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전설' 라파엘 나달, 11월 은퇴 예정...그가 세운 기록은?
그랜드슬램 22회 우승에 빛나는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38)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공식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달은 다음 달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결승전에서 스페인 대표로 나서며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사실 나달은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으로 인해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태로, 올해 말 은퇴할 수 있다고 이미 시사한 바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나달은 “여러분들에게 프로 테니스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며 말을 꺼냈다.
“현실적으로 몇 년간, 특히 최근 2년은 힘든 시기였습니다.”
“플레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달은 오랜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 이어 역대 남자 단식 선수 중 2번째로 가장 성공한 선수로 이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클레이코트의 제왕’으로 알려진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롤랑가로스)에서 열린 116번의 메이저 경기 중 112번 승리하며 롤랑가로스 14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 대회에서 이토록 많은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는 없었다.
아울러 나달은 US 오픈에서는 4차례, 호주 오픈과 윔블던에서는 각각 2차례 우승했다.
또한 올림픽에도 출전해 단식과 복식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가장 최근인 2019년까지 스페인의 데이비스컵 4회 우승을 견인했다
나달은 영원한 라이벌 조코비치, 개인 통산 20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남자 테니스계를 지배한 ‘빅 3’로 불리며 수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2022년 은퇴 당시 나달과 함께 경기에 출전하며 눈물을 쏟았던 페더러는 나달의 은퇴 소식에 “대단한 커리어다, 나달! 나는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고 반응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줘서,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테니스에서 당신이 쌓은 놀라운 업적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 조코비치, 메드베데프 꺾고 US 오픈 우승… 24번째 메이저 우승
- 카를로스, 조코비치 꺾고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
- 프랑스오픈 우승한 조코비치… '누가 '최고'인지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할 일'
나달이 지금 은퇴하는 이유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을 때 나달은 연이은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2024년 말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초반에 복귀한 나달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점점 더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한때 전 세계 랭킹 1위였던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코트에 나서고 싶다고 종종 말했었다.
하지만 7월 파리 올림픽에서 오랜 라이벌인 조코비치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후, 그는 지금이야말로 은퇴 적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나달 또한 “분명히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지난 1월, 나달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했으나 허벅지 부상으로 다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호주 오픈에도 불참했다.
나달은 유럽 클레이코트 시즌 4개 대회에 출전해 프랑스 오픈 1회전 패배로 마무리했다. 이후 나달은 바스타드, 올림픽, 롤랑가로스에서 단 2개의 대회에만 출전했다.
오는 11월 19~24일까지 열리는 데이비스컵 결승전 스페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나달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성공적이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대회가 데이비스컵 결승전이고,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게 되어 매우 흥분됩니다.”
나달은 올해 초 올림픽 복식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같은 팀으로 출전한 이후 대회에 나서지 않고 있다. 알카라즈는 스페인 남자 테니스계의 정상으로, 나달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선수다.
알카라스는 평소 자신의 우상이던 나달과 함께 경기한 경험은 “큰 선물”과도 같았다면서, 그의 은퇴 소식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반응했다.
상하이 마스터스 8강전에서 패하기 직전 이같은 소식을 들은 알카라스는 “약간 충격 상태였다”고 한다.
“나달을 잃는 것은 분명 우리에게 힘든 일일 것이기에, 저는 그가 경기를 할 때 최대한 이를 즐기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마요르카섬의 소년, ‘클레이 코트의 제왕’이 되다
나달은 3살 때 삼촌 토니의 권유로 테니스를 처음 접했다. 토니는 조카가 강하게 공을 때리는 모습에 왼손 플레이로의 전환을 권유했다.
15세에 프로로 전향한 나달은 3년 뒤인 2004년, 데이비스컵에 출전해 세계 랭킹 2위 앤디 로딕 선수를 상대로 이기며 스페인이 미국을 꺾고 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다음 해 열린 프랑스 오픈에서는 마리아노 푸에르타(아르헨티나) 선수를 결승에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8년 윔블던 결승에서 나달이 페더러를 상대로 5세트 끝에 승리한 경기는 5시간 12분 만에 끝나며 전설적인 경기, 15년 라이벌 관계에서 정점을 찍은 경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9년 호주 오픈에서는 페더러를 5세트 끝에 꺾고 처음으로 호주 오픈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0년에는 US 오픈까지 제패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메이저 대회 4개를 모두 우승하긴 했으나, 무엇보다도 나달은 프랑스 오픈의 제왕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경기장에는 지난 2021년 그가 트레이드마크인 포핸드로 공을 치는 모습의 금속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은 2005년~2014년까지 총 10번의 대회에서 무려 9번을, 2017~2022년까지 총 6번 대회 중 5번을 우승했다.
게다가 총 14번의 결승전에서 페더러를 4번, 조코비치를 3번 꺾는 동안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프랑스 오픈에서는 조코비치에게 2번, 올해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에게 1번, 2009년 로빈 쇠델링(스웨덴)에게 1번 패하며 단 4패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그리고 알맞게도, 그의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은 그가 36번째 생일을 축하한 지 2일 후인 2022년 프랑스 오픈에서 완성됐다.
나달의 이 같은 성공과 긴 선수 생활은 특히 그가 팔꿈치, 발목, 무릎, 손목, 허리, 엉덩이, 복부 등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여러 부상을 겪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알카라스, ‘나달이 남긴 유산은 반복되지 않을 것’
같은 스페인 출신 선수인 알카라스는 “난 TV를 통해 당신의 모습을 보며 테니스 선수를 꿈꾸던 어린아이에서 올림픽에서 스페인을 대표하고, 롤랑가로스에서 당신과 함께 뛰는 엄청난 선물 같은 기회를 얻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유산은 반복되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당신의 플레이를 정말 즐겼고, 데이비스컵을 끝으로 당신이 은퇴하시면 정말 그리워할 것입니다. 라파!”
현 남자 세계 랭킹 1위인 야닉 시너(이탈리아)는 “테니스인 모두에게 힘든 소식”이라면서 “나달을 알게 돼 행운이었고,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반응했다.
“그의 경기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여자 세계 랭킹 4위인 코리 가우프(미국)는 인스타그램에 “멋진 사람! 당신의 위대함과 직업 윤리를 목격하고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적었다.
2022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나달에게 패한 캐스퍼 루드(노르웨이)는 인스타그램에 “라파 영원히! 전설적이었던 당신의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프랑스 오픈의 공식 X 계정은 “(당신이 선사해 준) 수백만 개의 추억에 14번 감사한다!”고 적었으며, ATP 투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이 기분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절대 오지 않기를 바랐던 날입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놀라운 순간과 추억을 선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호주 오픈의 X 계정은 “전설적인 추억. 당신은 전 세계에서, 그리고 여기 호주에서 크게 사랑받았습니다. 잊을 수 없는 모든 순간에 감사드립니다. 고마웠어요, 나달!”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윔블던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라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데이비드 해거티 국제테니스연맹(ITF) 회장은 “라파엘 나달은 역대 최고의 남자 테니스 선수 중 하나로, 그의 은퇴 소식에 슬프지만 그가 남긴 경이로운 커리어를 기리고 싶다”고 전했다.
영국 출신 테니스 선수인 그렉 루세드스키는 나달을 “위대한 경쟁자”로 묘사하며, 앞으로도 나달의 프랑스 오픈 14회 우승 기록은 깨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루세드스키는 BBC 스포츠 뉴스의 로라 스콧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나달은 테니스의 전설이었고, 그를 진실로 그리워할 것”이라면서 “클레이코트에서 그토록 많은 경기에서 우승한 것, 프랑스 오픈에서 그 누구도 다시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동 중인 축구 선수 킬리안 음바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파, 당신의 커리어는 멋집니다.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모범이 되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전설일 것입니다”는 말을 남겼다.
나달의 기록
그랜드슬램 단식 우승 22회
- 호주 오픈: 2회(2009, 2022년)
- 프랑스 오픈: 14회(2005, 2006, 2007, 2008, 2010, 2011, 2012, 2013, 2014, 2017, 2018, 2019, 2020, 2022년)
- 윔블던: 2회(2008, 2010년)
- US 오픈: 4회(2010, 2013, 2017, 2019년)
올림픽 금메달 2개
- 단식: 2008년, 복식: 2016년
데이비스컵 결승전 우승 4회
- 2004, 2009, 2011, 2019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 92회
209주간 남자 단식 세계 1위
912주 연속 단식 세계 랭킹 10위 이내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