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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는 다시 살아나는 중일까?

2024.11.23
건설 중인 신규 원전 내부 모습
Getty Images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쇠퇴의 길로 접어든 듯했다.

한때 저렴한 에너지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혁신적인 발전원으로 여겨졌던 기술에 대한 열기는 안전과 비용,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대 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이 모두 이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면서 원자력 업계의 부활을 점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원자력 부활에 대한 전망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상업용 원자력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각국 정부는 무한해 보이는 원자력의 잠재력에 매료됐다.

원자로는 원자폭탄이 방출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힘을 제어하고 활용해 수백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 우라늄 1킬로그램으로 석탄 1킬로그램보다 약 2만배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는 흡사 인류의 미래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기술은 대중의 두려움 역시 초래했다. 그리고 1986년 초 유럽 전역에 방사능 오염을 확산시킨 체르노빌 사고는 이러한 두려움을 정당화하는 듯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대중과 정치권에서 원자력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업계의 성장은 둔화됐다.

2011년에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왔다. 사고 직후 일본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에도 재가동에 들어간 것은 12기 뿐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국가들은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나 노후 시설의 수명 연장 계획을 축소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속에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48GW 가량 줄어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내부 모습
Getty Images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 산업의 안전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원전 개발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2011년 기준 13기의 원자로가 있었다. 현재는 건설 중인 23기를 포함해, 55기가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중국에게 원자력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진국들이 ‘파리 협정’에 따른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한 원인이다.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 또한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도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커진 또 다른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은 향후 40년 동안 대규모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철회하는 한편,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프랑스도 전력의 70%를 공급해온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던 계획을 뒤집었다. 대신 최대 8기의 원자로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되풀이했다.

원자력 3배 확대는 백악관이 작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부대행사에서 주창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영국과 프랑스, 일본을 포함해 총 31개 국가가 2050년까지 원자력 사용을 3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또한 11월 22일 폐막한 COP29에서도 미국과 영국은 새로운 원자력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COP28 최종 성명서나 “현황조사” 등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무공해 또는 저공해 기술 중 하나로 “가속화”해야 한다는 데 합의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력에 대한 요구는 정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점점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인 거대 테크 기업들도 이러한 전력을 갈망하고 있다.

AI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데이터 센터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버클리 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 센터는 현재 미국 전력 소비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10년이 지나면 9%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는 1979년 원자로가 부분적으로 붕괴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 현장인 펜실베이니아의 악명 높은 스리마일섬 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원전 사고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스리마일섬 발전소의 다른 원자로는 2019년까지 계속 전력을 생산했다. 콘스텔레이션의 최고 경영자인 조 도밍게즈는 이번 재가동 계약을 “원자력이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밝혔다.

다른 거대 테크 기업들의 접근 방식은 다소 다른다. 구글은 원자력을 더 쉽고 저렴하게 활용하고자 한창 개발중인 기술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구매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SMR 개발 및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SMR은 부분적으로는 오늘날 원자력이 직면한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포장되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새로운 발전소를 엄격한 최신 안전 기준에 따라 건설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규모와 맞물려, 건설 비용을 상승시키고 절차를 복잡하게 만든다.

‘힝클리 포인트 C’가 좋은 예다. 영국 남서부의 외딴 해안가에 건설중인 이 원전은 영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먼저 건설에 들어간 원전이다.

이 원전은 영국에서 노후된 원자로를 대체하기 위한 신규 원전 중 첫 번째 원전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5년 정도 늦어지고 있으며, 비용도 계획보다 최대 115억 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미국 조지아주 보글 플랜트에 있는 최신 원자로는 7년이나 늦게 문을 열었고, 당초 예산의 두 배가 훨씬 넘는 35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SMR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기존 원자로보다 더 작고, 전력이 필요한 곳과 가까운 곳에, 신속하게 조립할 수 있는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해 지어진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의 다양한 SMR 설계가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개념은 아직 상업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스리마일섬 원전의 모습
Getty Images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력 수요로 인해 스리마일섬 원전(사진)이 재가동될 예정이다

원자력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린다. 원자력 지지자들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 기술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뉴클리에이션 캐피탈’ 펀드를 운영하는 로드 아담스도 그중 하나다.

그는 “핵분열은 지난 70년간의 역사를 통해 가장 안전한 발전원 중 하나임을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으로 유지 비용이 낮지만, 서구권 국가에서는 자본 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원자력이 해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인 M.V. 라마나는 “원자력을 청정 에너지로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가장 비싼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더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원에 투자하면 달러당 더 많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새로운 원자력 시대를 예고한다 하더라도, 한 가지 오래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원자력 발전 70년이 지난 지금도, 축적된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방사성 폐기물 중 일부는 수십만 년 동안 위험한 상태로 남게 된다.

많은 정부들이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밀폐된 터널에 묻어두는 지질학적 처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시설을 만든 곳은 핀란드 한 곳뿐이다. 게다가 환경운동가들과 반핵 운동가들은 폐기물을 보이지 않는 곳에 저장해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원자력 발전의 새 시대가 열릴지’ 여부는 어쩌면 이 수수께끼 해결에 좌우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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