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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술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로 불리는 이유는?

2024.06.07
사람들에 둘러싸여 사진 찍는 황 CEO
Reuters
대만 ‘컴퓨터 박람회(컴퓨텍스)’에서 참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끈 젠슨 황 CEO

요즘 젠슨 황 CEO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셀카와 사인을 요청한다.

젠슨 황은 그저 그런 유명인이 아니다. 61세의 전기 공학자로,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손꼽히는 ‘엔비디아’의 CEO다. 최근 엔비디아의 시총은 다시 3위로 내려앉았으나 한때 3조달러(약 4000조 원)를 돌파하며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IT 애널리스트 밥 오도넬은 “말 그대로 록스타 같다”면서 “황 CEO는 이를 엔비디아를 성장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드마크인 브랜드 ‘톰 포드’의 9000달러짜리 가죽 재킷을 자랑하는 그의 새로운 지위는 이번 주 대만에서 열린 ‘컴퓨터 박람회(컴퓨렉스)’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세계 최대 기술 기업들이 모이는 연례행사다.

대만 태생이나 5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에겐 수없이 많은 사진 요청이 쏟아졌다. 심지어 황 CEO는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한 여성의 상의에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젠슨 열풍(Jensanity)’의 현장이다.

그리고 현재 미 규제 당국이 엔비디아 등 AI 업계의 주요 업체들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질시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의 유명세는 이미 업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황이 누군지 모른다는 한 SNS 팔로워의 질문에 “(그는) 기술 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답하기도 했다.

'젠슨 열풍'의 원동력은?

황 CEO는 기술 붐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로, 엔비디아가 AI 칩 업계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유명해지게 됐다.

대만 소재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생산하는 유일한 파트너다. 엔비디아의 성공에 힘입어 TSMC의 주가 또한 지난 6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이 생산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AI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는 지정학적 긴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현재 이 AI 반도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대만으로, 현재 대만은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이 모든 요소가 황 CEO와 그가 수십 년 전 설립한 엔비디아에 대한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 CEO의 성공에 대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대만섬의 시민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게다가 중국이 더욱더 공세적인 태도로 대만섬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 주장하면서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그야말로 대만의 생명줄이자 소프트파워 도구가 됐다.

오도넬은 “대만에서 황 CEO는 ‘크게 출세한 동네 소년’ 이미지도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더욱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황 CEO는 엔비디아의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거주하지만, 자주 대만을 방문한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계속 대만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Getty Images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번 주에도 황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엔비디아의 연구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대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대체 공급 경로 모색의 일환으로 해외로 제조 공장을 이전하고 있어 대만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황 CEO의 인기를 설명하는 데 엔비디아 자체의 성공을 빼놓을 순 없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에 200% 이상 치솟았다.

엔비디아는 AI와 이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가 각광받으면서 인기 대열에 올랐다.

황 CEO 또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엔비디아의 반도체 출시 때마다 앞으로 나서는데, 이는 전 세계가 집중하는 애플 이벤트(애플이 신제품 등을 공개하는 행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황 CEO는 대만에서 신형 AI칩 출시를 발표하며 2시간가량 엔비디아의 역사에 대해 얘기했다.

오도넬은 “엔비디아의 지난 대형 콘퍼런스는 산호세의 경기장에서 열렸다”면서 “사람들이 꽉 차서 입장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마치 락스타의 콘서트 현장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엔 대만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황 CEO가 아레나 투어 중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젠슨 황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우선 황 CEO는 가죽 재킷을 좋아한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스타일에 대해 아내와 딸 덕분이라고 말한다.

엔비디아 측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년간 가죽 재킷을 애용하고 있다. 그가 가장 최근 선택한 건 ‘톰 포드’사의 2023 시즌 재킷으로, 날씨가 습한 싱가포르에서도 계속 입고 있었다고 한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세라 머피는 “가죽 재킷은 규칙을 깨고, 다르게 행동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이 트레이드마크 스타일을 통해 캐주얼하고 다가가기 쉬운 에너지를 풍긴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렇게 특정 스타일을 고집하는 건 기술 업계 CEO 사이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일례로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세인트 크로익스’의 터틀넥 스웨터에 파란색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발란드 991’ 운동화만 고집한 것으로 유명했다. 저커버그 CEO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평범한 스웨터 혹은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마크 저커버그와 젠슨 황 CEO
Mark Zuckerberg
지난 3월 겉옷을 서로 바꿔 입은 마크 저커버그와 젠슨 황 CEO

머피는 “유니폼 같은 복장”을 통해 기업가들은 회사에 대한 안정된 이미지를 쌓아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람들은 리더가 일관된 모습을 보이길 원합니다. 유니폼처럼 비슷한 스타일로 입고 다니면 변동성이 크고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서 무언가 예측할 거리를 만들어주죠.”

한편 가죽 재킷만 제외하면 황 CEO는 ‘기술 괴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9살 때 미국 서해안 지역으로 가족들과 이주한 그는 오리건주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학에서 같은 분야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내 로리 밀스와는 대학 시절부터 연인으로, 연구실 동료 사이이기도 했다. 자녀는 둘이다.

젠슨 황 CEO의 가족 사진
Getty Images
젠슨 황과 가족. (왼쪽부터) 딸 매디슨, 아내 로리, 아들 스펜서

1993년 엔비디아를 공동 설립하기 전엔 미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인 AMD에서 근무했다. 엔비디아는 원래 특히 컴퓨터 게임용 칩셋 제조로 유명했다가 현재 주력 분야인 AI 칩으로 방향을 바꿨다.

2022년 ‘챗 GPT’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AI에 대한 관심사가 급격히 높아졌다. ‘챗 GPT’의 훈련엔 슈퍼컴퓨터 속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개가 동원됐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엔비디아는 지난 5월 애플,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기업 가치 1조 달러 이상을 자랑하는 미국 기업인 ‘1조 달러 클럽’에 들게 됐다.

그리고 현재 엔비디아의 시총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

‘포브스’에 따르면 황 CEO의 개인 자산은 약 1060달러로, 세계에서 14번째로 부유하다. 오도넬은 황 CEO가 엔비디아라는 브랜드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여러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오도넬은 “모든 기술 관련 콘퍼런스에서 황 CEO의 참석을 원하고, 그 또한 기꺼이 참석한다”면서 “그가 이렇게 해왔기에 그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자기 자신을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인물로 포지셔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계는 독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현재 엄청나긴 하지만, AMD와 인텔과 같은 경쟁업체들도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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