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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폭스 때문에 목이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2024.08.25
에지드 이람보나는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Mercy Juma / BBC
에지드 이람보나는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에지드 이람보나(40세)는 두 명의 다른 남성과 함께 사용하는 치료실에서 창문 옆에 있는 자신의 병상에 상반신을 드러낸 채 앉아 있었다.

부룬디의 주요 도시인 부줌부라에 저녁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이 부드러운 햇살 속에서 그의 얼굴은 물집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가슴과 팔도 마찬가지다. 통증을 호소하며 이람보나는 BBC에 이렇게 말했다.

"목에 림프절이 부어서 너무 아팠어요. 잠을 잘 수가 없었죠. 그러다 그 통증이 사라지고 다리로 옮겨졌어요"

이람보나는 엠폭스(mpox)에 걸렸다. 그는 부룬디에서 지난달 이후 기준, 확인된 확진자 170여명 중 한 명이다. 세계 빈곤국 가운데 중 하나인 부룬디는 엠폭스 발병의 진원지였던 콩고민주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올해만 해도 450명 이상의 사망자와 1만4000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부룬디에서는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없다. 전염병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충분한 검사 능력을 갖추지 못해 이번 발병의 새로운 변종인 클레이드 1b(Clade 1b)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발병은 이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국가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건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이람보나 씨는 킹 칼레드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지 9일째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그는 아내에게도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내 역시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물집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아마도 그 친구에게서 옮았을 거예요. 그게 엠폭스인 줄은 몰랐어요.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 일곱 명은 아직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부줌부라에 있는 이 병원은 시내에 있는 엠폭스 치료 센터 세 곳 중 하나다. 61개의 가용 병상 중 59개가 감염된 환자들로 채워져 있으며, 그중 3분의 1은 15세 미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곳에서 이 질병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는 아이들이다.

오데트 은사비마나 박사는 엠폭스 감염 사례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Mercy Juma / BBC
오데트 은사비마나 박사는 엠폭스 감염 사례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 병원의 책임 의사로 일하고 있는 오데트 은사비야마나 박사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병원 밖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세 개가 설치됐고요. 하나는 응급환자 분류 용도, 또 하나는 의심 사례자 용도, 나머지 하나는 확진 사례를 병동으로 옮기기 전에 대기하는 용도입니다."

방역용 마스크에 목소리가 눌린 채 은사비야마나 박사는 "특히 아기들이 올 때 힘들다"고 했다.

"아기들은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들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요... 정말 힘든 상황이지요."

"숫자가 걱정됩니다. 계속 증가한다면, 우리는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습니다."

병원 곳곳에는 붉은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방문객들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감염된 환자들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병원 내 설치된 천막
Mercy Juma / BBC
병원 내 설치된 천막

의료 관계자들은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혈액 샘플을 검사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단 하나만 있으며, 검사 키트는 부족하고 백신도 없다. 부줌부라 전역에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도시 내에서 물과 같은 기본 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 사람들이 공공 수도꼭지에서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공공 보건 비상 대응 센터 국가 책임자인 리리아네 은켕우루체는 앞날이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정말 어렵습니다. 진단이 단 한 곳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 감염 사례를 발견하는 데 시간이 지연됩니다“

"보건소들이 의심 사례가 있다고 연락을 하지만, 관련 검사 팀이 의심 사례가 있는 곳으로 샘플을 채취하러 가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

그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대응 단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약 1400만 달러(약 186억600만원)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신이 다음 주에는 콩고민주공화국에 도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부룬디를 위한 조치 내용은 아직 없다.

부룬디에서 엠폭스에 대한 공공 인식은 제한적이다
Mercy Juma/ BBC

엠폭스에 대한 공공 인식은 제한적이다. 부줌부라는 콩고민주공화국과의 국경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으며, 국경을 넘는 여행과 무역의 중심지다. 그러나 발병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지금 이 도시는 활기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평소처럼 물건을 사고 팔며, 악수와 포옹을 하는 등 밀접한 접촉이 일반적이다. 버스 정류장에는 긴 줄이 서 있으며, 이미 꽉 찬 대중교통 수단에 탑승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경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감염 사례가 있었던 곳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어울리고 있습니다"

은켕우루체 박사는 이렇게 우려했다.

BBC는 부줌부라에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대다수는 엠폭스가 무엇인지 몰랐다. 알고 있어도 자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 병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은 없다"며 "소셜 미디어에서만 봤다"고 했다.

이런 반응도 있었다.

“이 병이 아기와 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두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에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일해야 하고, 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보건 관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이래저래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감염 위험을 재고시키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회복을 도우며,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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