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첫 성탄 메시지서 우크라전쟁 종식 위한 '용기' 촉구
교황 레오14가 성탄절을 맞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전한 첫 성탄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직접 대화에 나설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성탄절 당일 바티칸 시국에 모인 신자들을 향해 전통적으로 발표하는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 연설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분쟁의 종식을 호소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무기의 소음이 멈추기를 바란다"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헌신 속에서 당사자들이 진지하고 직접적이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대화에 나설 용기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호소는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마련하려고 시도해왔지만, 이번 외교적 노력 국면에서 양국 간 직접 대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황은 또 태국과 캄보디아를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혼란과 분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치명적인 국경 충돌이 다시 발생했다.
교황은 두 동남아시아 국가의 "오랜 우정"이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화해와 평화를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14세 교황은 전 세계 노숙인들이 처한 현실과 분쟁이 남긴 상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수많은 전쟁으로 시련을 겪는 무방비한 주민들의 연약한 육신이 있다"며 "이미 끝났거나 아직 진행 중인 전쟁들은 잔해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신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연약한 천막을 치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상황으로 화제를 돌렸다.
교황은 "그렇다면 비, 바람, 그리고 추위에 몇 주째 그대로 노출돼 있는 가자지구의 천막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자지구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이후, 2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겨울 폭풍은 가자지구 인구 210만 명이 겪는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들 대부분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으며, 주택은 파손되거나 파괴됐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더 많은 천막과 긴급 구호 물자의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가자지구 국경 통행을 관리하는 이스라엘 군 당국 산하 기구 코가트(COGAT)는 의도적인 구호 물자 제한 주장을 부인하며, 휴전이 시작된 10월 이후 천막과 방수포 약 31만 개가 전달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