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잔해에서 희망과 기쁨을 구현하는' 가자 지구의 인형극 예술가
빈 깡통, 부러진 나무 조각, 천 조각과 같은 일상의 쓰레기 즉 이 "흩어진 파편들"은 인형극 예술가 마흐디 크리라의 손을 거쳐 가자 지구의 즉흥 인형극으로 재탄생한다.
여전히 가자 지구에서는 폭격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 예술가인 크리라는 전쟁으로 지친 아동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기쁨을 주며, 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
원래 드라마와 연극을 공부했으나, 18전부터 인형극에 집중해보기로 결심했다. 당시 가자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던 공연 장르였다.
크리라는 정식으로 인형극 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재능 있는 주변 친구와 독학 과정을 거쳐 “실패와 성공을 오가는 시련”을 거쳐 인형 제작 기술을 연마하게 됐다.
'실'이라는 뜻의 ‘카이유트’라는 인형극 업체를 설립한 크리라는 “경험과 실패, 끈기가 쌓이면서 훌륭함이 탄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멋진 예술'
크리라는 “이 지역 아동들은 이토록 놀랍고도 멋진 예술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인형이 등장하면 아동들은 웅성거리며 미소 짓기 시작합니다. 웃음이 터져 오죠. 어린아이가 인형에게 인사를 하러 다가오고… 우리 모두 기쁨으로 하늘을 마주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여건상 크리라는 인형극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십 간 가자 지구에서 무력 분쟁이 이어지고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인형 예술가들이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을 탐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라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 사이에는 분명 큰 격차도 있고, 아니면 발전과 혁신을 따라잡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전례 없는 이스라엘 본토 공격으로 약 1200명(대부분 이스라엘인이었다)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인질로 잡혀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그다음 날부터 하마스 제거 작전에 돌입하면서 지난 1년간 숨진 가자 지구 주민은 4만2000명 이상이다.
'피난 생활과 절망'
크리라 또한 여섯 자녀의 아버지로, 이번 분쟁 기간 무려 10번이나 거주지를 옮겨야만 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는 그가 살던 집과 작업장이 폭격당해 파괴됐다. 이스라엘 군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게 하는 바람에 그는 가족과 함께 빈손으로 가자 남부로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크리라의 가족은 모든 것을 잃었다.
크리라는 “지치고, 이리저리 피난다니고, 절망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어디를 가든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끊임없이 폭격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마음속에서도 폭격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과 개인적으로 겪은 고통 속에서도 크리라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새로운 열정과 결심이 샘솟았다고 한다. “원래 연극과 인형을 좋아하고, ‘카이유트’사가 그리웠기에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더 이상 인형 제작에 필요한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하기도, 장비도, 물감도 없었으며, 전기를 사용할 수도 없게 됐지만, 그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크리라는 “우리 아이들과 내가 이 전쟁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인형을 최소한 하나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거리에 널린 쓰레기와 전쟁으로 부서진 것들은 그가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였다.
그리고 크리라의 “결단력과 야망”과 만나 이러한 재료는 새로운 인형과 인형극으로 탄생했다. 크리라는 인형극을 통해 자신이 느낀 ‘대량 학살’ 전쟁의 경험을 기록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대량 살이라는 의혹을 부인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하마스 제거가 자신들의 의도라면서,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대량 학살 의혹은 “근거 없다”고 일축한다.
'기쁨과 낙관주의'
지금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크리라는 더 많은 아동을 위해 더 자주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세트장을 만들고, 난민촌을 찾아 인형극을 벌이고 그곳의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순회 극장을 만들고 싶다는 설명이다.
“내가 배경을 설치하고 인형을 꺼내면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는 그는 인형극을 통해 얼마나 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지는지, 관객들이 얼마나 더 자주 인형극을 보고 싶어 하는지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특별한 일이다. 산산이 흩어진 죽음 속에서 생명을 만들어낸다고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공연은 단순한 오락 이상이다. 분쟁으로 인해 가자 지구의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크리라는 교육적인 전략 및 개발 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크리라는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면서 “오락, 교육, 심리적 지원, 정신건강 지원 등에 책임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크리라의 더 큰 꿈은 바로 재활용 트럭을 타고 가자 지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돌며 순회 인형극을 하는 것이다.
“스페인, 이집트, 요르단, 런던, 베를린, 캐나다, 브라질에서 공연하며 전 세계에 ‘우리가 이곳에 있다. 우리는 폭격을 당했지만, 잔해 속에서 기쁨을 만들고 생명을 찾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는 “나는 기쁨과 낙관주의를 전파하고 싶다. 그리고 이미 그 첫 번째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소를 심고,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며, 이 나라를 건설할 것입니다.”
“우리는 항복도, 극단주의도 없이 인류를 건설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