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 우크라에 대한 최종 제안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의 계획이 관련 제안에 우려를 제기한 우크라이나를 위한 '최종 제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유럽과 캐나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계획이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경 변경과 우크라이나 군 규모 상한 설정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우크라이나의 안보 당국자들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갖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모스크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계획을 받아들이라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28개 항목으로 구성된 미국의 평화안을 27일까지 수용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계획이 합의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현재 초안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신의 최종 제안이냐는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아니다. 최종 제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 그래서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별대사 등이 23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석한다. 영국은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은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독일, 노르웨이 정상들이 서명했다. EU의 최고위급 인사 두 명도 서명에 참여했다.
공동성명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초안이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한 기반이라고 본다. 앞으로 평화가 지속 가능하도록 논의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군대의 규모를 제한하자는 제안은 우크라이나를 향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유럽연합과 나토 관련 요소의 이행은 각각 EU와 나토 회원국의 동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하네스버그에서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스타머 총리가 "오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의지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파트너들(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진행된 논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양측은 다음날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의 28개 항 평화 제안과 관련해 양국 팀이 협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다음날 다시 통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미국 안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 상한 설정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휴전을 한다 해도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널리 유출된 미국 평화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통제하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 일부에서 철수하고, 러시아가 사실상 통제하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 그리고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남부 크림반도에 대한 통제를 인정하게 된다.
계획은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의 국경을 현재 전선 기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포함한다. 두 지역은 현재 러시아가 부분 점령 중이다.
미국 초안은 우크라이나 군 병력을 60만 명으로 제한하고, 유럽 전투기를 이웃 폴란드에 배치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문서는 키이우가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을 받게 된다고 적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또 "러시아는 이웃 국가를 침공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나토는 추가 확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계획은 러시아를 "글로벌 경제로 재통합"시키는 방안을 시사하며, 제재 해제와 함께 러시아를 세계 주요 7개국 그룹(G7)에 다시 초청해 G8 체제로 복귀시키는 내용도 포함한다.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좋아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계속 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아주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 존엄을 잃거나, 아니면 핵심 파트너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거나"라고 강한 경고를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오늘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라며 미국과 "건설적으로" 협력해 이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이 향후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협상도 포함해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SNS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우리 대표들은 우크라이나의 국익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러시아가 세 번째 침공이나 또 다른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키이우는 미국이 제공하는 첨단 무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산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의 치명적인 공습을 방어하는 데 핵심적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 역시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가 미국의 계획을 전달받았다고 확인했지만, 크렘린과 세부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전쟁을 계속할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작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군은 격렬한 전투로 인한 큰 사상자가 보고되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서 서서히 진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