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충돌 격화...UN은 '재앙' 경고하며 자제 촉구
전면전 자제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국경을 넘나드는 공세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군은 21일 밤과 22일 새벽, 자국 영토로 로켓포, 미사일 및 기타 발사체 약 150발이 날아들었으며, 대부분 레바논 쪽에서 날아왔다고 밝혔다.
일부 발사체는 이전보다 더 멀리까지 날아가 이스라엘인 수천 명이 방공호로 대피해야만 했으며,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지역 인근에서는 일부 민가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자신들도 레바논 남부 소재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을 시작했으며, 헤즈볼라의 로켓포 발사대 수천 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2일 이스라엘은 “안보를 회복하고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며,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지역의 주민들이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그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련의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위협은 우리를 멈추지 못한다 … 우리는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하며 맞섰다.
카셈은 이스라엘이 지난 20일 감행한 수도 베이루트 공습 중 사망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우리는 새로운 단계, 즉 이스라엘과의 공개적인 심판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카셈은 문상객들을 향해 이스라엘은 모든 목표에 실패했으며, 저항세력(헤즈볼라를 가리킨다)은 지난 3일 동안 발포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북부의 더 많은 주민들이 살던 곳을 잃고 쫓겨나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저항과 가자 지구와의 연결을 끊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동맹 관계로, 이 두 단체 모두 이란의 이른바 ‘저항의 축’에 속한다.
이날 대규모 군중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운구차를 따라 걸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한 장례식장에서는 “미국에 죽음을” 등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외치는 저항의 메시지도 들려왔다
해당 장례식은 20일 공습이 벌어진 곳과 가까운, 헤즈볼라의 심장부인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에 지역의 한 광장에서 거행됐다.
레바논 당국은 해당 공격으로 지휘관 아킬과 그의 부하 15명을 포함해 총 4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킬은 적이 많았던 인물로, 현상금 700만달러(약 93억원)가 걸려 있었다. 1980년대 베이루트에서 미국 대사관 및 해병대 막사를 공격해 미국인 수백 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미국에서도 수배 중이었다.
한편 21일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일가족을 포함해 민간인 약 30명도 사망했다. 커다란 포탄 흔적이 남은 현장에서는 이후 유가족들이 모여 유해라도 발견할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레바논의 공공사업부 장관이자 헤즈볼라와 연계된 인물인 알리 하미는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전쟁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미 장관은 현장에서 벌어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레바논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레바논 국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우리를 전쟁으로 이끌고자 부르고 있습니다. 전쟁에 뛰어들라고 말합니다.”
전쟁이 발발할 것 같냐는 질문에 하미 장관은 “모르겠다. 두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 및 군사 조직으로, 이 시아파 무슬림 조직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높은 무장 수준을 자랑한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들은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은 지난해 10월 8일 가자 지구의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다음 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진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격화했다.
당시 이스라엘 남부를 노린 하마스의 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혀갔으며, 이후 헤즈볼라가 거의 매일 로켓포를 쏟아부으면서 이스라엘 북부 주민 6만 명은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다.
한편 최근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넘나드는 교전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또 한번 우려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레바논이 제2의 가자 지구로 변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제닌 헤니스-플라샤르트 UN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지난 22일 X(구 ‘트위터’)에 “계속 강조하지만, 양쪽 지역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군사적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중동이 “임박한 재앙”을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더 큰 전쟁의 발발을 막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으며,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한편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라크 쪽에서 발사된 2발을 포함해 21일 밤 쏟아진 여러 발사체를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이슬람 저항군’은 이스라엘을 향해 순항 미사일과 폭발 드론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북부는 여전히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학교는 문을 닫았으며, 병원은 환자들을 안전한 지하 시설로 대피시켰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10명 이상의 야외 모임을 금지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로켓포 공격을 받은 하이파 외곽 키라잇 비알릭 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전 6시 30분경 경보음이 들렸고, 직후 이곳에서 서너 채 떨어진 집에서도 아주 큰 폭발음이 들렸다. 우리 집은 거실 창문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주 초, 2일간 연이어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는 호출기와 무전기가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하면서 39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모든 레드라인 (용인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었다며 “정당한 처벌”을 다짐하며 이스라엘을 해당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직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무부는 현재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새로운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민간 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때 레바논을 떠나길” 촉구했다.
이웃국인 요르단의 외무부 또한 레바논 소재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레바논을 떠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