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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인간 DNA 합성 프로젝트 시작

5시간 전
DNA 이중나선 구조를 묘사한 그림. 분자 사이 결합부에 1과 0을 표시해 인공적 성격을 강조한다
Getty Images
인간 DNA 중 일부를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인체의 기본 요소를 처음부터 인공적으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연구는 '맞춤아기'(디자이너 베이비)나 미래 세대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논란이 많았고, 그동안 금기시됐다.

하지만 세계 최대 의료연구 지원재단인 영국의 웰컴트러스트가 이번 프로젝트에 초기 자금 1000만파운드(약 186억원)를 지원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해당 단체는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앞당기는 등 순기능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MRC 분자생물학 연구소의 줄리안 세일 박사는 이번 연구가 생물학 분야의 거대한 도약이 될 것이라고 BBC에 전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노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접근법을 활용해 간이나 심장, 심지어 면역계의 손상된 장기를 재건할 수 있는 질병저항성 세포 만들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일부 부도덕한 의도로 인간 개량·변형 시도로 이어질 있다는 비판도 있다.

캠페인 단체 비욘드GM의 팻 토머스 박사는 "모든 과학자가 선한 목적만 추구한다고 믿고 싶지만, 과학기술은 전쟁이나 해를 끼치는 쪽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은 인간게놈프로젝트(HGP) 25주년을 맞아 BBC에서 공개됐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 게놈(유전체) 지도를 밝혀내는 프로젝트로, 이 역시 웰컴트러스트가 상당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유전 정보가 담긴 DNA 분자가 있다. DNA를 구성하는 염기는 아데닌(A: Adenine), 티민(T: Thymine), 시토신(C: Cytosine), 구아닌(G: Guanine)이다. 이 염기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반복된다. 놀랍게도 이 단순한 조합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과학자들이 DNA 속 유전정보를 바코드처럼 읽을 수 있게 했다. 이번에 시작된 합성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이 성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잠재력을 가졌다. DNA 분자를 단순히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합성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전체 DNA를 분자 단위로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밝은 조명이 비추는 페트리 접시에 흰색 점처럼 퍼져 있는 효모
BBC News
연구진은 인간 DNA를 점점 더 큰 단위로 합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할 것이다

연구진의 1차 목표는 인공적으로 만든 DNA 블록의 크기를 계속 늘리는 것이다. 결국 인간 염색체 전체를 합성하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염색체는 우리 몸의 발달과 회복,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를 포함한다.

이를 연구함으로써 유전자와 DNA가 인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인간 게놈을 가장 많이 해독한 영국 웰컴생어연구소의 매튜 헐스 소장은, 유전자가 잘못 작동하면 많은 질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NA를 처음부터 합성하면 DNA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이론을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살아있는 세포 속에 이미 존재하는 DNA를 변형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연구원 2명이 냉장고처럼 생긴 흰색의 고성능 시퀀싱 장비 앞에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장비 위에는 컴퓨터 화면이 있다
BBC News
인간 DNA 해독에 사용됐던 기계들이 곧 DNA 일부의 합성에 사용될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실험실의 시험관·시험접시 위에서만 진행된다. 합성 생명체를 만들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연구진이 인간의 생물학적 체계에 대해 전례 없는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의학적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술을 악용하는 사례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존경받는 유전학자로서 인간인공염색체(HAC) 설계 기법을 개발한 빌 언쇼 에든버러대학 교수는 이 기술이 생물무기나 강화 인간, 인간 DNA를 가진 생명체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가 이미 램프 밖으로 나왔다"며, "지금 아무리 규제를 만들어도, 충분한 장비를 갖춘 조직이 합성을 강행하면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박사는 의료기업들이 이번 연구에서 나온 치료법을 바탕으로 기술을 상업화하는 과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합성 신체 기관, 심지어 합성 인간을 만들어낸다면 그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또, 이러한 창조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웰컴트러스트는 기술의 악용 가능성을 알면서도 왜 연구를 후원했을까? 자금 지원을 승인한 톰 콜린스 박사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콜린스 박사는 BBC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가 무엇일지 자문했다"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언젠가는 개발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최대한 책임감 있게, 윤리적·도덕적 쟁점을 정면으로 다루며 연구를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과학 연구와 동시에 사회과학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사회과학 프로그램은 영국 켄트대 소속의 사회학자 조이 장 교수가 이끈다.

장 교수는 "전문가와 사회과학자는 물론, 일반 대중이 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점이 그들에게 유익한지, 그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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