슬람주의 이념으로 인해 러시아가 선호하는 팔레스타인 측 파트너는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이 단체와 협력하지 않고, 심지어 그 관계를 이용조차 하지 않겠다고 나선 건 아니었다.

카츠 교수는 푸틴이 하마스와 관계를 쌓은 이유 중 하나는 “하마스가 러시아 내부, 특히 체첸의 지하디스트 단체를 지원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라고 봤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당시,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조지아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했으며, 게다가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러시아 내부의 이슬람교도들의 대의도 직접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하마스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나, 하마스에 무기를 지원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에 똑같이 무기를 지원할 위험성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로 다른 전략

올해 5월 베이징의 중난하이에서 비공식 회담 중인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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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 당국의 중동 정책 목표는 일부 서로 맞닿는 부분이 있다

특히 중동과 제3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 등 중국과 러시아의 목표 일부가 겹칠 순 있겠지만, 양국의 접근법은 서로 매우 다르다.

우선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중국은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

아부두 연구원은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맞게 조금 바꾸는 정도로 중동의 역내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러시아는 “완전히 다 날려버리고 러시아의 도움이 되는 식으로 처음부터 재편하고자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돼 이번 분쟁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러시아의 생각은 다르다. 아부두 연구원은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실제로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저 해결책을 모색하는 척하고 있다고 본다.

“만약 이번 분쟁이 해결된다면 양측(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러시아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둘 다 경제 발전에 몰두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방이나 중국 또는 둘 다에 의지하게 되겠죠.”

카츠 교수는 “러시아는 불안정성으로부터 이익을 얻지만, 불안전성이 또 너무 지나치면 이익을 보지 못한다”면서 “이들은 냄비 안이 끓어오르길 바라지만, 끓어 넘치지는 않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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