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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서 미-러 종전 대화 종료 … 크렘린궁, '돌파구 없었다'

2025.12.03
푸틴 대통령과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Getty Images
푸틴 대통령과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위 협상가들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5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었으나,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결정적인 돌파구 마련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었다면서도, 미국이 제시한 일부 계획안은 여전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 대표로 나선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지난 몇 주간 우크라이나 종전을 목표로 한 집중적인 외교전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측 협상단은 현재 모스크바를 떠났으나, 아직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2일) 앞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 초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제안한 수정 사항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유럽이 "전쟁을 원하고 시작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은 미 백악관이 신속한 타결을 위해 제시한 평화안 초안을 수정하고자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서 크렘린궁은 초안 내용에 대해 호의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언론에 유출되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해당 초안은 이후 몇 주간 여러 수정 작업을 거쳤다.

이번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국과의 회담 이후 해당 평화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크렘린궁은 "일부 사항에 동의했으나 …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 앞으로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여전히 몇몇 주요 쟁점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중에는 우크라이나가 통제권을 잃지 않은 영토를 그대로 러시아에 넘겨주는 문제, 유럽이 제공하는 안보 보장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은 평화 합의의 형태를 놓고도 여전히 큰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미-러 회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22년 러시아가 전면 침공을 시작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방어전을 지원해 온 유럽 지도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유럽과 전쟁을 할 계획은 없으나, 만약 유럽이 갑자기 전쟁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추가적인 대면 회담을 위해 키이우나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할지는 불분명하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미-러 회담 후 미국 측으로부터 회담 내용을 전달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기 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을 끝낼 기회가 찾아왔다면서도, 평화안 중 일부는 여전히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를 공식 방문 중인 그는 2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은 오늘의 논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단한 해결책이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평화 회담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 명확한 안보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NATO 가입은 러시아가 오랫동안 반대해 온 사안이자 트럼프 대통령도 그 가능성을 제외한 부분이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장) 1년 후에도 러시아가 다시 침공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초안에 대해 2차례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으며, 당시 위트코프, 쿠슈너,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백악관은 이러한 회담을 거쳐 평화안이 "매우 다듬어졌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수정 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장에서의 주도권은 러시아가 쥐고 있다고 믿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자신의 요구 사항에 대해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이 여전히 통제하는 동부 지역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미-러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이번 분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엉망이다"고 표현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이 제시한 28개안에 대해 자체적인 계획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유럽 측의 제시안에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미국이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등 가장 논란이 많은 요소들이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으며, 당시 여러 유럽 지도자들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말할 만한 최종적인 계획은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의견을 수용해야만 평화 회담은 성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BBC

한편 지난 2일 전선에서는 교전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전략적 요충지인 동부 도시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했다는 러시아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양측이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포크로우스크에서 자국 군인들이 러시아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라며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러시아는 지난 1년 여간 이 도시를 장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부는 "선전선동가들이" 이 지역이 러시아에 넘어갔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이 도시에 "깃발 꽂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SNS를 통해 "이들은 급하게 도주했으며, 적군을 처리하는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자국이 여전히 포크로우스크 북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러시아 군대에 큰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국제 관측통들 역시 러시아가 해당 지역을 점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가 북동부 국경 도시 볼챈스크를 점령했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며, 2주 전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주장한 북동부 도시 쿠퍈스크에서는 자국군이 "상당히 진전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엔은 군인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민간인 1만4000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한다.

유치원, 병원, 아파트 등 수많은 민간 시설이 야간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심각히 파손되었다.

두 구소련 국가 간의 갈등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대통령이 축출되자 러시아는 크림 반도를 병합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무장 세력의 봉기를 지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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