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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위협하는 이유

2025.12.03
국기에 입을 맞추는 마두로 대통령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체포 보상금을 2배가량 높였으며, 현재 베네수엘라 인근에 자국 전함을 배치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마약 운반선이었다는 의혹을 받은 선박들이 잇따라 격침되며 수십 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전화 통화에서 마두로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스 마두로는 누구인가?

시몬 볼리바르의 검을 들고 군에 연설 중인 마두로 대통령
REUTERS/Leonardo Fernandez Viloria

니콜라스 마두로는 좌파 성향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그의 베네수엘라 통합사회당(PSUV) 지도부 아래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다.

버스 운전사 및 노동조합 지도자로 활동하던 그는 이후 차베스의 후임으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차베스와 마두로가 집권한 지난 26년 동안 여당은 국회, 사법부 대부분,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국가기관을 장악해왔다.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야당 측 집계 결과상 야당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 현직 대통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이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곤살레스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마두로는 워낙 베네수엘라의 군부, 경찰, 입법부를 철저히 장악하고 있기에 지금껏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곤살레스는 체포 위험을 피해 망명한 상태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이민자 유입 중단을 내세우며,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미국에 온 책임을 마두로 대통령에게 돌린다.

2013년 이후 베네수엘라인 약 800만 명이 마두로 집권 하에서 악화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탄압을 피해 고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로 갔으나, 수십만 명은 미국으로 향했다.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이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비우고" 그곳 수감자들을 "강제로"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비난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으로 유입되는 마약, 특히 펜타닐과 코카인과의 전쟁에 집중해왔다.

마약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구아(TdA)'와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태양의 카르텔)를 외국테러단체(FTO)로 공식 지정 지정하는 한편,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의 배후에는 마두로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카르텔의 지도자라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구실로 자신을 몰아내고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카르텔 데로스 솔레스가 단일한 위계 조직이 아닌 포괄적인 개념을 뜻하는 용어라고 말한다. 이는 코카인이 자국을 통과하도록 내버려둔 부패한 베네수엘라 관료들을 전반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카리브해에 군함을 배치한 이유는?

미국의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가 푸에르토리코 인근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 토마스섬에 도착했다
US Navy via REUTERS
카리브해에는 항공모함 'USS 제럴드 포드'호도 배치됐다

최근 미국은 카리브해 지역에 병력 1만5000명, 항공모함, 유도미사일 구축함, 상륙함 등 여러 함정을 배치했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해당 지역 최대 규모의 미군 배치로, 미국 측은 자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과 코카인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9월 초부터 미군은 국제 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받는 선박들을 20여 차례 공격하여 격침했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8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밀매 의혹을 받는 이들이 미국에 맞서 비정기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들과 비국제적 무력 분쟁 중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러한 선박의 탑승자들을 "마약 테러리스트"라고 묘사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그렇게 지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합법적 군사적 행동의 목표물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공습은 불법이라고 말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석검사 출신인 한 법조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최근 벌이는 이 같은 작전이 평시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공격으로 분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해안에 독을 들여오고 … 미국인의 생명을 파괴하는" 카르텔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자 무력 분쟁 관련 법규에 따라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마약이 흘러 들어가나?

마약 단속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보통 타 지역에서 생산된 마약이 최종 목적지로 밀반입되는 과정에서 경유국으로만 기능할 뿐 전 세계 마약 밀매에서 상대적으로 그리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이긴 하나, 대부분은 베네수엘라가 아닌 다른 경로로 미국으로 밀반입된다.

2020년 미국 마약단속국(DE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유입되는 코카인의 거의 4분의 3은 태평양을 통해 밀수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카리브해 고속정을 통한 유입은 극소량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미국의 이번 공습 작전 대부분은 태평양이 아닌 카리브해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군 지휘관들에게 표적이 된 선박들에는 "마약, 대부분 펜타닐 등으로 가득 찬 백색 분말 봉지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펜타닐은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되며, 거의 전적으로 남부 국경을 통해 육로로 미국에 유입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마두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통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일주일 안에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최후통첩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안전한 출국을 보장받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제시한 기한이 하루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주변 영공을 폐쇄한다고 선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마약 밀매업자들을 겨냥하여 "육상에서" 조처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작전 수행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내 미군 지상 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기자들에게 "대통령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표현했다.

대변인은 선택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몇 주째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카리브해 군대 배치가 마약 단속 작전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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