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와 역사적 순간들'...미국 중간선거에서 무슨 일 있었나
민주당이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의회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아직 중간선거 전체 개표 결과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당선 전망만으로도 민주당은 자축할 일들이 적지 않다. 반면 공화당에는 아쉬운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주요 순간들을 살펴본다.
제프리스, '미국의 위대한 재도약 시작됐다'
민주당은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큰 격차로 승리했던 주들에서도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텍사스와 캔자스,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기쁨을 드러낸 민주당 주요 인사 중 한 명은 하원 내 민주당 최고위 인사인 하킴 제프리스다. 그는 차기 하원의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제프리스는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 미국의 위대한 재도약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원 내 민주당 의원들이 제프리스를 당 원내대표로 계속 선출한다면, 그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의 뒤를 이어 차기 하원의장에 오르게 된다.
엘사예드, 미국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 탄생
압둘 엘사예드가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무슬림이 됐다.
이번 승리로 해당 의석은 민주당이 계속 차지하게 됐다. 미시간주 선거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접전이 벌어진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였다.
엘사예드는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를 꺾었다. 로저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엘사예드와 맞붙었던 경쟁 후보로부터 막판에 예상치 못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11 테러를 언급한 데 이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엘사예드를 '지하디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에 반발이 일었고, 이슬람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BBC의 나다 타우픽 기자는 엘사예드가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자 지지자들이 열광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지지자가 이 순간을 담기 위해 휴대폰을 높이 들어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야당에 축하 인사 '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저녁 내내 여러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며 비교적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잘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야당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이 의회를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권한을 여전히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일부 공화당 후보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후보들이 나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란 문제도 여러 요인 중 하나였다"며 미국 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점도 인정했다.
'30년 5선' 공화당 상원의원 콜린스, 패배 인정
메인주에서 30년간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활동해 온 수전 콜린스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공화당이 입은 손실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콜린스는 벌목업에 종사하는 민주당 후보 트로이 잭슨에게 패했다. 잭슨은 자신의 노동자 출신 배경을 내세워 메인주의 블루칼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 언론이 보도한 성명에서 콜린스는 패배를 인정하며 지난 30년간 메인주를 위해 봉사한 것이 "내 인생의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애초 재선에 도전한 공화당 현역 의원 가운데 낙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했지만 결국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BBC의 헬레나 험프리 기자는 메인주에서 열린 콜린스의 개표 상황 지켜보기 행사에서 침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클로징 타임(Closing Time)'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공화당 텃밭 텍사스, 민주당 승리에 환호
제임스 탈라리코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지나 히노호사가 주지사에 선출되면서 민주당은 텍사스주에서 주 전체 단위 선거 두 곳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민주당이 약 두 세대에 걸쳐 이어온 연이은 패배를 끊어낸 것이다.
BBC의 게리 오도노휴 기자는 당선 전망이 발표되자 선거 당일 밤 열린 행사장에서 탈라리코 지지자들이 열광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서로 포옹하고 입을 맞추며,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감히 믿지 못했던 승리를 축하했다.
히노호사는 텍사스주 역사상 최초의 라틴계 여성 주지사가 된다.
민주당이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다른 지역으로는 캔자스주도 있다. 애덤 해밀턴이 접전 끝에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캔자스주에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 배출됐다.
흑인 주지사 탄생... 조지아·플로리다에서 역사적 첫 기록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역사적 기록은 플로리다주에서도 나왔다.
공화당 소속 바이런 도널즈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플로리다주 최초의 흑인 주지사로 당선됐다.
론 디샌티스 현 주지사의 뒤를 이어 취임하게 된 도널즈는 플로리다주가 "미국 전체가 부러워하는 주"라며,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선거의 밤을 보낸 공화당에 몇 안 되는 승리의 순간 중 하나다.
인접한 조지아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키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바텀스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초의 흑인 주지사이자 최초의 여성 주지사가 됐다.
BBC의 칼 내스먼 기자는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현장에서 환호하는 분위기가 펼쳐졌다고 전했다. 바텀스는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의료업계 경영자인 공화당 후보 릭 잭슨을 꺾었다.
조지아주에서는 20년 넘게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나오지 않았다.
조지아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존 오소프도 재선에 성공했다. 오소프 역시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가 2028년 차기 대선에 도전할지 여부를 둘러싼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소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지만, 앞서 본인은 출마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 파파스, 상원의원에 당선된 최초의 동성애자 남성
민주당 소속 크리스 파파스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남성 상원의원이 됐다.
그는 뉴햄프셔주에서 남편과 함께 무대에 올라 승리를 축하했다.
파파스는 공화당 소속 존 수누누 전 상원의원을 꺾었다.
그는 현지시간 3일 수누누에게 감사를 전하며 "뉴햄프셔 주민들을 위해 공직에 헌신한 존 수누누에게 우리 모두는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46세인 파파스는 2019년부터 뉴햄프셔주를 대표하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하원의원 재선에는 도전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플로리다주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공화당 소속 바이런 도널즈가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플로리다주 최초의 흑인 주지사에 당선됐다.
이 결과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선거를 치른 공화당에 몇 안 되는 성과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