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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적의 탄생' 태국 코끼리 쌍둥이 남매가 태어났다

2024.06.16

태국 중부에서 암컷 코끼리 잠주리(36)가 기적적으로 코끼리 쌍둥이 남매를 출산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방콕 북부 아유타야 코끼리 궁전에서 암컷 코끼리인 잠주리가 수컷 새끼를 낳았다. 아유타야 코끼리 궁전 직원들은 잠주리의 출산이 이것으로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런데 잠주리가 첫 새끼를 낳은 지 18분 후 암컷 코끼리 새끼가 또 태어났다.

두 번째 출산은 어미를 당황하게 했고, 관리 직원들은 어미가 암컷 코끼리 새끼를 밟지 않도록 제지해야 했다. 이 과정에 관리자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피가 묻은 어미 코끼리의 뒷다리가 보이고, 암컷 코끼리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내려는 관리 직원들의 긴박한 모습이 담겨 있다.

연구 기관 '세이브 더 엘리펀츠'에 따르면 쌍둥이 코끼리 출생은 전체 코끼리 출생의 1%에 불과하며, 성별이 다른 쌍둥이를 낳는 것은 더 드물다.

라드통타레 미판 수의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아기 코끼리를 어미로부터 떼어낸 후 아기가 일어섰을 때 모두가 환호했다. 이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차린 솜왕(31) 코끼리 관리 직원은 어미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졌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행복해서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서야 부상의 통증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15년간 코끼리 공원에서 일한 솜왕은 "어미 코끼리는 항상 새로운 아기를 밀치거나 차려고 한다. 어미가 아기 코끼리를 다치게 할까봐 몸을 내밀어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 코끼리는 신성하게 여겨진다. 대부분의 인구가 불교도인 이 나라에서는 코끼리는 국가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출산 이후 아유타야 코끼리 궁전과 왕실 목장은 코끼리 쌍둥이를 SNS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공원 방문객, 특히 어린이들은 신발과 손을 소독한 후에만 쌍둥이를 볼 수 있다. 보육실 근처에는 "코끼리 아기들을 만지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쌍둥이는 태국 전통에 따라 태어난 지 7일 후에 이름이 지어질 예정다. 몸무게 55kg인 암컷 코끼리 새끼는 약간 작아서 젖을 먹을 때 발판을 사용해야 한다. 한편 수컷 코끼리 새끼는 60kg으로 더 무겁다.

아기 코끼리가 어미 젖을 먹고 있는 모습
BBC/Benjamin Begley
암컷 코끼리 새끼는 보통 크기보다 약간 작아서 어미 젖을 먹을 때 발판을 사용해야 한다.

코끼리 공원 관계자는 거리에서 구걸하던 코끼리들을 구조해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9년, 태국은 자연림 벌목을 금지하면서,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마후트(코끼리 조련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는 마후트들이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고 코끼리 묘기를 부리게 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행위는 2010년에 금지됐지만, 여전히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태국의 옛 수도 아유타야에서는 코끼리 등에 관광객을 태우고 사원과 역사 유적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한편 보존주의자들은 코끼리 타기가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학대에 해당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세계동물보호협회(WAP)의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 코끼리를 인간을 태우도록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가혹한 방법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 과정은 코끼리가 포획된 직후 시작되며, 흔히 '길들이기' 또는 '부수기'라고 불린다.

아유타야 외에도, 치앙라이와 치앙마이의 고산 마을들에서도 코끼리들은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관광객들은 코끼리에게 바나나를 먹이고, 함께 산책하며, 진흙 목욕을 시킬 수 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아시아 코끼리는 밀렵, 불법 거래 및 서식지 상실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태국에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약 3,000마리가 넘는 코끼리들이 관광업에 이용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사육 코끼리들과 달리, 태국의 코끼리들은 거의 모두 사유 재산에 속해있다.

어미 코끼리와 쌍둥이 새끼 코끼리
BBC/Benjamin Begley
쌍둥이 코끼리 출생은 전체 코끼리 출생의 1%에 불과하다
어미 코끼리에게 기댄 아기 코끼리
BBC/Benjamin Begley
인구의 대다수가 불교도인 태국에서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아프리카 코끼리와 비교해 아시아 코끼리는 더 작은 귀와 둥근 등, 굽은 허리가 특징이다.

한편 방문객들은 아유타야 공원에 몰려들어 쌍둥이 아기 코끼리에게 이름이 붙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기 코끼리들은 건초로 덮인 작은 우리 안에서 어미의 다리에 코를 감아 걷는다.

다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솜왕 씨는 "코끼리가 출산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항상 행복하다"며 "꼭 쌍둥이가 아니어도 아기 코끼리들은 항상 기쁨을 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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