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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상 우주에 머물면 인체는 어떻게 바뀌나

2024.09.28

지금까지 단일 우주 비행 사상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문 기록은 437일이다. 다만 장기간 우주 궤도에 머무르면 근육과 뇌, 장내 박테리아 등 신체 각 부위에 놀라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프랭크 루비오는 몇 번의 악수와 사진 촬영, 손을 흔드는 것으로 371일간 자신의 집이었던 미식 축구장 크기의 모듈 및 태양광 전지판 결합체와 작별했다. 그렇게 루비오는 국제우주정거장(이하 ISS)을 떠나 2023년 10월 지구로 귀환했고, 지금까지 미국인이 세운 기록 중 단일 우주비행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루비오 이전의 미국인 최장 기록은 355일이었다. 하지만 2023년 3월 루비오가 지구 귀환을 위해 이용할 예정이었던 우주선에서 냉각수가 누출되며, 그의 우주 체류 기간이 늘어났다. 이후 루비오는 몇 달간을 더 우주에서 더 머물며 지구 주위를 총 5963 바퀴 돌았다.

그런데 루비오 기록도 러시아 우주비행사 발레리 폴랴코프가 1990년대 중반 미르 우주 정거장에서 세운 기록(437일)에는 약 두 달 정도 뒤처진다.

그런가 하면, 2024년 9월에는 러시아 우주비행사 올레그 코노넨코와 니콜라이 추브가 ISS 한정 최장 체류 기록(374일)을 경신했다. 두 사람은 당시 ISS에서 6개월간 머무르던 미국 우주비행사 트레이시 다이슨과 함께 ‘소유즈 MS-25’로 ISS에서 귀환했다. 코노넨코는 재진입 캡슐로 먼지구름을 뚫고 카자흐스탄 스텝의 외딴 마을 드제즈카즈간 근처로 돌아온 직후,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두 번 치켜세웠다. 그가 총 1111일이라는 누적 우주 체류 최장 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코노넨코와 추브가 최근 ISS 임무를 수행하면서 돈 지구 궤도는 5984바퀴, 거리로는 1억 5800만 마일 이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구 귀환 당시 구조팀의 도움을 받아 캡슐 밖으로 나와야 했다. 우주 정거장의 극미 중력(끌어당기는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 궤도의 상태)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몸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루비오의 우주 장기 체류 사례는 ‘인간이 장시간 우주 비행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고, 우주 비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다. 그는 또 몇 가지 제한된 운동 기구를 활용한 우주 운동 효과 연구에 참여한 최초의 우주비행사이기도 하다.

이런 연구는 인류가 태양계의 더 깊은 곳을 탐사할 때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화성에 갔다 오는 우주 비행은 현재 1100일(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우주선은 ISS보다 훨씬 작아질 것이기에 더 작고 가벼운 운동 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운동을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고, 우주 비행 자체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근육과 뼈

중력이 몸을 끌어당기지 않는 우주에서는 근육과 뼈의 질량이 빠르게 줄어든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근육은 허리와 목, 종아리, 대퇴사두근처럼 자세 유지에 기여하는 근육들이다. 극미 중력에서는 이 근육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주에서 2주만 머물러도 근육량이 20%까지 감소하고, 3~6개월의 장기 임무에서는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주에서는 뼈의 부담도 줄어든다. 때문에 뼈의 염분이 줄고 그 강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우주비행사의 골량은 우주에서 매달 1~2%, 6개월 기준으로는 최대 10%(지구에서는 고령 남성과 여성이 매년 0.5%~1%의 비율로 골량을 상실한다)정도 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골절 위험이 커지고, 치유를 위한 시간이 늘 수 있다. 보통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온 후 골량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최대 4년 정도가 걸린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ISS 궤도에 있는 동안 하루 2.5시간씩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 운동은 ISS ‘체육관’에 마련된 저항 운동기구를 이용한 스쿼트, 데드리프트, 로우, 벤치 프레스와 러닝머신 및 고정된 자전거로 하는 유산소 운동 등이다. 또한 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 식품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운동만으로는 근육의 기능과 크기 손실을 충분히 막을 수 없다. 다만 이 연구는 저항 운동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에서 더 높은 부하가 근육 손실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력이 약하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의 척추는 ISS에 체류하는 동안 다소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우주에서는 허리 통증을, 지구로 돌아온 후 추간판 탈출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루비오의 경우 지구 귀환 전 ISS 기내 브리핑에서 자신의 척추가 늘어났다며, 덕분에 지상에 도착할 때 우주비행사가 상황 확인차 목을 길게 빼다가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자에 앉아 있어도 우주선 바깥 상황에 대한 시야가 확보될 정도로 척추가 늘어난 것 같아서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체중 감소

사실 우주 궤도에 있는 동안 체중은 거의 의미가 없다. 극미 중력 환경에서는 인체를 포함하여 고정되지 않은 모든 물체가 자유롭게 떠 다닌다. 그럼에도 우주 궤도에 있는 동안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사는 우주비행사에게 다양한 영양소를 가진 음식을 제공하려 노력중이며, 최근에는 우주정거장에서 재배한 샐러드 잎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주 체류 상황은 우주비행사의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사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가 우주에 머무는 동안 지구에 있었던 그의 쌍둥이 형제와 비교해 장기 우주 비행이 체중에 미치는 살펴보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스콧은 340일 동안 ISS에 머물렀는데, 귀환 당시 스콧의 체질량은 7% 정도 줄어들었다.

시력

우리가 지구에 있을 때는 심장이 혈액을 우리 몸의 위쪽으로 올려보낼 때, 중력은 혈액이 몸의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이 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신체가 어느 정도 적응하기는 하지만), 혈액이 머리 부위에 더 많이 축적될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혈액이 눈 뒤쪽과 시신경 주변에 고이면, 부종이 생길 수 있다.

부종은 시야의 선명도를 떨어뜨리거나 눈 자체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우주로 간 지 2주 정도 지나면 시작되곤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성이 커진다.

시력 관련 변화 중 일부는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한 후 약 1년 이내에 회복되지만,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도 있다.

은하계의 우주 광선과 태양 입자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지구에서는 보통 대기가 이러한 광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ISS 궤도에 진입하면 이 보호 수단이 사라진다. 물론 우주선의 차폐막은 과도한 방사선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태양 입자가 망막과 시신경에 닿아서 눈에 빛이 번쩍이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우주비행사들의 사례 보고가 있었다.

신경 반응 지연

ISS에 장기간 머물렀던 켈리의 인지 능력은 지상에 있었던 쌍둥이 형제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켈리의 귀환 후 약 6개월 사이에 인지 속도와 정확성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그의 두뇌가 지구에서 중력 및 우주와는 달라진 생활 방식에 재적응한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2014년 ISS에서 169일간 체류했던 러시아 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여기에서도 우주 궤도에 있는 동안 두뇌에 일부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운동 기능(움직임과 관련된 뇌 부위의 신경 연결 수준과 방향, 균형 및 우리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정 피질)에서 변화가 포착됐다고 한다. 우주비행사는 중력 없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배운다. 우주의 이러한 무중력 상태를 고려하면,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유익한 박테리아

최근에 나온 한 연구에서도 장기 우주 임무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뇌 구조의 또 다른 변화가 확인됐다. 우주에서 두뇌 우측과 제삼뇌실(뇌척수액 저장, 뇌에 영양분 공급, 노폐물 처리를 담당)로 알려진 부위가 부풀어 올랐는데, 이 부위가 정상 크기로 줄어드는 데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구성과 다양성이 건강의 열쇠라고 말한다. 미생물들은 음식을 소화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몸의 염증 수준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뇌의 작동 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ISS에 다녀온 후 켈리의 장내 박테리아가 우주 비행 전 대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먹은 음식이 매우 달라졌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변화(우리는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끔찍한 양의 장내 및 구강 미생물을 얻는다)를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방사선 노출과 재활용 물 사용, 그리고 신체 활동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피부

지금까지 300일 이상 궤도에 머물렀던 나사의 우주비행사는 5명이다. 이중 켈리를 통해 학계에서는 우주 궤도에 머무는 동안 피부에 나타난 영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ISS에서 귀환한 후 약 6일 사이에 그의 피부 민감도는 높아져 발진까지 생겼다. 이를 두고 연구자들은 우주 임무 중 피부에 대한 자극이 부족했던 것이 피부 발진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ISS의 극미 중력 환경은 인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인류가 더 깊숙이 태양계를 탐험할 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NASA

유전자

켈리의 우주 체류는 그의 DNA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DNA의 각 가닥 끝에는 텔로미어(말단소립)라는 구조가 있다.

이 구조는 유전자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짧아진다. 그런데 켈리와 다른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연구에서 우주 체류가 텔로미어 길이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켈리와 그의 형제를 연구한 팀의 일원이었던 콜로라도 주립대의 환경 및 방사선 보건학 교수인 수잔 베일리는 “가장 놀라운 점은 우주 비행 중에 텔로미어가 상당히 길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 6개월 정도의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한 다른 10명의 우주비행사와 함께 별도의 연구를 수행했다.

“또 놀라운 점은 모든 우주비행사의 텔로미어 길이가 지구로 돌아온 후 급격히 짧아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장기적인 건강 및 노화 궤적과 관련이 있는 우주비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우주 비행 후 텔로미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짧아졌습니다.”

베일리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몇 가지 단서가 있지만, 우주에서 1년을 보낸 루비오와 같이 장기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이 반응과 잠재적인 건강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원인 하나는 우주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베일리는 우주 궤도에 있는 동안 장기간 방사선에 노출된 우주비행사는 DNA 손상 징후를 보인다고 말했다.

ISS에서 우주비행사들은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하기 위해하루에 최대 2.5시간씩 운동을 할 수 있다
NASA
ISS에서 우주비행사들은 근육량과 골밀도를 유지하기 위해하루에 최대 2.5시간씩 운동을 할 수 있다

켈리에게서는 그 원인이 우주 비행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유전자 발현(세포에서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DNA를 읽는 메커니즘)의 일부 변화도 포착됐다. 이 중 일부는 DNA 손상, 뼈 형성 및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 체계의 반응에 대한 신체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대부분은 지구 귀환 후 6개월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2024년 6월에 공개된 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우주비행사의 면역 체계가 우주 비행에 반응하는 방식에 몇 가지 잠재적인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2021년 가을에 궤도에서 3일 미만을 보낸 '스페이스X 인스피레이션4’의 우주비행사들로부터 얻은 샘플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면역 체계, 노화 및 근육 성장과 관련된 18개 단백질의 변화를 확인했다.

이 연구는 이들과 다른 우주 비행사 64명을 비교한 결과, 비행 전과 비교해 염증에 관여하는 세 가지 단백질 발현에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남성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비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고, 유전자 활동이 더 많이 중단되었으며 지구로 돌아온 후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체내 염증 수준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터류킨 6’와 면역 세포를 감염 부위로 유인하기 위해 생성되는 ‘인터류킨 8’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의 유전자 활동이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은 영향이 나타났다.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펌브리노겐’이라는 단백질도 남성 우주비행사에게서 더 큰 영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성별에 대한 차이가 나타나는 원인을 더 연구해야 한다면서도,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 동영상에서 나사의 우주비행사 페기 휘트슨은 우주에서의 시간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설명한다. 휘트슨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올레그 코노넨코의 세계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우주에서 누적 675일을 체류하며 다른 어떤 미국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궤도에서 보낸 우주비행사다.

면역 체계

켈리는 우주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에 다양한 백신을 맞았다. 그리고 그의 면역 반응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베일리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궤도에서 접하는 방사선량에 따라 백혈구 수가 약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 비행이 지구에서 살 수 있게 진화한 ‘두 발로 걷는 큰 두뇌’의 생물 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루비오가 371일 동안 우주에서 머문 뒤 실시한 의료 검사와 혈액 표본, 스캔 결과 등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2023년 9월 27일에 처음 게시됐습니다. 2024년 6월 12일에 스페이스X 인스피레이션4에 대한 연구를 포함했고, 2024년 9월 25일에 올레그 코노넨코와 니콜라이 춥의 ISS 우주 비행에 대한 세부 정보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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