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운전 처벌 강화…감기약 먹고 운전해도 될까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등 약물 운전 사고가 잇따르며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4월 2일부터 관련 처벌과 단속이 대폭 강화된다.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감기약이나 비염약도 상황에 따라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짚어봤다.
잇따른 약물 운전 사고
오는 4월 2일부터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라 약물운전 처벌 수위는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이번 법 개정은 최근 약물운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처벌 수위와 단속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건수는 2022년 80건에서 2024년 164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고 건수 역시 2019년 2건에서 2024년 23건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실제 사고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2월 서울 반포대교에서는 30대 여성이 몰던 포르쉐 차량이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한강 둔치로 추락했다. 차량에서는 프로포폴이 담긴 병과 주사기 등이 발견됐고, 운전자는 구속됐다. 같은 달 서울 용산구에서는 벤틀리를 몰던 30대 남성이 약물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는 등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은 경찰이 임의로 약물 검사를 하거나 영장을 통해 검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현장 경찰관이 측정을 요구할 경우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약물운전과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단속 방식도 보다 체계화된다. 교통사고 현장이나 비정상 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이 출동해 운전자의 상태를 먼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직선 보행이나 회전, 한 발 서기 등 이른바 '상태 평가'를 통해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약물 복용이 의심될 경우 타액을 이용한 간이시약 검사가 진행된다. 해당 검사는 약 10분 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전체 490종의 약물을 모두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필로폰이나 코카인 등 일부 주요 약물 위주로 확인이 가능하다.
간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약물 영향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추가 검사가 이뤄진다. 경찰은 운전자를 의료기관으로 이동시켜 혈액이나 소변을 채취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행정처분도 강화된다.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 면허는 즉시 취소되며, 이후 2년간 재취득이 제한된다. 특히 약물운전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면허 취소 이후 5년 동안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없다.
감기약은 괜찮나?
단속 대상 약물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환각물질 등 총 490종이다. 이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른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481종과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 9종을 합한 것이다.
졸피뎀, 프로포폴, 케타민 같은 수면제나 마취제, 일부 진통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판단력이나 반응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엄격하게 관리된다. 부탄가스나 톨루엔 같은 흡입성 환각물질도 포함된다.
온라인에서는 감기약이나 비염약도 처벌 대상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원칙적으로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반적인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는 이 490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기준은 '어떤 약을 먹었는지'가 아니라 '운전이 가능한 상태인지'다. 도로교통법은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경우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감기약이라도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로 운전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한약사회는 법 시행을 앞두고 27종의 항히스타민제 성분에 대해 운전 시 주의를 권고했다. 특히 디펜히드라민, 클로르페니라민, 독실아민 등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운전 금지' 수준으로 분류했다.
다만 약물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혼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으로 처벌 여부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약물운전은 약물 종류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실제 운전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경찰청은 현재 약물운전의 객관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혈중 농도 기준 도입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약물운전 예방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약을 먹으면 위험하다'는 식의 단순한 공포 조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며 보다 정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의학적 검토 없이 시행될 경우 환자의 치료권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약물 복용 사실만으로 운전 부적합 상태를 단정할 경우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며, "치료를 중단하면 오히려 운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법 시행에 맞춰 두 달간 특별 단속에도 나선다. 경찰청은 4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물 운전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