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서울에 무인기 내려보낼 수도'...드론 경쟁 본격화되나
북한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를 주장하며 보복 조치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북한이 서울에 무인기를 내려보낼 가능성은 물론 남북한의 무인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오후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중대성명과 함께 북한 상공에서 포착됐다고 주장하는 무인기와 삐라묶음통이라고 표시한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는 어떤 종류의 무인기인지 여부는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다.
누가 평양에 무인기 보냈나
북한 주장이 사실일 경우, 군이 아닌 민간단체에서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군이 무인기를 평양에 날려보냈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탈북단체나 기타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통해 전단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는 북한을 향해 달러나 대북전단, K팝이나 드라마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풍선에 실어 보내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이날 북한 무인기 침투 주장과 관련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이번 주장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며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북한 주장이 허위일 가능성과 군이나 민간 차원에서 보냈을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열어둠으로써 북한의 대응에 혼란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인기 침투·방어 경쟁 본격화
북한은 이날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공에 침범시키는 도발 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두번 다시 이와 같은 경고는 없을 것이며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이 마지막 경고마저 새겨 듣지 않고 계속되는 도발을 감행할 때에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또 다시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며 한국을 향해 무인기를 내려보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말폭탄으로 위협하다가 흥분이 가라앉으면, 용산에까지 다시 북한군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결국 남북한의 무인기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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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는 이미 지난 2022년 한국 영공을 침범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당시 북한 무인기는 항공사진 촬영 등을 통해 한국 군 주요 시설과 전방지역 군사첩보를 수집하고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한국군은 경기도 김포와 파주시, 인천 강화군 강화도 상공으로 내려온 무인기를 순차적으로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무인기는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저공으로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 북한 무인기 1대가 추락하기도 했다. 당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진해 경북 성주까지 약 266㎞를 날아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와 인근 임야·대지·도로 등 총 550여장의 항공사진을 촬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북한은 자폭 무인기로 한국의 K2 전차 모형 등을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각종 자폭공격형수중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해야 하고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AI)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에 이례적 공개
북한은 12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과 라디오 중앙방송 등을 통해 '주권 사수, 안전 수호의 방아쇠는 주저 없이 당겨질 것이다'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를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난해왔지만, 이를 대내 매체에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최근 남북을 철저히 분리하려는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남측과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차단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의 요새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이 무인기 침투 주장을 대내 매체에 공개하고 나선 배경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고, 향후 헌법 개정을 통한 '통일' 문구 삭제 및 '새 영토 규정' 작업에 나설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남 적개심 고취 의도
북한은 남북을 잇는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차단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는 '요새화' 작업에 돌입했다. 물리적 단절을 통해 남측과의 관계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위기 조성 책임을 명분 삼아 주민들을 설득하고, 남북 단절을 단계적으로 실현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국경 요새화가 북한 군 내부의 귀순 가능성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포함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 관계를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북한 군인이 동해선 인근에서 남측으로 귀순한 사건 이후, 북한은 전방 지역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 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북한은 통일에 대한 환상을 차단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더 이상 한국과의 대화를 고려하지 않고 적대국가로 가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
최근 남북한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향후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아직까지 헌법에서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거나 남북 경계를 명확히 하는 영토 조항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두 국가론 헌법화 시기를 미국 대선 등 국제 정세에 맞춰 조정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 센터장은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것은 헌법 개정이 미완성이라는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며 북한이 주민 설득을 위한 충분한 논리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통일' 문구 삭제 등의 개헌 작업을 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이 중요 개헌을 단행하면, 조문은 추후 공개되더라도 노동신문을 통해 관련 내용을 주민에게 상세히 보도했다는 점에서 '통일' 표현 삭제나 영토 조항 신설 같은 주요 개헌을 단행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은 무인기 침투 주장과 함께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부양했다. 북한의 쓰레기풍선 살포는 10일에 이어 이틀 연속이자 올해 들어서는 28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을 향해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