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피싱' 당한 뒤 6시간 만에 극단적 선택한 10대 소년… 나이지리아 형제 미국서 실형 선고
17세 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착취 사기를 벌인 나이지리아 출신의 두 형제가 미국에서 징역 1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사무엘, 삼손 오고시는 비슷한 나이의 척 조던 드메이에게 접근했고, 드메이가 성적인 이미지를 보내도록 유인했다.
형제는 해당 사진으로 협박하기 시작했고, 드메이는 이들과 인스타그램에서 대화를 시작한 지 6시간도 채 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미국에서 성착취 혐의로 나이지리아인을 기소한 최초의 사례다. 미국에서는 사이버 범죄, 특히 나이지리아와 연관된 범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드메이의 어머니인 젠 부타는 법정에서 아들의 사진을 들고 울먹이며 진술서를 읽어 내려갔다. “내 몸은 산산이 조각났다”는 설명이다.
부타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에서 좋은 결과란 없다고 했다.
아들 드메이는 미시간주 출신의 인기도 많고 운동도 잘하는 남학생이었다.
사무일(24), 삼손(21) 오고시 형제는 인스타그램에서 또래의 매력적인 소녀인 척 위장해 드메이에게 친구 신청을 했다. 그리고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다.
드메이가 성적인 사진들을 보내오자마자 이들은 곧바로 수백달러를 요구하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만약 협조하지 않으면 이 사진들을 온라인에 공개해 드메이의 친구들에게 공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드메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치의 돈을 보내며 오고시 형제에게 만약 그 사진들을 세상에 공개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오고시 형제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좋아 … 빨리 그렇게 해라.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해주겠다.”
법정에 출석한 아버지 존 드메이는 아들의 침실에서 이미 숨진 아들을 발견한 이후 줄곧 자신은 악몽을 꾸고 있다고 호소했다. 존에 따르면 가족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어쩔 수 없이 이사까지 했다고 한다.
오고시 형제는 미시간주와 미국 전역에서 10대 소년들을 상대로 이러한 성착취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 지난 4월 유죄를 인정했다. 이들의 피해자로는 미국인 피해자 38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중 13명은 미성년자였다.
법원에 나타난 오고시 형제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에 수갑을 차고 있었다.
이들의 변호인은 형제의 범죄가 나이지리아의 만연한 성착취 사기 문화 및 마약 남용으로 인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판사는 특히 이들 형제가 드메이의 사망 이후에도 다른 피해자들을 노렸다는 점에서 “생명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무시했는지” 보여주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두 형제는 드메이의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삼손은 “(드메이의) 가족분들께 죄송하다. 우리는 돈을 벌겠다고 나쁜 결정을 했고, 이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미국 현지 경찰은 지난여름 이러한 범죄자들을 뒤쫓아 나이지리아 라고스까지 추적했다. 그리고 이들을 법원에 성공적으로 세운 첫 번째 사례다.
‘복합적인 감정’
한편 드메이의 죽음 및 다른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나이지아 남성은 범죄인 인도에 맞서 싸우고 있다.
지난 5월 미시간주 마르케트 소재 자택에서 진행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타는 성착취범들을 추적한 경찰의 노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오고시 형제가 투옥된 것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누군가가 책임을 졌다는 건 안심되는 일이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내 가족이나 가해자 가족에게는 아무런 좋은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부타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들이 보고 싶다. 그러나 그 형제의 어머니 또한 지금 두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분도 사실 성착취 범죄의 무고한 구경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이러한 유형의 범죄의 중심지라는 게 전문가들과 사법 기관의 설명이다.
지난 4월에는 호주 출신 남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나이지리아 남성 2명이 체포됐다. 또한 라고스에서는 미국 출신 15세 소년과 캐나다 출신 14세 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남성 2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나이지리아 당국은 지난해 12월에 자살한 16세 소년 머레이 도위 사건을 조사하고자 스코틀랜드 경찰과 협력 중이다.
‘야후 보이즈’
올해 1월, 미국의 사이버 보안 업체 ‘네트워크 전염성 연구소(NCRI)’는 나이지리아의 여러 틱톡, 유튜브, 스크립드 계정이 어떻게 성착취를 할 수 있는지 서로 팁이나 대본 등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콘텐츠 대부분이 나이지리아 방언인 피진어로 돼 있다.
라고스 주립대학교에서 사이버 보안을 가르치는 아데데지 오예누가 교수는 낭이지리아인들이 실제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범죄자들에게 전달돼 이들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고시 형제 사건은 이미 신호탄이 됐다”는 오예누가 교수는 “길거리에서 이미 해당 사건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 현지 피해자 수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오예누가 교수는 나이지리아 경찰 또한 이러한 범죄자 척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했다.
사실 IT 기술에 정통한 일부 나이지리아 청년들이 신종 사이버 범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후 보이즈’라는 용어는 생계를 위해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로, 지난 2000년대 초, 야후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 퍼졌던 일명 ‘나이지리아 왕자 이메일’ 사기 수법에서 유래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 ‘디지털 풋프린트 나이지리아’의 톰바리 시베 박사는 나이지리아의 청년들 사이에서 몸캠피싱과 같은 사이버 성착취 사기가 일상화됐다면서 그러나 오고시 형제의 선고 소식이 빠르게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 청년들은 사이버 범죄를 잠재적으로 큰 금전적 보상을 챙길 수 있는 무혈 범죄로 인식한다”는 시베 박사는 “이번 사건이 충분히 다뤄져서 이들에게 성착취 범죄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음을,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