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알려주는 샴페인의 풍미를 높이는 6가지 방법
잔을 잡는 방법부터 잔 모양, 마시는 시점까지. 모두 과학을 통해 스파클링 와인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 수 있다.
360년 이상에 걸쳐 축적된 스파클링 와인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우리에게 이 보글거리는 음료를 가장 이상적으로 즐길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한 잔의 샴페인에는 기포 약 100만 개가 담겨 있다(조심스럽게 따를 경우 이 수는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이 작고 멋진 기포들이야말로 스파클링 와인 경험의 핵심이다. 잔 속의 기포 형태, 기포가 표면에 모이는 방식, 한 모금 마실 때 입안에서 터지는 기포가 선사하는 풍미까지 모두가 중요한 요소다.
스파클링 와인 병 속 이산화탄소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러나 양조사의 역할이 끝나고 당신의 손에 병이 쥐어진 순간부터는 샴페인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것은 당신의 몇 가지 선택에 달렸다.
샴페인 풍미를 극대화하는 과학적 방법과 그 근거를 살펴보기 전, 먼저 기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포 만들기
샴페인 잔에 완벽한 크기와 개수의 기포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는 사실 당분이다. 병 안에서 이중 발효 과정을 거치며 샴페인 안에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이 중 2번째 단계인 '기포를 가두는(prise de mousse)' 단계에서 와인은 달콤한 효모 슬러리가 섞이며 탄산을 띠게 된다.
미생물이 당분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방출하고, 이것이 와인에 녹아들며 과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즉 압력이 풀리면 가스가 폭발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 2차 발효 후 최소 15개월간의 숙성 기간을 거치는데, 이 기간 샴페인 병은 거꾸로 보관해 죽은 효모 세포가 병 목 부분에 쌓이게 한다.
이 죽은 효모 세포에서 화합물이 방출되며 샴페인의 맛에 영향을 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미는 더욱 깊어지고 복잡해지게 된다. 이를 '앙금 위 숙성(ageing on lees)'이라 부른다.
빈티지가 아닌 샴페인의 경우 최소 12개월 동안, 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3년간 이 숙성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일부 최고급 샴페인은 수십 년간 숙성돼 매우 귀한 풍미를 품게 된다.
이후 죽은 효모를 제거하면서도 이산화탄소를 유지하고자 정교한 화학적, 물리적 과정을 거친다. 병을 회전시켜 효모를 병목에 모은 뒤 이를 얼리고, 병 내부 압력을 이용해 효모 침전물이 든 얼음 덩어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식이다.
만약 양조사가 이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해냈다면, 잔에 따를 때 가장 이상적인 기포가 만들어질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 크기는 0.4mm~4mm까지 다양하며, 점도에 영향을 미치는 당분과 알코올 농도뿐만 아니라 음료를 따르는 잔의 종류에 따라서도 기포 크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 기포들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감각에 그치지 않는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샴페인의 풍부한 향과 맛을 코 앞까지 전달해주는 수단이 바로 이 기포다. 각 기포가 터질 때마다 향기로운 화학 혼합물이 분사돼 코로 흘러 들어가 미각을 자극한다.
프랑스 랭스 대학의 물리학자이자 샴페인 기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제라르 리제르-벨레의 연구에 따르면, 음료 표면으로 떠오르며 터질 때 증발률이 가장 높은 기포의 지름은 약 3.4mm이다.
샴페인 온도를 낮추면(칠링) 각 기포가 운반하는 알코올양이 줄어든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온도를 낮추지 않을 경을 경우 각 기포가 운반하는 섬세한 풍미가 알코올에 압도될 수 있다.
잔 속 기포의 크기는 소리로도 감지할 수 있다. 기포가 터질 때 큰 기포의 경우 음조가 낮고, 작은 기포는 음조가 높다. 아울러 미묘한 차이이긴 하나, 서로 다른 스파클링 와인 간 차이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모두 염두에 둔 상태로, 샴페인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6가지 실용적인 팁을 살펴봤다.
분위기 조성
연구에 따르면 분위기는 샴페인 한 잔에 대한 개인의 느낌에 생각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실내 조명 색상부터 배경 음악까지, 수많은 요소가 샴페인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가 스피커로 캐럴을 틀어놓은 사무실 형광등 아래서 마시는 샴페인이 왜 항상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배경 음악이 조명보다 와인에 대한 느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1993년 한 연구에 따르면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은 와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종류의 잔을 선택할까
샴페인을 따르는 잔은 입구가 넓게 퍼져 마치 접시 같은 쿠페 잔부터 길고 가느다란 플루트까지 다양하다.
쿠페 잔은 종종 사치와 쾌락주의와 연관되곤 한다(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떠올려보면 된다). 반면 플루트 잔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더 오래 유지된다.
잔 모양에 따른 차이는 샴페인의 맛에도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포가 표면으로 올라오며 터지는 과정에서 샴페인의 미세한 방울이 방출되는데, 이 방울의 일부는 증발하게 된다. 그런 다음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와인에서 나는 풍미가 깃든 화합물을 코로 흡입하게 된다. 이러한 화합물은 플루트 잔에서 더 농축되고, 쿠페 잔에서는 비교적 흩어진다.
리제르-벨레와 동료 연구진은 플루트 잔에서는 기포가 액체와 잘 섞이지만, 쿠페 잔에서는 잔 가장자리 주변에 꽤 큰 '데드 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쿠페 잔에 따라 마실 경우 플루트 잔에 비해 샴페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풍미 있는 화합물이 사람의 입안으로 덜 퍼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같은 샴페인이라 할지라도 플라스틱 텀블러에 따라 마실 때나 파티에서 유리 잔에 제대로 따라 마실 때 맛이 절대 같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어느 미국 연구진이 음향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잔에서 발생하는 기포의 질을 분석한 결과, 폴리스티렌 폼 컵이 최악일 수 있다. 폴리스티렌 폼 컵에 따라 마실 경우 기포가 컵 측면에 달라붙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뒤 표면으로 떨어져 나갔으며, 유리잔에서 샴페인을 마실 때 방출되는 미세한 화합물이 제대로 분사되지 않았다.
마시기 전 잔 준비하기
샴페인 한 잔의 즐거움은 사실상 잔 속에서 피어오르는 기포의 모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포가 풍부한 와인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말끔히 닦인 잔에서는 매력을 잃을 수 있다. 잔에 남아 있을 수도 있는 계면활성제 성분이 거품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연구한 식품 과학자 케니 맥마흔이 니콜라 존스 BBC 기자에게 말했듯이, 일부 샴페인 애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비누 없이 잔을 씻기도 한다. 샴페인 잔 제조사들은 기포 형성을 촉진하고자 플루트 잔의 내부에 미세한 흠집을 내기도 한다.
완벽하게 따르기
샴페인 병의 코르크 마개를 따고 따르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음료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 상당량이 날아간다.
그러나 잔을 기울인 채 측면을 따라 흐르게 하는 이른바 '맥주 따르기' 방식으로 따르면 탄산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잔을 수직으로 유지하면 공기가 흔들리고 잔에 공기가 갇히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간다.
지금 마셔라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이 가진 그 빈티지 샴페인 한 병을 열고 마시기 가장 좋은 때일지도 모른다.
연구에 따르면 샴페인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는 병을 밀봉하고 있는 코르크 마개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노출될 수 있다.
다행히도 이 '탄산 감소' 현상은 서서히 진행되는 듯하다. 리제르-벨레의 연구에 따르면, 35년간 보관된 빈티지 샴페인은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며, 76년이 지나면 탄산이 완전히 거의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30년 이상 숙성된 일반 샴페인 병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구매 후 곧바로 샴페인을 마실 예정인 일반 소비자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빈티지 병 여럿을 보관 중인 수집가라면 숙성 기한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고도와 기포
아울러 병을 여는 곳이 지상인지, 혹은 9100m 상공인지 고려해야 한다. 항공기 내 낮은 기압과 습도는 우리의 입맛에도 영향을 미쳐 음식과 음료를 인지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높은 고도에서는 일반적으로 와인의 타닌과 산미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샴페인은 원래 산미가 강한 와인이다. 영국의 와인 유통사 '레드 & 화이트'의 리암 스티븐슨 대표가 카티아 모스크비치 BBC 기자에게 조언한 바에 따르면 기내의 낮은 습도가 너무 큰 영향을 미치기 전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
만약 국제우주정거장 등 지표면에서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면 병을 여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이 아닐 것이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탄산 음료가 "거품투성이 난장판"이 되기 때문이다. 혹은 그보다 더 심각한 결과도 뒤따를 수 있다.
자, 다음 번에 샴페인 병을 열 때는 그 한 잔에 담긴 이 음료에 깃든 놀라운 예술성과 과학을 기리며 건배해보자.
2024년 한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스파클링 와인은 특유의 화려함과 가벼움으로 대표되지만,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이 음료 뒤에 숨은 미묘한 과학을 탐구할 수 있는 멋진 실험장이기도 하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