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립성 강화' 국민투표…약 70%가 반대
스위스 유권자들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자국의 외교적 중립 전통을 한층 더 엄격하게 해석하자는 발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반대했다.
공식 결과에 따르면 이날 열린, 이른바 '중립성 강화'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유권자의 약 70%는 유엔(UN) 승인 없이 특정 국가에 제재를 가하지 못하도록 막자는 내용의 발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제안이 통과됐다면 스위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지 못하게 됐을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온 스위스의 비동맹 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인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스위스 내 우파 성향의 국민당(SVP)이 지지하는 이 발의안에 대해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환영 입장을 표했다. 다만 스위스 연방 정부 및 다른 모든 주요 정당들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연구기관인 '지이에프에스 베른'의 루카스 골더 공동 소장은 스위스 공영방송 'SRF'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중립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대러 제재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들은 자국의 중립성이 어떤 역할을 다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최근 TV 토론에서 "우리의 중립성은 항상 어느 정도의 유연성과 함께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위스 당국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분쟁 중인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해제할 계획은 없지만, "중립적이라고 해서 무관심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카시스 장관은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이유인 국제 규범이 위반되는 상황에서" 스위스는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는 유럽이 전쟁과 격동의 시기를 겪던 중 열린 1815년 빈 회의에서 "영구 중립"을 인정받으며 국제적으로 중립국으로 인정받았다.
이 중립성은 1907년 헤이그 협약에 의해 법적으로도 정의됐다. 해당 협약에 따라 스위스는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스위스는 독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탱크에 사용되는 탄약을 공급해달라고 요청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
스위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도 줄곧 중립을 유지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나치가 약탈한 금을 예치해 주었으며, 나치 독일의 침공을 막고자 유대인 난민 수천 명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다만 1990년대에 이러한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주요 정치적 결정이 종종 국민투표에 부쳐 유권자들에게 넘어간다.