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재결합이 불러올 '수퍼소닉'한 효과들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 사이의 갈등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는 첫 징후는 지난달 노엘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노엘은 오아시스의 음악을 회고하며 기자 존 롭에게 "내가 노래를 부르면 좋게 들리지만, 리암이 부르면 훌륭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노엘이 16년동안 비난하던 동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며칠 후에 2009년 해체된 이 밴드가 극적으로 재결합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눈보라처럼 쏟아진 기사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은 마치 이들의 1996년 두 차례의 넵워스 공연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결국 오아시스가 재결합했다. 이들의 컴백 투어 티켓은 30일과 31일 판매됐고, 팬들은 표를 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왜 지금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재정적 동기가 그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1인당 880억원의 수입?
재결합 투어 소식을 처음 보도한 선데이 타임즈의 조나단 딘 기자는 “공연기획자들이 먼저 계약을 체결했던 것 같고, 갤러거 형제가 각각 약 880억(5000만 파운드)의 수입을 올렸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 880억이라는 금액은 버밍엄 시립대학교에서 첫 14번의 공연에 대해 추정한 금액이다.
“오아시스 공연 티켓 가격이 분명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공연의전체 규모를 알기 전까지 정확한 수치를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번 공연은 월드 투어라고는 하지만 현재까진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정도만 공개됐다”며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릴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버밍엄 시립대는 재결합 초기에만 티켓 판매와 부가 수익으로 이들이 약 7000억원(4억 파운드)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90년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 테이크댓은 2011년 ‘Progress’ 투어 때 약 25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빅토리아 베컴이 빠진 스파이스 걸스는 2019년 티켓 사이트를 마비시켰던 13일간의 투어 때 약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아바는 직접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두며 컴백했고, ‘아바 보이지(Abba Voyage)’라는 이름의 가상 공연에 사용된 디지털 아바타는 런던에서 한 주에 약 26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오아이스를 비롯한 밴드들은 이런 금전적 이득뿐 아니라 자신들의 유산을 남긴다는 점에서 재결합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재결합한 블러가 작년 웸블리에서 이틀간 공연했을 때 비평가들의 찬사가 쏟아진 바 있다.
형제 간 경쟁에 기대서
갤러거 형제가 수년 간의 격렬한 대립 끝에 갑자기 휴전을 선언한 것을 두고 일부에선 1996년 섹스피스톨즈의 재결합을 떠올리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프론트맨 존 라이든은 밴드가 여전히 서로를 미워했지만 “공통의 대의를 찾았고, 그것은 바로 돈”이라고 인정했다.
반면 클래시 매거진의 에디터인 로빈 머레이는 “돈도 중요”하지만, 재결합 시기가 “매우 자연스러웠다”고 말한다.
그는 갤러거 형제가 모두 최근 솔로 음악 작업을 막 끝냈다고 말한다. “특별한 유대감을 가진 두 사람이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딘은 갤러거 형제가 “어쨌든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동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가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나이가 많다는 점이 그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음악 심리치료사 게오르기우는 가족적 유대감과 유산을 공유한 이들의 오랜 라이벌 관계도 밴드를 다시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형제 모두 솔로 활동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특히 리암의 인기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상승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멋진 관계였고, 항상 경쟁심이 존재해왔다”고 조지우 박사는 말한다.
“물론 리암이 넵워스 공연을 매진시키고 혼자 ‘Definitely Maybe'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 노엘에게는 큰 자극이 됐을 것이며, 반대로 리암 역시 노엘에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겠죠.”
두 사람은 변화한 음악 산업 환경 덕에 더 큰 혜택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오아시스의 전성기엔 없었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는 이들이 새로운 팬들을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피셜 차트 컴퍼니의 편집자 칼 스미스는 “오아시스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여러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스트리밍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하다”고 말한다.
선데이 타임즈의 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며, 이들의 음악이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오아시스의 음악은 좋은 의미로 단순합니다. 이들의 노래는 일상의 지루함, 일 따위로부터 벗어나 자신말의 길을 가고 자유로워질 것을 이야기하는데, 단순하고 약간은 떠들썩하며 따라 부르기 쉬운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죠.”
스포티파이에선 재결합 소식이 발표되기 전, 단지 소문만으로도 오아시스의 스트리밍 횟수가 전 세계적으로 160% 이상 증가했다.
실제 재결합이 발표되자 재생횟수는 또 한 번 급증했고, 지난 금요일 오피셜 차트에서 오아시스의 세 앨범이 모두 상위 5위에 올랐으며, 베스트 앨범의 재생횟수는 332% 증가했다.
새로 유입된 팬들 중 많은 수는 미래의 재정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젊은 여성들이다.
특히 리암의 인기는 새로운 세대에게 오아시스의 음악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51세인 리암은 지난주 중고드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 페스티벌인 레딩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다.
위험요소 또한 존재해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재결합은 큰 유혹이지만, 재결합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올 여름 제니퍼 로페즈는 저조한 티켓 판매로 인해 자신의 투어를 중간에 취소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팝에 관한 책 ‘리치 포 더 스타즈’의 저자이자 음악평론가인 마이클 크레그는 로페즈가 이미 넷플릭스 프로젝트로 “시장에 홍수”를 일으켜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마지막 선택지”처럼 느끼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2011년, 오아시스와 함께 동시대 맨체스터 출신 아이콘인 스톤 로지스의 예상치 못한 복귀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위험을 부각시켰다. 그들의 초기 북귀 공연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새로운 싱글은 기대에 못 미쳤고 새 앨범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인디펜던트’지의 편집자 로신 오코너는 오아시스는 지금까지 이런 함정을 피했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오아시스는 세계를 향해 큰 공약을 내놓지 않았고, 투어에 대한 반응을 먼저 살피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다는 징후는 없으며, 이는 새로운 곡이 이전 앨범만큼 좋지 않을 경우 팬들이 실망할 위험을 줄여준다"고 오코너는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투어에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투어의 위험 요소는 예를 들면 오아시스가 가진 노동자 계급 이미지 같은 것들이다. 만약 이번 투어의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워지면, 이들이 가진 노동자 계급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오아시스 투어의 스탠딩 티켓 가격은 약 26만원(150파운드) 정도지만, 프리미엄 패키지의 가격은 약 89만원(506파운드)에 달한다. 밴드측이 암표가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일부 암표 값은 1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 31일 티켓이 판매되는 동안엔 수요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티켓마스터(티켓 구매 사이트)의 ‘탄력 가격 정책’으로 인해 일부 남은 티켓은 판매 시작 당시 가격이 약 23만원(135파운드)였다가 약 62만원(355파운드)까지 오르기도 했다.
물가상승과 새로운 가격 책정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하자면, 1996년 넵워스 투어 당시 티켓 가격은 약 3만8천원(22파운드)였다.
티켓 가격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구매력 있는 팬들만 허락하는 것 아니냐는 게이트키핑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나이든 팬들은 오아시스 전성기 시절엔 태어나지도 않은 팬들과 티켓을 놓고 경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음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라 반박한다.
오아시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까?
2025년 공연의 문화적 영향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딘은 오아시스가 "이미 내년 여름에 족적을 남겨놓은 상태"라고 말한다.
이들이 내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투어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오아시스는 팬들에게 그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이 마지막으로 그들을 볼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이번 오아시스 라이브 투어의 매력은 강조되고 있다.
인디펜던트의 오코너는 "이번 공연이 오아시스 이야기의 가장 최신이자, 아마도 마지막 장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오아시스를 보고 싶었던 팬들에겐 카타르시스를 느낄 기회가 될 것이며, 동시에 노엘과 리암은 오랜 시간이 지나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그 다음은, 아무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