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비만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 발표

2025.01.30
조깅 중인 여성의 모습
Getty Images
전문가들에 따르면 체지방률이 높은 사람도 여전히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비만으로 진단받을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비만에 대한 "더 정확"하고 "세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단순히 체질량지수(BMI)만 측정하는 대신 체지방률이 높은 개인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체중으로 인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으로, 과체중이지만 건강상 문제가 없는 이들은 '임상 전 비만(pre-clinical obesity)으로 따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는 약 10억 명으로 추산되며, 체중 감량 약물 처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의학 학술지 '란셋 당뇨병 및 내분비학 저널'에 실린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의료전문가 50여 명이 모인 전문가 그룹이 발표했다.

'재구성'

이 전문가 그룹을 이끈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프란체스코 루비노 교수는 "비만은 하나의 스펙트럼"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들은 비만이어도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기능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잘 걷지 못하거나 숨쉬기를 어려워하거나, 휠체어에 의존하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이미 질병을 앓는 환자와 현재는 건강하나 향후 발병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비만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체지방을 추정하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경우 비만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범주에 속하는 환자만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많은 지역에서도 국민건강서비스(NHS) 지침상 체중 관련 질환이 있어야 해당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BMI만으로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근육과 체지방을 구분할 수 없으며, 허리나 장기 주변처럼 지방이 축척될 경우 건강상 위험도가 올라가는 상태를 구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심장병, 호흡곤란, 제2형 당뇨병, 관절 통증처럼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의 징후와, 이러한 징후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두 고려해 비만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비만이 임상적 질병이 되었으며, 약물 치료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임상 전 비만'인 개인은 약물이나 수술 대신 체중 감량 상담을 받거나, 모니터링을 통해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치료'

루비노 교수는 "비만은 건강상 위험이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만을 재정의해야 비만에 대한 지금의 "모호한 생각"을 줄이고 얼마나 많은 인구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 수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개인의 자세한 병력과 허리둘레 비율, 직접적인 지방 측정 등을 통해 BMI보다 더 세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호주 시드니 대학교의 아동 비만 전문가 루이스 바우어 교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비만인 성인과 아동이 "더 적절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동시에 과잉 진단 및 불필요한 치료 사례도 줄일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체중을 최대 20%까지 줄이는 약물이 대규모로 처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에 대한 이 같은 "재구성"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기에 "더욱더 시기적절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제한된 자금 지원'

영국의 '왕립 내과의사 협회'는 이번 보고서가 "다른 만성 질환처럼 의학적으로 엄격한 판단과 공감을 바탕으로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강력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임상 전 비만과 임상적 비만의 구분은 "필수적인 진전"이 될 것이며, 이미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한편 "조기에 (건강 문제를)식별하고 개입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보건 예산이 빠듯한 상황에서 "비만 전" 단계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뉴질랜드 오타고 소재 '에드가 당뇨병 및 비만 연구 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짐 맨 교수는 "임상적으로 비만으로 정의된 사람들의 필요"에 자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제한된 자금 또한 이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