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근무로 더 행복해졌을까?
로라 에첼스는 다른 풀타임 노동자들처럼 기존 근무 형태(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보다 좀 더 유연한 근무 형태를 바라왔다.
웨스트 요크셔 햅든 브리지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로라는 출판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한다. 현재는 주 4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기존 방식보다) 매주 금요일에 하루를 더 쉬게 되면서, 육아 비용은 한 달에 약 350파운드 정도 줄었고 업무 생산성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일일 근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그는 만약 직장을 옮기게 된다면 근무일 단축이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문제가 주 4일제 단축 근무 참여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어요. 이 근무 형태의 장점은 풀타임 근무 직장을 유지하면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구 노동당이 더 유연한 근무 시간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BBC는 로라처럼 단축 근무형태로 일을 하는 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젤라 레이너 부총리와 조나단 레이놀즈 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화요일 산업계 인사들과 만나 머지 않아 발표될 고용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4월부터 사업장에 소속된 직원들이 근무일 단축 등의 유연 근무 요청 권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노동당의 계획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은 사업장 고용주로 하여금 유연 근무 요청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현재는 유연한 근무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고용주를 설득해야 한다. 노동 법무관 앨리슨 러브데이는 노동당의 계획이 발효되고 나면, 기업이 “주 4일 근무제를 거부하는 정당한 근거”를 설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자의 제안은 임금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근무 시간만 줄이자는 기존의 ‘주 4일 근무제 캠페인’과는 다르다.
오히려 노동당은 사업장의 직원들이 10시간씩 주 4일 근무 등 “여전히 같은 양의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라가 소속된 '에메랄드 퍼블리싱’은 다양한 유연 근무 방식을 도입한 회사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과 삶의 균형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다만 이 회사의 최고 법무 및 인사 책임자인 다만 엠마 트레겐자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근무일 단축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근무하는 날이 꽤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일 단축이 ‘일반적인 형태’로 일하는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스케줄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조직 내에 근무일이나 근무시간이 다양할 때 이를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
제이슨 마지는 건지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코르텍스’에서 일한다. 그는 회사가 주당 35시간을 5일에 나눠 근무하던 것을 4일에 나눠 근무하는 것으로 바꾸자, 로라와 다른 경험을 했다.
제이슨 역시 이런 근무 형태를 간절히 원했고, 새로 도입된 제도에서 금요일 휴무를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그는 일일 근무일에 할당된 근무 시간이 늘어난 것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7~8시간 정도 지나면 체력이 바닥나서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코르테스 창업자 중 한 명인 매트 손튼은 근무 형태의 변화로 회사의 초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간으로 업무 수행을 감독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새로운 제도를 시험해 보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완수했는지 보다는 근무 시간을 훨씬 더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입니다. 주 단위 목표가 아닌, 장기적인 비즈니스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근무일을 단축해보니, 4일이라는 근무일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코르텍스는 주 4일 근무제 캠페인(하루 8시간씩 근무하며 근무일만 4일로 단축)을 실험하고 있다. 매트는 이에 대한 반응은 훨씬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더 행복하게 일한다'
근무일 단축이 가진 이점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노동기구의 2023년 보고서는 “기존 단축 근무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압축 근무가 생리적,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합의가 부족하다.”
켈리 버트는 크루에서 정신 건강을 다루는 병원의 간호사로 일한다. 그는 지난 7월부터 주 4일로 근무를 단축한 뒤, “완벽한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직장에서는 더 행복하게 일하고 추가로 쉬게 된 하루를 노부모 돌봄에 더 쓸 수 있게 된 한편 주말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에식스 바실던에서 안경사로 일하는 피터 미챔도 2020년 9월부터 같은 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다.
켈리와 피터 모두 “4일 근무로도 같은 양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상사를 설득해야 했다고 말했다.
피터는 월요일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일을 한다. 쉬는 날인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취미인 자선 마술 공연을 한다.
그는 만약 직장을 새로 구한다면 근무일 단축 가능 여부가 결정의 “절대적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라와 켈리, 피터 등이 경험한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미셸 오븐스 ‘스몰 비즈니스 브리튼’ 창업자는 근무일 단축에 대해 신중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이러한 유연 근무 형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없는 방안, 특히 활동량이 가장 많은 주중 평일 내내 영업을 유지해야 하는 소규모 비즈니스에는 효과가 없는 제한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4일제 도입은 인건비를 상승시킬 수 있고, “근무 시간 단축이나 주 4일제 시행이 아니더라도, 유연성을 개선하면서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업들에게 정부의 제안에 당황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노동당은 주 4일 근무제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노동당과 정부가 이 정책이 적용될 수 없는 업종, 특히 중소 기업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축 근무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이 말이 약간이나마 안도감을 줄 것이다.
추가 보도: 올리버 스미스, 버나뎃 맥케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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