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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의 기준에 도전하는 유명 인플루언서, 나오미 와타나베

2025.03.04
나오미 와타나베
BBC
나오미 와타나베는 유명인 흉내, 신체 긍정주의 행보 등으로 이름을 알리며 팔로워 수백만 명을 모으고 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타인을 웃기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일본 출신 여성 코미디언 나오미 와타나베(37)는 미국 뉴욕의 열광적인 관객들 앞에 서며 그 답을 알아내고자 한다.

오늘 밤, 우리는 와타나베가 영어 스탠드업 코미디 쇼 데뷔를 할 맨해튼 소재 '그래머시 극장'에 모였다. 공연 표는 이미 매진되었다.

극장밖에 줄 서 있던 한 젊은 여성은 "와타나베는 나를 포함해 많은 청년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면서 "와타나베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인인 와타나베는 일본 '보그' 잡지 지면에도 단골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펜디', '아이비파크', '아디다스', '휴고 보스'와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에도 자주 참여한다.

와타나베는 지난 2008년 세계적인 음악 아이콘인 비욘세의 흉내를 내며 일본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 덕에 '일본의 비욘세'라는 애정 어린 별명도 얻었다.

유명인 흉내 코미디와 공연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와타나베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만 명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가장 팔로워가 많은 인물 중 하나다.

와타나베는 신체 긍정주의를 표방하며 날씬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한 일본에서 영감을 주는 인물로도 거듭났다.

백업댄서들과 함께 노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나오미 와타나베
Getty Images
와타나베는 화려하고도 코믹한 공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와타나베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고, 3년 전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고자 뉴욕으로 건너왔다.

와타나베는 웃으며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 도쿄와 뉴욕은 너무나도 달랐다. 여긴 쥐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모두 터프합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돈도 열심히 벌죠. 공격적이지만 전 그런 점이 좋습니다."

대만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와타나베는 어릴 적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다. 외동딸이었던 그는 혼자 몇 시간 동안 미국 TV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어린 시절) 정말 외로웠지만, TV 프로그램과 코미디들이 내 가족이었다"는 와타나베는 "그리고 나는 코미디를 사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언제나 농담을 하곤 했다"고 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지 언제나 고민합니다."

'활발하게 성생활을 즐기는 나오미'

미소 짓고 있는 나오미 와타나베의 옆모습
BBC
와타나베는 미국 코미디 무대에도 진출하고자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관객들의 취향에 맞는 코미디 스타일로 바꾸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영어 공부도 포함이다.

와타나베는 "정말 어렵다"고 인정했다. 보통 촌극 스타일 코미디를 선호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특히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더 도전해 보고 싶다. 아마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고 덧붙였다.

와타나베의 유머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외국인으로서 처음 뉴욕으로 건너와 겪은 어려움을 강조한 공연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화장실 문화나 지하철 에티켓에 관한 와타나베만의 해석에 관객 650명은 웃음을 터뜨린다.

연애와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다. 와타나베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그리 유명인이 아니기에 더 자유로운 연애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유명한 나오미가 되고 싶지만, '활발하게 성생활을 즐기는 나오미'도 되고 싶습니다. 어렵죠.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둘 다 둘 다 좋은 거니까요."

'팔을 드러내지 마라'

(왼쪽) 분홍색의 퍼재킷을 입고, 강아지 모양의 가방을 든 모습. (가운데) 금빛 드레스를 입은 모습. (오른쪽) 구름과 들판이 그려진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분홍색 하이힐을 신고 있는 모습
Getty Images
와타나베는 패션 아이콘으로 거듭났고, 의류 브랜드 '푸뉴즈'도 런칭했다

와타나베의 매력 중 하나는 일본의 엄격한 미의 기준에 도전하는 자세다.

"사람들은 일본 여성들이 마르고 작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마르지도 작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어떤 이들은 '당신은 뚱뚱하니 치마도 입지 말고 팔도 드러내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지난 2021년에는 도쿄 올림픽의 총연출을 맡은 히로시 사사키가 개막식에 와타나베를 돼지로 분장시켜 '올림픽돼지(Olympic)'로 내보내자고 발언하며 와타나베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에 와타나베는 "나는 내 몸매에 만족한다"는 내용의 단호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사사키는 자신의 발언이 "엄청난 모욕"이었다고 사과하며 사임했다.

사실 이 같은 발언은 날씬함을 강조하는 일본 문화를 반영한다.

2019년 일본 보건부 조사에 따르면 20~29세 여성 5명 중 1명은 BMI(체질량지수)가 18.5 미만, 즉 임상적인 저체중 상태였다.

일본은 저체중 여성의 비율이 이토록 높은 유일한 고소득 국가다.

2024년 의학 학술지 '란셋'에 게재된 저체중 및 비만의 세계적 추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정도 수준의 저체중 수준은 동티모르, 부룬디, 에리트레아, 니제르와 같은 최빈국에서만 관찰된다.

키가 크고 날씬한 남성과 여성 옆에 서 있는 나오미 와타나베
Getty Images
와타나베는 일본 사회 내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도전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사회와 타협하길 거부하는 와타나베는 여러 체형을 포용하는 패션 브랜드 '푸뉴즈'도 런칭했다. 브랜드명은 아이들의 "통통한" 볼을 꾹 눌렀을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라고 한다.

한편 일본의 미의 기준과 이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역할에 관한 질문에 와타나베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뉴욕에서의 공연 이후 와타나베는 이메일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사람마다 생물학적으로 다르기에 다른 사람들이 정한 일률적인 미의 기준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정한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의 저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이 같은 낙관주의가 성격적 특징인지, 아니면 브랜드 전략인지 상관없이 분명 와타나베만가 전염성 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날카로운 재치와 유머 감각은 새로 배우고 있는 언어인 영어에서도 빛을 발한다.

와타나베는 과연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될까. 그 답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심장과 영혼을 바쳐 시도하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추가 보도: 이사리야 프라이통야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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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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