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피해자, 머스크에게 'X서 피해 사진 링크 삭제해달라' 간청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일론 머스크에게 그가 소유한 SNS 플랫폼 'X'에서 자신의 피해 사진 링크가 더 이상 게시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라(가명)는 "나와 다른 피해자들이 당한 피해가 여전히 이 플랫폼에서 유포되고 상품화된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라가 처음 성폭력 피해를 입은 건 20여 년 전이다.
"아동 성폭력 자료를 판매하거나 공유하는 행위는 원래 일어난 끔찍한 폭력을 직접 부채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X측은 "아동 성폭력 콘텐츠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히며, 아동을 착취하는 이들에 대한 단속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BBC는 전 세계의 아동 성폭력 자료 거래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라의 피해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의 아동 안전 연구소인 '차일드라이트'는 이러한 거래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발견한 X 계정에서는 조라의 사진 외에도 유사한 사진과 영상 수천 장을 판매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자에게 연락했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인물과 연결된 은행 계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라는 처음 가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조라의 피해 사진 모음집은 소아성애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피해 자료가 지금껏 퍼지고 있는 탓에 조라 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조라는 아직까지 자신의 피해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했다.
"내 몸은 상품이 아니"라는 그는 "한 번도 상품인 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료를 배포하는 이들은 그저 수동적인 방관자가 아닙니다. (적극적인) 공범입니다."
X 계정 추적
원래 조라의 피해 사진은 이른바 '다크 웹'에서만 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X에서도 해당 사진으로 연결되는 링크가 공공연하게 배포되고 있다.
SNS 플랫폼들은 불법 콘텐츠를 제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문제의 규모 자체가 방대하다.
지난해 '미국 실종 및 학대 아동 방지 센터(NCMEC)'가 IT 기업들로부터 플랫폼에 유포된 불법 사진 및 영상 형태의 아동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접수한 의무 보고는 2000만 건이 넘는다.
사건이 보고되면 NCMEC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사법 기관에 알린다.
한편 취재진은 X에서의 아동 성착취 자료 거래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익명의 해커 단체인 '애너니머스'에 접촉했다. 해당 단체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어나니머스는 취재진에게 어느 X 계정을 알려주었다. 해당 계정은 실제 아동의 머리와 어깨가 담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해당 사진 자체만 놓고 보면 외설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계정의 프로필에 적어둔 단어와 이모티콘을 통해 계정 소유주가 아동성착취 자료를 판매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계정주는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으로 연결되는 링크도 걸어두었다.
계정 소유주는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 소아성애자들을 위해 성착취 장면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모은 'VIP 패키지'를 판매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어나니머스' 소속 한 해커 활동가는 X의 콘텐츠 검열 시스템을 통해 삭제되길 바라며 이 계정주의 여러 계정을 X 측에 수차례 신고했으나, 계정 하나가 삭제될 때마다 새로운 계정이 다시 생겼다고 전했다.
이 계정주는 거의 동일한 계정 100여 개를 관리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해커 활동가는 취재진에게 자신은 텔레그램으로 이 계정 소유주와 직접 연락한 바 있으며, 판매 중인 영상과 사진이 수천 개에 달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BBC가 입수한 해당 대화 내용을 보면 계정주는 "영아 (사진도) 있다. 7~12세 아동 (사진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동 강간 장면이 담긴 콘텐츠도 있다고 말한다.
한편 취재진 또한 그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계정주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의 샘플을 담은 링크를 보냈으나, 취재진은 이를 열거나 자료를 보는 대신, 캐나다 위니펙에 자리한 '캐나다 아동 보호 센터(CCCP)' 소속 전문가들에게 연락했다. 사법 기관과 협력하고 있는 이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다.
CCCP의 로이드 리처드슨 기술 담당 이사는 "(보내준) 텔레그램 계정은,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들지만, 말하자면 '맛보기 패키지'였다. 그가 가진 모든 피해자 자료의 샘플 모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샘플 모음의 모든 사진을 살펴본 결과,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중에는 조라의 사진도 있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가해자는 수년 전 기소되어 형을 살고 있지만, 조라의 피해 사진은 이미 전 세계로 유포되고 판매되었다.
조라는 "지난 몇 년간 나는 과거를 극복하려 애쓰며, 과거가 내 미래를 좌우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하지만 가해자와 스토커들은 어떻게든 이 더러운 자료를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토로했다.
조라가 성장하면서 스토커들은 그의 신원을 알아내 연락해오거나 온라인에서 협박을 일삼기도 한다.
조라는 "어린 시절을 앗아간 이 범죄로 인해 (지금도) 괴롭힘당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판매자 추적
조라의 사진을 판매하는 이 계정주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취재진은 구매자로 위장했다.
판매자는 자신의 은행 계좌 및 온라인 결제 계좌 정보를 보내왔는데, 두 계좌 모두 계좌 속 이름은 동일했다.
해커 활동가는 해당 이름이 자금 이체 2건과 또 다른 은행 계좌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취재진은 계좌 속 이름과 이름이 동일하며,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외곽에 주소지가 있는 남성을 찾아냈다.
자카르타에서 근무하는 BBC 월드 서비스 소속 프로듀서가 해당 주소로 방문했고, 현장에서 이 남성을 대면했다.
증거를 제시하자 그는 "이 일에 대해 난 아무것도 모른다"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남성은 은행 계좌 중 하나가 자신의 것임을 확인하며, 딱 한 차례 주택 담보 거래를 위해 개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로는 그 계좌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고자 은행에 연락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계좌나 자금 이동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이 남성이 이번 사건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지, 관련이 있다면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
취재진의 조사 결과, 조라의 사진이 홍보되는 방식은 전 세계 수백 명의 판매자들이 구사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관련 X 게시물에는 소아성애자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해시태그가 달려 있다. 계정 프로필 사진은 유명한 아동 성착취 사진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부분을 잘라내거나 편집하기도 한다.
한편 일론 머스크는 2022년 X(구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아동 성착취 자료 제거가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리차드슨 이사는 "범죄자들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고자 X뿐 아니라 모든 SNS 플랫폼이 나설 수 있는 조치들이 더 많이 있다"고 했다.
"SNS 플랫폼에 삭제 요청을 보내고, 그들이 계정을 삭제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최소한의 조치일 뿐입니다."
리차드슨 이사는 며칠 뒤면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플랫폼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X 측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아동 성착취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사용 규칙을 위반하는 콘텐츠 및 계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탐지 기술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NCMEC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이러한 끔찍한 범죄가 기소될 수 있도록 사법 당국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측은 "모든 채널은 검토되고 있으며, 2025년 현재 아동 성착취 자료 확산과 관련된 그룹과 채널 56만5000개 이상이 차단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응하고자 콘텐츠 검토자(모더레이터)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대변인은 "당사는 플랫폼 전반의 공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용자에게 도달하거나 신고가 접수되기 전 불쾌한 자료는 삭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취재진은 조라에게 X에서 그의 사진이 거래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에 조라는 X의 소유주인 머스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의 피해 경험이 당신이 소유한 앱에서 공유되고, 거래되고, 판매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자녀를 보호하고자 주저없이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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